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범생의 메이크오버' 토요타 뉴 캠리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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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18 09:00
[시승기] '모범생의 메이크오버' 토요타 뉴 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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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예상을 벗어난 반전에 더 크게 자극을 받고 반응한다. 그간 단정하고 조용한 모범생이었던 토요타 캠리도 이번에는 제법 멋을 부리고 등장했다. 꾸밀 줄 모르던 모범생의 메이크오버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 아빠차가 아닌 오빠차!

신형 캠리의 외관 디자인은 XSE와 XLE 두 가지로 나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한층 스포티한 인상을 갖춘 XSE다. 지난해 한정 판매된 XSE 트림은 북미 전용 모델로, 올해 국내 판매 라인업에 정식으로 편입됐다.

신차는 한눈에도 강렬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갖췄다. 과거 캠리의 무난하고 평범한 이미지와 정반대다. 더 크게 입을 벌린 라디에이터 그릴은 메쉬 타입 그릴과 허니콤 패턴을 가미해 한층 스포티해진 느낌이다. 후면부에 더해진 립 스포일러와 바디킷도 공격적인 느낌을 더한다. 새롭게 적용된 스포크 타입 18인치 휠도 조금 부족했던 부분을 말끔히 채웠다.

문제는 각 부문의 변화가 조화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로따로 보면 매력적인 디자인이지만, 한데 섞고 보니 어색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측면부다. 메인 캐릭터 라인을 중심으로 네 개의 라인이 주변을 통과한다. C 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을 비롯해 벨트 라인에서 후륜 펜더로 이어지는 선, 전후륜 펜더를 비스듬이 연결한 라인, 그리고 로커패널 디테일까지 조금 어지러울 정도다. 

상대적으로 실내는 차분함을 유지한다. 몸을 착 감싸는 시트 착좌감부터 사소한 버튼의 조작감까지 오래 운전하는듯 익숙한 느낌이다. 여기에 비대칭 형태로 설계된 센터페시아와 패들 시프트를 더해 멋을 부렸다. 

실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롭게 적용된 플로팅 타입 9인치 디스플레이다. 레이아웃은 한층 깔끔해졌고, 화면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최대 4분할로 사용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한다.

국내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에는 아쉬운 점도 많다. 수동으로 조절하는 조수석 시트부터 1열 통풍 및 2열 열선 기능을 선택할 수 없다. 여기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빠져있다. 이는 국산차는 물론, 글로벌 경쟁 차종인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도 볼 수 있는 사양이다.

# 편안한 승차감과 의외의 핸들링

캠리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 그리고 e-CVT 무단변속기가 결합된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11마력, 최대토크는 22.5kg.m이며, 복합연비는 18인치 휠 기준 17.1km/L를 인증받았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정숙성이다. 전기 모터가 작동되는 상황은 물론, 엔진 개입도 자연스럽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반복해서 작동하는 상황에도 직결감은 훌륭하다. 발을 조금만 세밀하게 움직인다면, 100km/h 인근까지 전기모터만으로도 가속할 수 있다.

물론, 변속기도 한 몫을 한다. 매끄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엔진 출력을 충분히 이끌어낸다. 무턱대고 엔진 회전수만 높여 출력을 뽑아내는 여타 CVT와 결이 다른 모습이다. 

약간의 내리막 고속 구간에서는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AGC) 덕을 톡톡히 봤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감속은 매우 더디게 이뤄진다. 반대로 재가속하는 상황에서는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다. 

승차감은 전형적인 세단이다. 푹신한 느낌이 강하다.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 정도는 여느 고급차처럼 능숙하게 넘겨버린다. 단단한 독일차 성향을 따라가는 국산 세단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그렇다고 마냥 물렁물렁한 느낌은 아니다. 편안함과 별개로, 날카로운 핸들링 실력도 겸비했다. 스티어링 휠을 천천히 돌릴 때와 급격하게 조작할 때의 감각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 그 와중에 코너링과 차선 변경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다. 저중심 설계 플랫폼 TNGA와 뒷좌석 하단에 위치한 배터리팩이 낮은 무게중심 구현에 한몫을 한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한층 더 치밀해졌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기능을 비롯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에는 곡선 감속 기능과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이 더해졌다. 차로 이탈이 감지된 이후 차체를 안쪽으로 집어넣던 기존 방식에 비하면 일취월장이다.

# 그 명성에 비해 2%가 아쉽다 

캠리는 명성에 걸맞는 주행 성능과 연비를 바탕으로, 이제 파격적인 디자인 선택지까지 제공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까지 한층 강화하는 등 최근 제품 트렌드도 적극 반영했다.

다만, 2% 부족한 옵션이 걸린다. 경쟁 차종들이 갖춘 일부 고급 사양의 부재가 크다. 시승차 가격은 4357만원으로, 경쟁 모델인 어코드 하이브리드(4570만원)보다 213만원이나 저렴하다. 약간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고급 사양을 더했다면 어땠을까.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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