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가장 무거운 차 TOP10, "돈 더 내!"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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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5 14:13
[이완 칼럼] 가장 무거운 차 TOP10, "돈 더 내!"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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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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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중형 세단의 공차중량은 1500kg 전후입니다. 많아도 1700kg 근처라 할 수 있죠. 완성차 업체들이 공차중량에 민감한 것은 무거운 차체가 가져오는 좋지 않은 영향들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무게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합니다.

사람도 몸이 가벼우면 움직임이 경쾌해지듯 차 또한 그렇습니다. 운동성능이 향상되는 건데요. 가속 능력, 코너링, 제동력에 다 영향을 줍니다. 차체 내구성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죠. 가벼운 차의 내구성이 더 좋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엔진이 힘을 덜 쓰니 연비효율이 좋고, 그와 비례해 배출가스도 줄게 됩니다. 나쁠 게 없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카본과 같은 고가의 소재가 차체 제작에 많이 쓰인다 / 사진=BMW

그런데 자동차 시장 전체로 보면 평균 무게 감소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SUV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 무겁고 덩치 큰 SUV에 페널티를 주겠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게 화제입니다.

독일 튀빙엔(Tübingen)시는 최근 무게 1800kg 이상의 엔진 자동차, 그리고 2000kg 이상의 전기차에 대한 주차 요금을 더 받기로 했는데요.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이 기준에 걸릴 만한 모델이 제법 됩니다. 예를 들어 현대 아이오닉5의 공차 중량이 1950kg인데 최대 2000kg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아이오닉5보다 더 큰 중형급 이상의 전기 SUV 등은 말할 것도 없겠죠?

배터리 무게 등으로 중형급 이상 전기차는 중량이 많이 나간다 / 사진=아우디

그리고 엔진 자동차의 경우 1800kg 이상은 대체로 SUV가 해당이 됩니다. 비록 독일의 한 도시가 시행하려는 정책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가나 지자체가 많습니다. 만약 실제로 이 정책이 시행이 되고, 그리고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더 많은 곳에서 비슷하게 따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차 중량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먼저 기사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인터넷 매체 '모터1' 프랑스판에는 '가장 무거운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양산되는 모델 중 가장 무거운 승용차가 어떤 것들인지 소개하는 짧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공차중량 기준인데, 어떤 차들이 이름을 올렸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10위 : 레인지로버 5.0 V8 SV 오토바이오그라피 LWB (2523kg)
9위 : 포르쉐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쿠페 (2535kg)
8위 : 벤틀리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2573kg)
7위 : 메르세데스 GLE 350 de 4매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580kg)
6위 : 랜드로버 디펜더 110 5.0 V8 (2603kg)
5위 : 메르세데스 GLE 350 de 4매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쿠페 (2615kg)
4위 : 아우디 e-트론 스포츠백 (2620kg)
3위 : 롤스로이스 컬리넌 (2660kg)
2위 :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 (2670kg)
1위 :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GLS 600 4매틱 마일드 하이브리드 (2710kg)

마이바흐 GLS 600 / 사진=다임러

1위부터 10위 중 롤스로이스 두 개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 SUV입니다. 일반적인 중형차 공차중량과 비교하면 마이바흐 GLS의 경우 거의 81% 더 무겁습니다. 보통 무게가 10% 증가하면 연비는 최소 4%에서 최대 8% 이상까지 늘어난다고 헙니다. 무게에 따른 연비효율이나 배출가스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올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기사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순히 연비효율과 같은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즘 유럽 분위기 때문입니다. 파리나 베를린 같은 도시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자동차 차로를 줄이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한속도 역시 최대 50km/h였던 구간을 40km/h로, 또 30km/h로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동차 운전자를 압박(?)하고 있죠.

프랑크푸르트 도시 곳곳의 차로가 줄고 제한속도가 낮아지고 있다 / 사진=이완 

당연히 차량 정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운전자는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 또는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게 더 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 유럽엔 배출가스 문제로 엔진 자동차를 퇴출하고 전기차로 방향을 잡은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자동차 수요 자체를 줄여 도시 교통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자동차 무게에 따른 주차료 인상은 이런 흐름 속에 등장한 정책인 것입니다.

이미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환경친화적인 도시, 또 슈투트가르트처럼 교통이 혼잡한 독일의 도시 등은 튀빙엔시처럼 주차요금 인상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도입하려는 도시는 더 늘 거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영주차장 이용료를 올리고 대중교통 이용 비용을 낮춰 도시의 '기후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데, 지자체의 의지가 무척 강해 보입니다.

차로는 줄고 있고, 제한속도는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무거운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에겐 주차료를 더 받겠다고 합니다. 갈수록 도시 안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게 비용과 편의성, 그리고 이동 효율성에서 손해라는 것을 운전자들은 느끼게 될 것입니다. 정책이 이를 강하게 유도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완
사진=이완

시민들 또한 점점 더 이런 정책에 호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과연 운전자들 반발을 이겨내고 유럽의 도시 교통 정책은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시나브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 탈자동차 정책'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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