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전기차 충전요금, 오르는게 당연하다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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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3 09:45
[전승용 칼럼] 전기차 충전요금, 오르는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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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요금 인상과 관련해 부정적인 기사가 많네요. 충전요금이 갑자기 2배~4배 오른다니.. 충전요금이 올라 전기차가 뒤집어졌다느니.. 잘 나가는 전기차의 발목을 잡았다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온갖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무섭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팩트체크부터 하겠습니다. 먼저 전기차 충전요금이 오른다를 살펴보죠. 전기차를 구매한, 또는 구매할 예정인 소비자에게는 오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오르는게 아니라 돌아가는 겁니다. 깎아줬던 가격을 다시 원래대로 받는다는 것이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2017년 전기차 특례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전기차 충전 요금에 대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와 함께 차량 보급 및 시기에 맞춰 혜택을 줄이겠다는 '일몰제'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충전요금 할인 폭이 50%에서 30%, 30%에서 10%, 10%에서 0%로 줄어드는 것이죠.  

원래대로라면 2019년 12월 끝났을 요금 할인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던 겁니다. 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여기에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2022년 6월까지 2년 6개월의 유예를 준 것이죠. ‘권리’가 아니라 일종의 ‘호의’였음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탈원전 때문에 충전요금이 올랐다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저희 모터그래프 박홍준 기자가 기사를 썼으니 저는 간단히 핵심 내용만 짚겠습니다.

2016년 원자력 발전량은 2만3116MW(메가와트)였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얼마였게요? 2만3250MW로, 줄어들기는커녕 134만MW 늘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전체 발전량이 줄었냐? 그것 역시 아닙니다. 우리나라 총발전량은 2016년보다 22%나 증가했습니다.

전체 발전량을 늘리면서 원자력 비중을 줄이는 정책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원자력 발전량은 비슷하지만 총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1.8%에서 작년 17.9% 3.9%p 감소했습니다. 대신 풍력과 수력,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비중이 7.5%p나 증가했고요. 특히, 블랙아웃 등을 대비한 예비 발전 설비도 31% 증가했습니다. 탈원전으로 인해 충전요금이 올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네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충전 요금이 올랐든, 그게 탈원전 때문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에 대한 지원금(보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도 당연합니다.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지원해줘야 하는 총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죠. 

전기차가 처음 나왔을 때 보조금이 얼마인지 기억나시나요? 2013년으로 기억하는데요.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에 지자체 보조금 500~800만원, 여기에 600~800만원 상당의 완속충전기까지 지원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환경부 보조금이 최대 800만원으로 줄었죠. 이마저도 차량 가격에 따라 6000만원 미만, 6000~9000만원 미만으로 나눠서 줍니다. 9000만원 이상인 전기차는 아예 보조금을 못 받고요. 지자체 보조금 역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충전기 지원금도 같은 운명이죠. 

그렇다고 전기차에 지원하는 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이 줄었냐? 그것 역시 아닙니다. 전체 예산은 늘었지만, 그 예산을 줘야 할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1인당 지원금이 낮아진 것이죠. N분의 1 아시죠? N이 무지막지하게 많아진 겁니다.

충전요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적자를 감안하고 진행했던 건데요.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혜택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 것이죠. 실제로 충정요금 인하가 내년 6월까지 유예되면서 한국전력이 떠안은 부담금만 608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물론, 전기차 충전요금 안정화는 필요합니다. 온갖 혜택과 할인으로 전기차를 팔아놓고 이제와서 나몰라라 하면 안되겠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환경부 등이 운영하는 공용 충전 인프라를 더욱 확장하는 것일 듯하네요. 민영 충전업체가 요금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도록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하는 것이죠. 할인 혜택이 끝나는 내년 7월 이후에도 계속 충전요금 급격히 오른다면 소비자들에게 큰 저항을 받을 겁니다. 

전기차 오너님들도 너무 억울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수’의 전기차에 지원된 모든 예산은 전기차를 사용하지 않는 ‘다수’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거니까요. 비싼 전기차를 사는 것은 선택이지만, 세금은 선택이 아니잖아요. 뭐, 충전 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앞으로 꽤 오랫동안 내연기관보다 저렴한건 사실일테니까요. 그들은 엄청난 유류세 내면서 잘 타고 다닙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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