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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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4 08:50
[시승기] 기아차 K5 하이브리드,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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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결혼과 출산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서킷과 와인딩 명소를 찾던 친구들은 이제 차를 볼 때 공간과 연비를 따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부러우면서도 씁쓸하다.

신혼부부 혹은 예비 부모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다. 한눈에 이목을 끄는 디자인부터 뛰어난 연비와 넉넉한 실내 공간까지 관심이 높을 만하다. 실제로 차를 구매한 이들은 생각보다 더 잘 달린다며 나홀로 새벽 드라이브에 나서기도 한다.

'좀 달렸던' 친구들이 친환경 패밀리 세단에 만족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는 새신랑이다"라고 주문을 걸고, 그 관점에서 K5 하이브리드를 살펴봤다.

# 취향을 타지 않는 디자인

3세대 K5의 외관은 1세대부터 이어진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브랜드 상징과 같은 타이거 노즈 그릴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한편, 하트비트(심장박동)라 불리는 시그니처를 적용해 감각적이고 독특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외관 디자인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 가솔린 모델의 앞범퍼는 다양한 기교를 섞어 공격적인 인상을 가미했고, 하이브리드는 보다 평평하고 와이드한 느낌으로 안정감을 추구했다. 막혀있던 그릴과 어색한 범퍼 디자인으로 친환경차란 점을 강조했던 구형 모델보다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측후면부에서는 가솔린 모델과의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팅어에 적용됐던 특유의 C필러 디자인을 비롯해 슬림하게 디자인된 테일램프와 공격적인 리어 디퓨저 등이 눈에 띈다. 테일램프 하단에 자리잡은 에코 하이브리드 엠블럼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측후면에서 하이브리드와 가솔린의 차이점을 한눈에 찾기란 쉽지 않다. 

차분한 실내는 공격적인 외관과 극명히 대비된다. 기어레버 주변에 일부 버튼을 분산 배치하고, 센터페시아를 정갈하게 구성했다. 공조 기능을 디스플레이 하단에 집중시키고, 드라이브모드 셀렉터를 기어 뒷편으로 배치해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했다.

곳곳의 디테일들은 기대 이상이다. 도어와 대시보드 트림 질감을 비롯해 앰비언트 라이트와 시트 만듦새도 만족스럽다. 어딘가 모르게 저렴했던 2세대 모델의 인테리어와 비교한다면 일취월장이다. 

2열 착좌감도 만족스럽다.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아도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나온다.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추가됐지만, 사실상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 의외의 주행성능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52마력의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돼 시스템출력 195마력을 발휘한다. 북미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2.5 터보 모델을 제외한다면, K5에 탑재되는 엔진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도 여유롭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예상보다 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한층 예민하게 반응하는 엔진까지 여느 고성능 세단 못잖은 움직임이다.

배터리로 인한 무게배분 탓일까. 코너가 반복되는 고갯길에서도 절도감 있게 움직인다. 차체 꽁무니가 뒤늦게 따라오는 전륜구동 특유의 이질감은 온데간데 없다.

일반적으로 운전의 재미와 연비는 반비례한다. 다만, 이 말은 K5 하이브리드에서는 성립하지 않았다. 시승차의 복합공인연비는 18.8km/l이다.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 고갯길을 반복해서 달렸지만, 실연비는 19km/l에 육박했다. HDA 기능을 포함한 ADAS를 켜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순간 연비는 22km/l 인근까지 치솟는다.

패밀리세단에 걸맞게 승차감도 만족스럽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동력 변환 과정은 매끄럽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로드노이즈도 상당부분 억제됐다. 6단 자동변속기도 부드럽게 반응한다.

단점도 분명하다. 2.0 엔진의 회전질감은 거친 편이다. 배터리 충전 상태에 따라 EV모드 개입 범위가 일정치 않은 것도 불만이다. 배터리 용량과 관계없이 균일한 성능을 내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교된다.

# 다 좋은데, 비싸다

K5 하이브리드는 200마력에 육박하는 시스템 출력과 그에 상응하는 퍼포먼스, 여기에 뛰어난 연비와 호·불호 없는 디자인까지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다. 스타일과 경제성은 물론, 실속까지 챙길 수 있으니 패밀리카로서 이만한 차가 없다.

다만, 가격이 고민이다. 2021년형 K5 하이브리드의 최상위 트림은 3365만원(세제혜택 후 기준)이다. 여기에 내비게이션과 드라이브와이즈 등 주요 사양을 넣으면 가격은 3862만원까지 치솟는다. 취등록세와 기타 비용을 더하면 4000만원을 훌쩍 넘긴다. 한 체급 위 준대형 세단이 아른거린다. 결국 시승에 앞서 스스로 건 주문은 신차 견적서 한장에 확 풀려버렸다. 패밀리 세단은 아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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