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718 GTS 4.0, '뜨거운 안녕!'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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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2 09:00
[시승기] 포르쉐 718 GTS 4.0,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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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한 시대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타이칸부터 마칸 전기차까지 전동화 시대 바쁜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도 화끈한 팬 서비스를 마련했다. 그 주인공은 브랜드 정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로드스터 718 GTS 4.0이다. 

신차는 4.0리터 6기통 자연흡기 박서 엔진을 탑재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기모터와 과급기가 당연시된 지금, 여느 슈퍼카보다도 접하기 힘든 진귀한 엔진이다. 여기에 포르쉐 특유 운전의 재미까지 더해졌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718 GTS 4.0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낮게 깔린 자세와 매끈한 유선형 차체,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측면의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 등 전형적인 포르쉐 미드십 로드스터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GTS 4.0'라고 새겨진 측면 데칼과 배기 파이프가 눈에 띈다. 블랙 컬러로 처리된 스포츠 디자인 프런트 에이프런, 에어 인테이크, 리어램프 렌즈 등도 바뀐 요소다. 실내에는 시트와 A필러 등에 알칸타라 소재를 적용하고, 실내 트림은 검은색으로 처리했다. 요란한 성능과 대비되는 심플한 구성이다.

여기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와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가 내장된 7인치 터치스크린 등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됐다. 스마트키와 실내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톱은 60km/h 이내에서도 제법 빠르게 여닫힌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407마력, 최대토크 43.9kg.m의 4.0리터 6기통 자연흡기 박서 엔진이 탑재됐다. 6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이지만, 국내 판매 사양은 7단 PDK가 적용됐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0초, 200km/h까지 13.7초만에 주파하며 최고속도는 288km/h에 달한다.

시동을 거는 순간 내뱉는 강렬한 배기음이 일품이다. 어딘가 모르게 영 텁텁한 느낌을 주는 터보 엔진과는 결이 다르다. 중립 기어를 놓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에 살며시 발을 올리면, 자연흡기 엔진의 시원한 소리에 푹 빠진다. 주차장에서 배기음을 감상하느라 연신 페달을 밟게 된다. 이렇게 훌륭한 음악 덕분인지 보스 오디오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한 상태에서 가속을 전개하면, 엔진회전수는 7800rpm까지 치솟는다. 날카롭게 쏟아지는 엔진음과 그에 상응하는 출력까지 운전자가 고회전 영역을 적극 사용하게 만든다.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등과 같은 과급기가 없어도 강렬하다. 오히려 가속 과정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터보 엔진의 강한 토크에 놀랄 일도 없고, 재가속 하는 과정에서 터보랙 현상으로 멈칫할 필요도 없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토크 벡터링,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전자식 댐퍼 컨트롤 등이 치열한 계산을 시작한다. 어떤 환경에서든 결과값은 동일하게 산출된다. 제동 시 노즈 다이브 현상은 억제되고 코너를 돌아나가는 내내 자세 한번 흐트러지지 않는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찰나에 무게 중심은 운전자와 같이 이동하는 느낌이다. 덕분에 차와 한 몸이 된듯 차체 거동을 충분히 예측하고 여유롭게 다음 코너를 바라볼 수 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 속 로봇처럼 운전자가 움직이는대로 정직하게 반응한다. 

그 진가는 핸들링이 반복되는 고갯길에서 더욱 드러났다. 특히 힐 클라임이 일품이다. 고갯길을 오르는 상황에서 무게 중심은 자연스레 뒤로 이동하고, 그 하중은 뒷바퀴를 꽉 붙잡아준다. 덕분에 거칠게 몰아붙여도 좀처럼 꽁무니가 흔들리지 않는다. 저단 기어에서 고회전 엔진의 맛을 느끼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로드스터'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 조합을 볼 날은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량을 높여야 출력이 강해지는 자연흡기 엔진에게는 난제다. 결국, 더 이상 4리터 이상의 대배기량 스포츠카를 보는 것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다운사이징을 넘어 전동화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전기 모터나 과급기 없이 순수한 엔진 만으로 달리는 것은 이제 로망의 영역이다. 그 누군가에게 718 GTS 4.0은 타이칸이나 918보다 더 깊은 가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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