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링컨 네비게이터, 근육질의 럭셔리 SUV…"일단 타봐!"
  • 권지용
  • 좋아요 0
  • 승인 2021.07.07 09:00
[시승기] 링컨 네비게이터, 근육질의 럭셔리 SUV…"일단 타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링컨코리아가 나날이 높아져 가는 SUV의 인기에 비장의 무기를 선보였다. 바로 풀사이즈 SUV 네비게이터다. 5.3m가 넘는 덩치가 선사하는 압도적인 분위기는 물론, 최근 트렌드인 차박과 캠핑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드넓은 공간의 이점까지 갖췄다.

다만, 일각에서는 차가 너무 큰 나머지 도심 및 일상에서는 다소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낸다. 풀사이즈 SUV는 정말 국내 도로 환경에는 맞지 않을까? 프리미엄 대형 SUV의 원조, 링컨 네비게이터를 타고 서울 곳곳을 누벼봤다.

네비게이터는 한 눈에 봐도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거대한 덩치는 주변의 모든 차를 한 체급 더 작아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포드 익스페디션, F-150 등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네비게이터의 제원은 전장 5335mm, 전폭 2075mm 전고 1940mm, 휠 베이스 3110mm 등에 달한다. 길이도 길지만, 무엇보다 큰 키 덕분에 더욱 커보인다.

도어를 열면 전동식 큼지막한 사이드스탭이 부드럽게 전개되며 탑승객을 맞이한다. 여타 어정쩡한 크기의 고정형 발판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거대한 덩치는 고스란히 실내 공간으로 이어졌다. 스티어링 휠부터 시트, 콘솔까지 각각의 요소가 큼직큼직 시원시원하게 자리잡고 있다.

뒷좌석 공간도 넓직하다. 2열 독립시트 사이에는 1열과 유사한 콘솔이 자리한다. 커다란 창문과 파노라믹 선루프, 넉넉한 팔걸이 등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실내 환경을 조성했다. 특히, 3열은 성인 세 명이 앉기에도 부족함 없다. 3열을 펼치고도 트렁크에 기내용 캐리어를 넣을 수 있다.

네비게이터는 최고출력 457마력, 최대토크 71kgf·m를 발휘하는 3.5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6.2리터 V8 엔진과 비교하면, 3496cc 배기량이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의외로 출력과 토크는 네비게이터가 더 높다.

시동을 걸자 묵직한 배기음이 들려온다. 무게감 있는 음색이 커다란 덩치와 꽤 잘 어울린다. V8 엔진이 아닌 것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시종일관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2.8톤이 넘는 중량이 느껴지지만, 여유롭게 극복하며 밀어부친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 10단 자동변속기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항속기어에 물려있는 상황에서 킥다운 기능을 활용하면 순식간에 단수를 뚝 떨어트리며, 언제든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다. 다만 기어 단수가 너무 많아 시프트 패들을 활용한 수동 변속 상황에는 가끔씩 혼동될 때가 있다.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 주차된 네비게이터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 주차된 네비게이터

가볍게 서울 시내를 돌아본 뒤 대형마트와 쇼핑몰 투어에 나섰다. 거대한 차체는 도로 위에서 제왕이 된 듯한 느낌을 줬지만, 길이 좁아질수록 불안감으로 변했다. 평소 안중에도 없던 높이제한 표지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혹시나 어디에 닿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주차장을 진입했다.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 총 여덟 곳의 주차장을 들렀지만, 모두 진입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특히 주차장 입구가 좁기로 소문난 강남의 모 복합쇼핑몰도 큰 어려움 없이 진입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대차 스타렉스와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제네시스 G90 등이 함께 한다. 이들이 갈 수 있는 장소면, 풀사이즈 SUV도 문제가 없겠다.

서울 시내를 벗어나 자유로를 달렸다. 노면 소음은 물론, 풍절음까지 잘 잡아내며 정숙한 실내를 유지한다. 소음측정기로 측정해보니 90km/h 정속 주행에서 62~64dB을 기록했다. 이는 고급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방음 대책에 관해 후한 점수를 매긴다.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도 훌륭하다. 특히, 볼륨을 크게 높여도 넓은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며 고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다만, 오랜 시간 복잡한 도심 운전으로 인해 피로감은 다소 느껴진다. 출렁거리는 전형적인 프레임바디 승차감은 멋진 외관과 고급스런 실내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 앞뒤로 출렁이는 피칭이 꽤나 거슬린다.

링컨 네비게이터는 프리미엄 대형 SUV의 포문을 연 선구자다.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안정감, 브랜드 특유의 아메리칸 럭셔리, 그리고 예로부터 큰 차량에 대한 포드·링컨의 노하우가 곳곳에 자리한다. 네비게이터의 국내 출시 가격은 1억1840만원이다. 최근 풀체인지를 거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눈 앞에 아른거리지만, 3500만원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네비게이터를 다시금 살펴보게 된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