[주말의 MG] 애플·소니가 차를 만든다?…스와치·다이슨은 어땠나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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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2 09:55
[주말의 MG] 애플·소니가 차를 만든다?…스와치·다이슨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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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앞서 소니도 미국 CES에서 공개한 콘셉트카로 화제를 모았다.

사실 이 같은 일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도 시작부터 자동차를 만들지는 않았다. 현대차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현대토건사(前 현대건설)이며, 토요타는 방직 기계를 만들던 회사다. 푸조도 프랑스 지방의 작은 철공소에서 출발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많은 기대감을 모았지만 실패한 이들을 살펴봤다.

# 야마하, 제 머리는 못 깎더라

야마하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있다. 악기와 골프채는 물론, 변기와 수도꼭지까지 만든다. 그 중 모터사이클로 잘 알려진 야마하 엔진사업부는 자동차 업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릴 만큼 잔뼈가 굵다.

야마하는 1955년 모터사이클 제작을 시작한 이후부터 내연기관 엔진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자동차 엔진 설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렉서스 LFA에 쓰인 V10 엔진을 비롯해 포드 SHO, 볼보 V8 엔진 등이 야마하가 설계한 작품이다.

야마하는 1980년대 모터스포츠 진출을 선언하고 전용 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F2와 F3000용 엔진으로 일본 모터스포츠 무대를 석권했고, 1989년 들어 F1 엔진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1989년 600마력 사양의 8기통 엔진을 비롯해 1990년에는 12기통 엔진까지 선보였다. 경쟁 제조사보다 가볍고 낮은 무게 중심으로 호평을 받았다.

1992년에는 자동차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모델을 공개한다. 앞서 선보인 F1 엔진을 탑재한 OX99-11이 그 주인공이다. F1 레이스카 섀시를 바탕으로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 1만rpm을 사용할 수 있는 고회전 엔진을 탑재했고, 당대 스포츠카에서는 보기 드문 1인승 구조와 파격적인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OX99-11은 단 한대도 생산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하며 스포츠카 수요가 급속도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고든 머레이와 함께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형차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새로운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 스와치, 절반의 성공

스와치그룹은 스위스를 넘어 글로벌 시계 산업의 선도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자동차 사업에도 관여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주인공이 다임러AG의 소형차 브랜드 스마트 라는 사실도 말이다. 티쏘, 오메가, 론진 등 스와치 산하의 브랜드를 생각해보면, 좀처럼 스마트와 연관 짓기 어렵다.

스와치 창업자 니콜라스 하이에크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콤팩트한 차를 원했고, 시계 제조 산업 특유의 정밀성이 자동차에 접목될 경우 막대한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다임러와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앞세워 럭셔리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볼륨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측은 1994년 합자회사 설립을 선언하고, 소형차 브랜드 출범을 공식화 했다. 브랜드명은 스와치(Swatch)와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예술(Art)이라는 뜻을 담은 스마트(Smart)로 결정했다. 

스마트는 귀여운 디자인과 높은 연료 효율성으로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었다. 양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5도어 해치백 포포, 2인승 경량 스포츠카 로드스터 등을 내놓으며 의욕적인 라인업 확장을 이어갔다.

다만, 스마트는 당초 예상보다 제조 원가가 높았고, 소형차 특성상 수익성도 높지 않았다. 결국, 자금난에 시달린 스와치는 다임러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이후 다임러는 스마트 지분 절반을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했다.

# 다이슨, 누구나 계획은 있다

무선 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등 다양한 가전기기로 유명한 영국 다이슨은 한때 전기차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 가전기기에 쓰이는 배터리와 모터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다이슨이 전기차 개발을 공식화한건 2017년이다. BMW·인피니티에서 근무했던 롤랜드 크루거 부사장을 영입해 프로젝트를 전담시켰다. 다이슨은 이 과정에서 아키텍쳐 설계와 공기역학 등 관련 특허 18건을 출원하며 새로운 메이커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발표 직후 자동차 생산을 위한 후속 조치도 빠르게 진행됐다. 2018년에는 싱가폴에 생산 시설을 짓고 500여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억 파운드(3조원)를 투자하고, 2021년 첫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언뜻 순탄해보였던 다이슨의 전기차 프로젝트는 2019년에 중단된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마땅한 수익 확보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후 제임스 다이슨은 2020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명 N526으로 명명된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공개한다. 레인지로버에 준하는 덩치를 갖춘 SUV임에도 윈드실드는 페라리보다 날렵하게 디자인됐고, 최대 965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팩과 홀로그램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신기술을 담았지만, 베이퍼웨어(vaporware)로 전락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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