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럭셔리 브랜드 링컨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 라인업에 걸쳐 디자인을 과감히 바꾸고 경쟁력 있는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가격 대비 뛰어난 사양 구성을 통해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국내 시장에서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한때 나이 든 이들을 위한 차로 평가절하되던 과거와는 사뭇 대조된다.

# 링컨코리아 성장의 일등공신 '에비에이터'

이러한 성장세에는 준대형 SUV 에비에이터의 흥행이 자리 잡고있다. 브랜드 전체 판매량의 42%를 차지하는 에비에이터는 웅장한 디자인과 고급스럽고 광활한 실내, 성능 및 효율을 겸비한 파워트레인, 합리적인 가격 등을 통해 일부만 누렸던 '가성비 뛰어난 미국차'의 공식을 그대로 밟고 있다. 링컨코리아는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대형 SUV 네비게이터를 출시하며 SUV 라인업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에비에이터는 리저브, 블랙 레이블, 그랜드 투어링 등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다. 각 차량을 시승하며 트림 간 차이를 꼼꼼히 확인해봤다.

# '리저브' 차고 넘치는 상품성  

가장 먼저 살펴볼 트림은 리저브다. 국내에서는 기본 트림이지만, 미국에서는 엄연히 스탠더드 트림 위에 위치한다. 국내 시장에서 '가성비가 뛰어나다'라는 평가를 받게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최근 국산차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일부 수입차 가격과 겹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차 또한 그렇다. 에비에이터 리저브 트림의 국내 공식 판매 가격은 8370만원으로, 제네시스 GV80과 딱 겹친다.

파워트레인은 V6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며, AWD 시스템과 로드 프리뷰 기능을 갖춘 에어 글라이드 서스펜션 등이 탑재됐다. 여기에 30방향으로 조절되는 퍼펙트 포지션 시트와 28개 스피커로 구성된 레벨 QLI 오디오, 헤드업 디스플레이, 압축도어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긴급 자동 제동을 포함한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보 및 차로 유지 장치, 충돌 회피 조향, 오토 하이빔,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360도 카메라, 자동 주차 보조 등 능동형 안전 사양도 기본이다.

외관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 디자인에서 차이를 보인다. 리저브는 링컨 스타 엠블럼을 메시 타입으로 형상화한 크롬 그릴과 스포크 형상에 두 가지 컬러를 입힌 22인치 휠이 장착된다. 휠은 주변 조명 상태나 거리에 따라 지킬 앤 하이드처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링컨은 에비에이터 실내를 '나를 위한 휴식처'라 소개한다. 1억원대 럭셔리카에서나 볼 법한 고급스러운 소재를 보기 좋게 배치했고, 퍼펙트 포지션 시트와 레벨 QLI 오디오에 대한 만족감 역시 상당하다. 시트는 고급 소파처럼 몸을 지지하고, 오디오는 들을수록 귀가 호강한다는 느낌이다.

리저브는 7인승 사양이다. 2열 시트는 앞뒤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 기능을 지원한다. 센터콘솔 뒤 작은 디스플레이를 통해 오디오 및 공조장치는 물론, 2열 열선 및 통풍 기능도 조절할 수 있다. 공조장치는 1열 좌·우와 2열, 3열 등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한다.

# 안팎으로 가장 화려한 '블랙 레이블'

블랙 레이블은 에비에이터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트림이다. 링컨코리아 역시 에비에이터를 출시하며, 존재감 있는 블랙 레이블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블랙 레이블은 링컨 스타 엠블럼을 알갱이 형태로 형상화한 메시 타입 크롬 그릴과 두 가지 컬러를 조합한 22인치 울트라 브라이트 머신드 휠, 그리고 반짝이는 크롬 사이드미러 등이 추가됐다. 또한 최근 유행인 시멘트 느낌의 크로마 캐비어 다크 그레이와 플라이트 블루 등 전용 외장 색상을 별도로 제공한다.

더불어 인테리어도 플라이트, 데스티네이션, 샬렛 등 세 가지 테마 형식을 각각 선택할 수 있다. 테마마다 가죽 색상과 그에 매칭되는 내장재 등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 테마 중 가장 화려한 것은 플라이트다. 오랜 항공 역사로부터 영감을 받은 프리미엄 사바나 가죽과 촘촘한 입자의 알루미늄 소재 등이 매칭됐다. 콘셉트카에 버금가는 화려한 실내를 접한 후 반복적으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블랙 레이블은 6인승이며, 국내 판매 모델에는 풀 리어 콘솔이 탑재됐다. 풀 리어 콘솔은 컵 홀더와 파노라마 선루프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 그리고 넉넉한 수납 공간 등이 자리한다. 수납 공간에는 A타입 및 C타입 USB 충전 단자와 조명이 위치한다.

2열 독립시트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시트 형상과 착좌감은 인상적이다. 장시간 이동에도 피로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반면, 시트가 무거워 앞뒤 슬라이딩 조절 시 많은 힘을 줘야 하며, 가운데 풀 리어 콘솔 때문에 3열 승하차가 어렵다. 또한 에비에이터의 공통된 문제로 리클라이닝 조절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 494마력 고성능 PHEV '그랜드 투어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그랜드 투어링은 렉서스 하이브리드처럼 엠블럼과 사이드 레터링 등에 파란색 포인트를 더했다. 심플한 21인치 휠을 비롯해 차량 곳곳에 친환경차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얌전하기만 한 차는 아니다. 에비에이터는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7.3kg.m의 3.0리터 V6 트윈터보 에코부스트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여기에 그랜드 투어링은 한발 더 나아가 101마력(30.6kg·m)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총 출력이 자그마치 494마력에 달한다.

그 결과, 2685kg에 이르는 육중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나아간다. 배터리도 쉽게 줄지 않고, 10km/L대의 믿기 힘든 실연비를 달성했다.

# 뒷걸음질 친 2021 연식변경 

2021년식 에비에이터는 공조장치에 자동 히터 및 환기 기능이 추가됐고, 앞서 블랙 레이블에서만 제공되던 플라이트 블루 컬러를 리저브에서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혔다.

다만, 그간 '갓성비' 소리를 듣던 기본 사양 구성이 대폭 줄어듦에 따라 이번 연식변경에 대한 평가는 불호(不好)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전 트림 기본 사양이던 소프트 클로즈 도어를 비롯해 어댑티브 스티어링 휠, 열선 윈드실드 와이퍼 디 아이서(De-Icer), 엔진룸 앞 양쪽 플라스틱 커버, 1열 크롬 장식 등이 삭제됐다.

#어떤 트림을 골라야 할까?

몇몇 옵션이 빠졌지만 에비에이터가 갖춘 장점은 여전하다. 1억원대 차량에서 접할 수 있는 고급 소재와 최신 사양을 두루 적용했다.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여유로운 힘과 한없이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제공하고, 로드 프리뷰 기능을 갖춘 에어 글라이드 서스펜션은 우아한 승차감을 완성시켰다. 탁월한 정숙성과 함께 유유자적 물 위에 있는 백조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높이고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균일하게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반전 매력도 자랑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기능 등 능동형 안전 사양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리저브만 선택해도 차고 넘치는 상품성이다. 차량 안팎의 모습이 조금 다르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3열 공간 활용을 생각하면 7인승 구성을 갖춘 리저브가 좋은 선택이다. 

비즈니스 및 의전용 차량으로 고급감을 생각하면 블랙 레이블이다. 리저브보다 98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하지만, 디자인과 소재 차이로 인한 만족감의 격차는 2000만원을 가뿐히 넘는다. 소프트 클로즈 도어를 비롯해 2열 독립시트 구성 등 남다른 상석을 갖추고 있다.

제일 몸값이 비싼 PHEV 그랜드 투어링은 대중적인 트림은 아니다. 작년에도 76대가 겨우 판매됐다.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도 30km로, 업계 평균에 살짝 못 미친다. 다만, 거주지나 회사에 충전기가 있고 가까운 도심 운행이 많다면 연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2021 에비에이터의 가격(개별소비세 할인 반영)은 리저브 8410만원, 블랙 레이블 9390만원, PHEV 그랜드 투어링 9890만원 등이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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