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19금부터 호러까지…"자동차 광고에도 장르가 있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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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10 09:00
[주말의 MG] 19금부터 호러까지…"자동차 광고에도 장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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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광고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 명확한 메시지만 간결하게 전하는 것부터 등골이 오싹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성적인 유머 코드를 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 번쯤 화제를 모았던 자동차 광고를 장르별로 정리해봤다. 

# 사랑과 열정의 이탈리아

피아트 500X 광고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성욕, 이른바 19금 코드로 접근했다. 성에 대한 관심을 유쾌한 형태로 상품에 연관시켜 관심을 이끌어냈다.

광고 영상의 제목은 파란 약을 뜻하는 '블루 필(blue pill)'. 시청자로 하여금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연상시키는 한편, 광고 전반에 걸쳐 이탈리안 섹시 코미디 형태로 꾸렸다.

광고는 어느 노부부의 뜨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화장실에서 파란색 알약을 먹으려 하지만, 약은 밖으로 떨어져 피아트 500의 주유구에 들어간다. 500의 차체가 이내 커지며 500X로 바뀌었고, 당황하는 운전자와 추파를 보내는 여성들, 그리고 '더 크고 강력하다'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특유의 재치로 유쾌함을 놓치지 않았다.

# BMW·벤츠의 유쾌한 디스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스전'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전통의 라이벌인 두 브랜드가 서로에게 시시콜콜한 장난을 걸며 친숙한 이미지를 한층 높인다. 

메르세데스-벤츠 악트로스가 BMW 5시리즈를 운반하는 사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 속 카피는 "메르세데스-벤츠도 '운전의 즐거움(BMW)'을 배달할 줄 안다"고 적혀있다. 

물론, 이견도 있었다. 얼핏 악트로스의 광고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에서는 "BMW는 우리가 없으면 차량 운반도 못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두 라이벌의 오랜 '디스전'은 최근까지 이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6년 BMW 브랜드 출범 100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를 통해 "지난 100년 간 경쟁에 감사드린다"고 밝히며, "사실 그 전 30년은 좀 지루했다"고 말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출범 연도는 1886년으로, 1916년에 출범한 BMW보다 정확히 30년 앞선다. 

BMW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BMW는 2019년 다임러AG 회장직에서 은퇴한 디터 제체 헌정 광고를 선보였다. 영상 속 제체 회장은 “마침내 자유로워지다”라는 문구와 함께 BMW i8을 타고 나오는 반전을 보여준다. 물론, BMW는 디터 제체에게 "수년간 이어진 고무적인 경쟁에 감사드립니다"라며 품격은 놓치지 않았다.

# 현대차는 호러 마니아

현대차는 호러 코드를 접목한 광고를 수차례 선보였다. 광고 업계에서 금기시되는 귀신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가장 오래된 작품은 2011년 현대차 유럽법인이 공개한 1세대 벨로스터 광고다. 서양판 저승사자인 리퍼가 등장하는 영상은 비대칭 도어가 적용된 벨로스터의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잘 살렸다. 다만, 유럽 현지에서 광고의 정식 상영은 금지됐다. 차에 치이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이었다.

두 번째는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소비자가전전시회(CES)다. 세 명의 운전자가 어두운 길에서 아이오닉을 운전하던 중 갑자기 귀신이 등장하는 상황을 그렸다. 전직 SWAT 요원과 베테랑 운전자가 급격히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위험한 장면을 연출한 반면, 귀신을 보고 기절한 연구원의 경우 차량이 긴급 제동을 하고 다시 스스로 주행을 이어간다. 이 광고는 '사람은 놀라도 기술은 놀라지 않는다'는 카피로 마무리된다.

최근 공개된 현대차 쏘나타 N라인 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자동차와 귀신의 만남을 유쾌하게 풀어냈고, 쏘나타 N라인에 탑재된 고성능 기술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당초 4부작 구성으로 인터넷에서만 배포됐지만, 온라인에서 인기를 바탕으로 TV에서도 방영됐다.

현대차는 공포를 해학으로 풀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어려운 기술 내용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 점도 긍정적이다. 

# 볼보트럭, CG 없는 리얼 블록버스터

볼보트럭은 그 흔한 CG 하나 없이 아찔한 장면을 연출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대표적인 영상은 2013년 공개된 '에픽 스플릿(Epic Split)'이다. 과거의 액션스타 장 클로드 반담이 두 대의 트럭 사이에 서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트럭의 질주에도 한 치의 떨림 없이 근엄하게 서있는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해당 콘텐츠는 유튜브에서만 1억회 이상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트럭의 실고객층에겐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로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층에게는 생소하지만 독특한 연출로 관심을 끌었다.

볼보트럭의 아찔한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브랜드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까지 발벗고 나섰다.

장 클로드 반담의 광고 이후 당시 볼보트럭 클라스 닐슨 사장은 '더 훅(The Hook)' 이라는 광고에 출연한다. 볼보 FMX에 적용된 견인고리의 성능을 소개하기 위해 바다 한복판에 매달려있는 트럭에 올랐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후임자인 로저 알름 사장도 도전 정신(?)을 이어갔다. 지난해 공개된 광고 '더 타워(The Tower)'에는 3대의 트럭을 쌓아올린 채 주행하는 볼보트럭의 모습이 나온다. 안정적으로 주행하고 있는 트럭들과 자신있는 표정으로 폭풍우에 맞서는 알름 사장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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