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세라티 '다시보기'…콰트로포르테 GTS가 선사하는 V8의 향연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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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3 09:55
[시승기] 마세라티 '다시보기'…콰트로포르테 GTS가 선사하는 V8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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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을 검게 칠한 채 숲 속 맹수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갓 출시된 신차들 사이에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당당히 발산한다. '성공한 디자인'이란 언제봐도 멋진 느낌을 전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가 꼭 그렇다.

마세라티 플래그십 세단 중 국내 최상위 모델인 GTS를 만났다. 브랜드 맏형인 콰트로포르테는 여전히 마세라티만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며 독자적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제원을 살펴보면 깜짝 놀란다. 전장은 5.26m이며, 휠베이스는 3m를 훌쩍 넘긴다. 날렵한 외모에 가려진 크기다. 제네시스 G90,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포르쉐 파나메라 등 내로라하는 플래그십 모델보다 긴 허리를 자랑한다. 리어 윈도우의 길쭉한 형상은 뒷좌석 탑승자를 배려한 럭셔리 세단임을 알린다.

콰트로포르테는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두 개 트림으로 운영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익스클루시브와 아방가르드의 차이와 유사하다. 스포티한 감성의 그란스포트 트림은 한층 공격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피아노 블랙 색상으로 마감된 센터 스포일러와 사이드 인서트,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 등이 포인트를 살린다. 커다란 차체와 어울리는 21인치 알로이 휠이 레이싱 카 혈통을 강조한다.

인테리어는 다른 마세라티 차량들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시보드 상단을 포함해 도어 트림, 센터콘솔 등에 질 좋은 가죽을 아낌없이 둘러 비싼 차라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여기에 그란스포트 트림은 리얼카본 장식까지 곳곳에 추가된다.

3170mm의 긴 휠베이스는 오롯이 뒷좌석을 위해 쓰였다. 성인 네명이 여유롭게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부족함 없다. 최상급 가죽이 적용된 그란스포트 전용 시트는 12방향 전자식으로 조절된 뿐 아니라, 크기도 넉넉해 어떠한 자세에서도 편안함을 제공한다. 덜 닫힌 도어를 스스로 닫아주는 고스트클로징 기능은 럭셔리 세단의 필수 기능이다. 또한 뒷좌석 선바이저는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공간에 대한 부족함은 없지만, 전자장비에 대한 아쉬움을 피할 수는 없다. 계기판 중앙에 자리잡은 7인치 TFT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 중앙 8.4인치 터치스크린은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다소 오래된 느낌이다.

사소한 아쉬움들은 이 차가 품고 있는 심장만으로 모두 사라진다. 콰트로포르테 GTS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3.8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다. 페라리와 공동 개발한 이 엔진은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공장에서 오직 마세라티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최고출력 530마력의 강력한 힘은 오롯이 뒷바퀴로만 전달한다. 같은 국적의 피렐리 타이어가 이를 받아내면서 0-100km/h를 단 4.7초 만에 주파한다. 계기판에는 350이라는 숫자가 나타나있지만 안전을 위해 최고속도는 310km/h에 제한된다.

최고출력은 6700rpm에서 터져나온다. 회전수를 레드존까지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 세팅이다. 일상영역에서는 200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는 풍부한 토크가 담당한다.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마치고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놀라운 만큼 조용하다. 500마력의 괴물은 힘을 숨긴 채 유유히 나아간다. 여유로운 움직임은 여느 대형 세단과 다름 없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면 가변 배기밸브가 열리며 목청을 터트릴 준비를 마친다. 페달 반응도 한층 민감해진다.

가속 페달에 힘껏 힘을 주자온 몸이 시트에 파묻힌다. 4000rpm부터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배기음은 마세라티 그 자체다. 소리가 먼저 가고 영혼이 이어서 합류하는 듯하다. 가속 페달을 오래 밟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규정 속도를 넘기기 때문에 도로가 한 없이 짧게만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충분히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지만, 고회전 엔진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패들 시프터를 활용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패들은 카본으로 마감되어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조작하는 느낌도 잘 살렸다. 패들을 당길 때마다 들려오는 '철컥' 소리는 수동 변속의 맛을 배가시킨다. 패들은 고정식으로, 휠과 패들의 간격도 꽤 넓어 마치 레이스카를 모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고속도로에 올랐다. 콰트로포르테 GTS는 고급세단의 역할도 충실하다. 기본적인 방음이 무척 훌륭해 각종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도 현저히 적다. 특히, 21인치 대형 휠과 고성능 여름용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노면 소음 대책이 훌륭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V8 엔진의 '그르렁' 소리가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괴수의 울음과 같다.

에코모드에 해당하는 I.C.E.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을 제법 깊게 밟아도 좀처럼 변속하지 않는다. 장시간 주행 시 발목의 피로를 덜어주는 요소다. 100km/h에서 1400rpm을 유지한다. 연비에 유리해 보이지만, 제 아무리 살살 달려도 V8 엔진의 먹성을 이겨내긴 어렵다. 공인 복합연비는 6.6km/L다. 장시간 이어진 정속 주행에도 연비는 두 자릿 수를 넘기기 어려웠다.

오너 드리븐으로써 콰트로포르테는 썩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쇼퍼 드리븐으로써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을 지원하지 않는 고정형이고, 암레스트에는 그럴싸한 전자장비 하나 적용되지 않았다. 억대를 호가하는 플래그십 모델에 뒷좌석 통풍이 적용되지 않은 것도 마이너스다. 넓고 편안하지만, 비싼 가격만큼의 사치를 누릴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꾸준한 연식변경을 통해 부족했던 옵션을 점차 늘려가는 모양새다. 2020년형 모델에는 정차시 시동이 꺼지는 스탑앤고 기능과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 등이 추가됐으며,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전방 충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시스템 등도 모두 포함됐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는 럭셔리 세단의 범주에 속하는 동시에, 슈퍼카의 심장까지 품은 전천후 플래그십 세단이다. V8 엔진이 주는 여유와 퍼포먼스는 마세라티만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가격은 2억4757만원이다. 만만치 않지만, 삼각별이 지겨운 대형 세단 마니아라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 하다. 만약 530마력이 부족하다면,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하드코어 모델 '콰트로포르테 트로페오'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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