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컨버터블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철에 만난 매력덩어리 4대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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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9 17:49
[시승기] '컨버터블의 계절이 돌아왔다!' 제철에 만난 매력덩어리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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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드는 선선한 날씨, 바야흐로 '컨버터블의 계절'이 돌아왔다. 컨버터블은 뜨거운 여름과 혹한의 겨울에도 그 매력을 발휘하지만, 쾌적한 날씨가 더해진다면 재미와 만족은 훨씬 더 커진다.

모터그래프가 구동 방식부터 엔진 출력까지 각기 다른 4종의 컨버터블을 모아봤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100~400마력대 컨버터블 4종을 타고 늦가을 강원도 배후령 고갯길을 달렸다.

# 마쯔다 MX-5 '가벼움이 무기다!'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가벼운 몸놀림'과 '뒷바퀴 굴림 방식', 그리고 '수동 변속기의 손맛' 등을 뽑을 것이다. 여기에 루프를 여는 재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를 모두 만족하는 차가 마쯔다 MX-5다.

일부 지역에서는 '미아타'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MX-5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로드스터(2인승 오픈 스포츠카)로 유명세를 펼치고 있다. 사치는 덜어내고, 오롯이 운전의 즐거움만을 지향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북미 지역 기준 2만~3만 달러)도 국제적인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MX-5는 한눈에 봐도 작고 아담한 차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날렵한 스포츠카의 자세는 유지하면서, 크기를 대폭 줄인 모습이 독특하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어 이국적인 느낌까지 더해진다.

프런트 미드십 엔진은 안정적인 운동 성능에 이바지하는 레이아웃이다. 그렇다고 무게까지 황금비율로 나뉜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탑승해야만 비로소 앞·뒤 50:50의 무게 배분을 완성한다. 운전자의 몸무게까지 고려한 극도의 경량화다.

지붕은 운전자가 직접 열어야 한다. 사람 손으로 조작하지만, 그 방식은 자동식 소프트톱과 동일하다.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뒤로 젖혀 고정한다. 방법도 간단해 익숙해진다면 수초만에 지붕을 열어젖힐 수 있다. 대부분 컨버터블의 자동 개폐 시간이 10초 내외라는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다.

단, 달리면서 여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거센 공기 저항에 지붕을 제대로 다루기가 어려울 뿐더러 시선을 빼앗겨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제대로 결합되지 않을 경우 파손 가능성도 크다. 운전자에게도 자동차에게도 여러모로 좋지 않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라도 안전하게 정차한 뒤 닫는 편이 좋겠다.

여기에 MX-5는 갈수록 만나기 어려운 수동 변속기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 6단 수동 변속기와 수동식 지붕 덕분일까. 불필요한 모터를 덜어낸 MX-5의 공차중량은 1030kg에 불과하다. 약간의 경량화 작업만 더 거치면, 무리 없이 '언더톤(공차중량 1톤 미만)' 세팅이 가능하다.

MX-5의 심장은 스카이액티브라 불리는 2.0리터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맡는다. 최고출력 184마력과 최대토크 20.9kgf·m를 발휘하는데, 수치만 본다면 폭발적인 가속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MX-5의 매력을 숫자로만 평가한다면 곤란하다.

스카이액티브 G엔진은 최고출력이 무려 7000rpm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회전 성향이다. 지연 반응 없는 자연흡기 엔진을 아주 높은 회전수까지 마음껏 요리할 수 있다. 순간적인 가속력을 이용해 가벼운 차체를 쉽게 미끄러뜨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또한 이번에 모든 4대의 컨버터블 차량 중 유일하게 전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채용했다. 출력은 가장 약하지만 구성만큼은 슈퍼카 못지 않다.

다만 고속 코너링은 제한적이다. 잘 버티는 듯 싶다가도 한계에 도달하면 느닷없이 밸런스가 무너진다. 시승차의 타이어 컨디션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가 가벼워 높은 횡가속을 버티지 못한다. 출력과 운동 성능 등을 종합해보면, MX-5는 중저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로드스터다.

천정을 열고 달리는 경량 수동 스포츠카의 매력은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식 수입이 되지 않는 만큼 국내에서 병행수입 업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은 3000만원대 후반에서 4000만원 초반대까지 오른다.

# 일상에서 빛나는 미니 컨버터블 JCW

귀엽고 깜찍한 외모와 시원한 달리기 실력, 그리고 지붕을 열 수 있는 재주까지 겸비했다. 바로 미니 컨버터블 JCW다. 이날 모인 차량 중 유일하게 뒷좌석을 갖춘 만큼, 실용성까지 기대되는 차량이다.

유독 낮은 차들 사이에 있으니 한 덩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니 출신답게 가장 짧고 좁다. 본판은 3도어 미니 해치백이다. 톱을 닫아도 예쁜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다른 스포츠 컨버터블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개방감이 새롭다. 운전석에서 주변 시야로 들어오는 하늘이 가장 넓게 보인다. 그럼에도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은 가장 적다. 바짝 서있는 A필러 덕분이다.

이는 공기역학적으로 불리하겠지만, 데일리카로서는 큰 장점이다. 고속도로에서도 바람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에서도 소프트톱을 자주 여닫을 필요가 없다.

미니 컨버터블 JCW의 최고 장점은 바로 '속도감'이다. 실제 가속력보다 몸에 전해지는 속도감이 훨씬 더 빠르다. 작은 차체와 더불어 주변 시야로 지나가는 정보의 양이 많아 그 체감은 더 크다. 속도를 크게 높이지 않아도 쾌적한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

단점을 꼽자면, 저속에서만 소프트톱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자동 소프트톱은 대부분 50km/h 이내에서 여닫을 수 있지만, 미니 컨버터블 JCW는 30km/h 이하에서만 작동한다. 작은 차이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답답함이 생각보다 크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6kgf·m를 발휘하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에는 6.5초가 소요된다.

231마력이라는 출력은 무작정 감탄사가 나오기에는 살짝 부족하다. 고성능 전문 디비전인 존 쿠퍼 웍스(JCW)의 손길이 닿았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작은 차체를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데는 충분하다. 여기에 변속할 때마다 후적음이 펑펑 터져나오며 감성을 자극한다. 쿠퍼나 쿠퍼 S 모델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곳곳에 JCW 전용 부품을 적용하고 배기 볼륨을 키워 주행 감성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신 변속기의 반응 속도도 꽤나 빠르다. 듀얼 클러치가 아닌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임에도 스포츠 주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기본 타이어인 피렐리 신투라토 P7은 한계점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장한다.

미니 컨버터블은 브랜드 개성을 갖추고 JCW만의 주행 감성까지 살렸다. 여기에 2열을 갖춘 4인승 형태인 것과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의 양이 눈에 띄게 적었던 점을 생각하면, 일상 생활에서도 부담없이 하늘을 맞이할 수 있다. 직접적인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는 데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국내 판매 가격은 5640만원이다.

# '로드스터'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BMW Z4 M40i

낮은 차체와 길쭉한 보닛 라인을 가진 2인승 오픈카. BMW Z4는 로드스터라는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린다. 경쟁자를 압도하는 포스와 함께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Z4는 1세대 소프트톱, 2세대 하드톱을 거쳐 3세대에서 다시 소프트톱으로 돌아왔다. 자동차 마감 기술이 발전한 지금, 굳이 무거운 하드톱을 추구할 이유를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도 오픈카는 소프트톱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열고 닫히는 속도가 월등히 빠를 뿐만 아니라, 닫혀있을 때도 오픈카임을 드러내기 좋다. 멋있는 차는 존재감을 숨길 필요가 없다.

의외로 4대의 차량 중 소프트톱을 닫았을 때 실내가 가장 아늑했던 차가 Z4였다. 더 작은 MX-5나, 동글동글한 미니, 비슷한 형상의 718 박스터가 있지만, Z4는 운전자를 더 포근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예상보다 더 안락한 시트와 운전자 중심 인테리어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감성일까. 그럼에도 가파르게 누워있는 A필러와 바닥에 붙은 시트 포지션은 이 차가 스포츠카임을 잊지 않게 만든다.

50km/h 속도로 달리면서도 10초 만에 하늘을 만날 수 있다. 창문은 닫은 채 소프트톱만 열고 달리면, 바람이 머리 끝을 가볍게 스친다. 오픈 에어링의 산뜻함은 살리고 난류는 최소화할 수 있다. 이어 창문까지 내리고 윈드 디플렉터를 제거하면, 자극적인 공기의 움직임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다. 지붕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차량의 무게 중심이나 변화는 크지 않다. 소프트톱으로 회귀한 보람이 있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시원하게 달려나가는 호쾌함이 좋다. MX-5·미니 컨버터블이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수준이라면, Z4 M40i는 본격적인 달리기 실력을 갖춘 고성능차다. 387마력, 50.9kgf·m의 6기통 터보 엔진을 다루기 위해서는 조금은 긴장할 필요가 있다.

정차 및 정속 주행에서는 승용차 수준의 배기음을 들려준다. 이는 스포츠모드나 더 강력한 스포츠 플러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본격적으로 목청을 키우기 시작한다. 사방으로 '퍼버벅' 터져나오는 후적음도 자극적이다.

고속 와인딩에서도 남다른 여유를 보여준다. 급가속 시 찰나의 터보랙이 아쉽기는 하지만, 엔진의 높은 토크가 금세 보상해준다. 4기통 동생들에 비하면 코너 탈출 속도의 앞자리가 몇 번은 더 바뀐다. 무엇보다 롱노즈 특유의 회두성이 마음에 든다. 저 멀리 떨어진 차체의 끝부분을 예측하며 굽이길을 탈출하는 감각이 그 어느 차보다 짜릿하다.

Z4 M40i은 일상에서 모자람 없는 여유는 물론, 스포츠 주행에서도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물건'이다.

아쉽게도 Z4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번 세대를 마지막으로 단종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마지막일 BMW의 내연기관 로드스터를 더 늦기 전에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9110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2500만원 저렴한 '순한 맛' s드라이브 20i 모델도 있다.

# '말문이 막히는 완성도' 포르쉐 718 박스터 GTS 4.0

사실 포르쉐 718 박스터를 앞선 차량들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반칙이다. 차체 가운데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미드십 후륜 구동 레이아웃은 대다수 슈퍼카들은 물론, 레이스 끝판왕인 포뮬러 1에도 사용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의 움직임에 있어 가장 순수하고 이상적인 레이아웃이다. 여기에 무게 중심이 낮은 수평 대향 엔진을 얹어 차체 밸런스까지 잡았다.

박스터(Boxster)는 박서 엔진을 뜻하는 'boxer'와 로드스터 'roadster'의 합성어다.
박스터(Boxster)는 박서 엔진을 뜻하는 'boxer'와 로드스터 'roadster'의 합성어다.

이러한 이유로 718 모델은 엔트리급에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박스터에게 막강한 엔진까지 더해졌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실 Z4 M40i 정도만 되더라도 일반 도로에서는 차고 넘치는 출력이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로드스터, 박스터 718 GTS 4.0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보일 정도다.

이름 뒤에 붙은 '4.0'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기존 365마력의 2.5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덜어내고, 407마력 4.0리터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넣었다. 숫자만으로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더불어 엄청난 배기음이 귀를 사로잡는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즉각적으로 플랩이 열리면서 걸걸대는 소리를 내뿜는다. 4대의 차량이 동시에 시동을 켜고 있어도 귀로 전달되는 것은 오로지 718의 배기음 뿐이다.

718 박스터 GTS 4.0은 그야말로 배후령을 점령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달려나간다. 지연 반응 없는 자연흡기 엔진과 7800rpm까지 올라가는 회전계, 미칠 듯이 터져나오는 굉음이 운전자를 무아지경으로 만든다. 당연하지만 코너링 탈출 속도도 가장 빨랐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전혀 무너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차체 밸런스다. 다른 차들은 고갯길을 넘어가며 의도적으로 차체를 미끄러뜨릴 수 있었는데, 718 박스터는 이마저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마치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너 이것밖에 못해?'라며 도발하는 듯하다.

엔진을 가운데로 보내면서 얻어낸 이점은 운동 성능 뿐만이 아니다. 718 박스터는 차체 뒤쪽 트렁크는 물론, 앞쪽 프렁크(프론트 트렁크)까지 갖췄다. 덕분에 2인승 로드스터임에도 꽤나 준수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잘 달리는 녀석이 데일리카 점수까지 따냈다.

718 박스터 GTS 4.0은 톱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감성적인 차이가 가장 크다. 톱을 열었을 때는 사방에 퍼지는, 닫았을 때는 실내를 울리는 배기음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를 즐겁게 만든다.

완벽한 퍼포먼스에 감탄만 하다가 끝날 뻔했지만, 정신줄을 부여잡고 아쉬운 점들을 찾아봤다. 먼저 실내가 다소 올드하다. 2016년 출시한 718 박스터(코드네임 982)를 기반으로 한 만큼, 구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을 통해 브랜드 최신 사양으로 반드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도어다. 흐느적대며 맥없이 열리는 것이 썩 고급스럽지 못하다. 조금 더 단단하게 열리고 닫히도록 조정하는 편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주관적인 평가를 더하자면, 시승차의 쨍한 그린 컬러는 제 아무리 포르쉐라도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718 박스터는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예쁜 컬러가 많다. 718 박스터 GTS 4.0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43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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