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산 신차 성적표…기아 A+ '참 잘했어요'
  • 박홍준
  • 좋아요 0
  • 승인 2021.12.31 11:22
2021 국산 신차 성적표…기아 A+ '참 잘했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은 위기를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2021년은 그 불확실성이 어느 때 보다 컸다. 반도체는 물론 배터리 원자재 수급이 안정적이지 못했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팬데믹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와중에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연식 변경 모델과 세부 차종을 포함해 20여종 이상의 신차를 쏟아내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물론, 모두가 성공한건 아니다. 브랜드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해 외면당하기도 했고,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당초 출시 계획을 뒤엎는 상황가지 벌어졌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간파해낸 차들은 호평받았다. 2021년을 돌아보며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성적표를 매겨봤다. 

# 기아 A+ : 형님 꺾은 동생, 앞으로도 이렇게만 !

기아는 주력 신차들이 풀 체인지되는 '골든 사이클'이 2년 째 이어졌다. 지난해 K5, 카니발, 쏘렌토로 3연타 홈런을 날린 데 이어, 스포티지와 K8이 현대차의 아성을 위협했다. 

스포티지는 올해 기아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만 1만6078대를 기록해 경쟁자인 현대차 투싼의 기록(1만842대)을 넘어섰고, 매월 4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브랜드 실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더욱이 지난 11월에는 17년만에 월간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K8도 그랜저의 왕좌를 지속적으로 위협했다. 첫날 사전계약 기록(1만8015대)은 현행 그랜저 페이스리프트(1만7294대)를 넘어 현대차그룹 세단 중 가장 많은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8월 월간 판매량에서는 3년여만에 그랜저를 넘어섰고, 매월 4000대 가량의 안정적인 판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첫 전용 전기차 EV6도 호평 일색이다. 아이오닉5보다 긴 주행거리와 두 종류의 디자인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매월 3000대 가량의 꾸준한 출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계약해도 내년 출고가 답보되지 않을 정도로 빠듯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호조세를 바탕으로 기아는 지난 7월 현대차를 꺾고 내수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K5·쏘렌토 등 스테디셀러가 꾸준히 실적을 뒷받침한 가운데, K8·스포티지 등의 신차효과까지 겹친 게 주효했다. 

# 현대차 A : 경차부터 N까지, 다양한 라인업 칭찬해

현대차는 회사 규모에 걸맞는 다양한 신차들을 쏟아냈다. 물량 뿐만 아니라, 차종도 다양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상반기에는 올해 최대의 야심작 아이오닉5가 출시됐다. E-GMP 플랫폼을 최초 적용한 전용 전기차로, 넉넉한 실내 공간과 V2L, 초급속 충전 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급이 불안정해 구체적인 출고 시점도 답보되지 않고 있지만, 국내 누적 판매 2만대를 넘어서며 순항중이다. 

뒤이어 출시된 스타리아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으로 호평받았다. 다만 판매량은 월 3000대 수준으로 기아 카니발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그랜드 스타렉스 시절 월 평균 판매량과 유사한 만큼, 고급 밴 수요 시장을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고성능 N 브랜드에서는 기대주로 꼽혀온 아반떼 N과 코나 N이 출격했다. 한층 강력해진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물론, 전용 인터페이스와 앱 등을 도입해 운전 외적인 부분에서의 재미도 챙겼다. 서울 도심에 N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 등, 주 고객층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캐스퍼는 하반기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적잖은 화제를 낳았다. 현대차가 19년만에 내놓은 경차인 데다, 지역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루만에 1만8000대 이상 계약되며 경차 시장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 제네시스 B+ : 점점 완성되는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브랜드는 올해 G80 스포츠, 전동화모델(EV), GV60 등 3종의 신차를 투입했다. 엔트리 세단부터 전기차, 고성능, 그리고 플래그십 세단을 아우르며 럭셔리 브랜드 다운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주력 모델인 G80은 올해에만 2종의 파생 라인업을 더하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후륜 조향 기능에 런치컨트롤까지 적용된 G80 스포츠는 고성능 모델에 걸맞는 면모를 과시했고, G80 전기차도 수긍할만한 주행거리와 뛰어난 정숙성, 그리고 특유의 빠릿빠릿한 가속력까지 갖추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GV60도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와는 차별화된 지향점으로 호평받았다. 히든 드리프트 모드, 부스트 모드 등 성능 전반을 강조했고, 파워트레인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개선할 수 있는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 안면을 인식해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생체 인식 기술 등으로 첨단 기술까지 과시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네이밍 체계가 아직은 미흡해보인다. 향후 순수 전동화 브랜드로 전환된다고는 하지만, G80 전기차를 굳이 'G80 전동화모델' 이라고 칭하는 게 난해하다. G80e 혹은 eG80이라 했어도 될 일을 너무 어렵게 만든건 아닐까. 전용 전기차인 GV60도 GV70이나 GV80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어보이긴 마찬가지다.

# 쌍용차 B : 없는 살림에 최선을 다했다

올 한해가 뒤숭숭했던 쌍용차는 어려운 상황에도 렉스턴 스포츠 부분변경 모델을 투입했다. 한층 공격적인 인상을 부여해 픽업트럭 특유의 강건한 느낌을 키웠고, 실내 버튼 배열 재조정, A필러 손잡이 추가 등 세심한 부분들도 개선했다. 전고를 10mm 높일 수 있는 다이내믹 서스펜션까지 더해 험로 주파 능력도 키우는 등, 상품성 전반을 강화됐다.

다만 쌍용차는 신형 렉스턴 스포츠를 원하는만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유동성이 악화되며 일부 협력사들이 부품 납품을 거부했고, 반도체 수급난까지 겹치며 공장은 셧다운과 재가동을 반복해야 했다. 더욱이 경영 정상화 일환으로 직원들의 순환 휴직으로 생산 속도도 더디다. 쌍용차 측에 따르면 12월까지의 적체 물량은 여전히 4000대 선을 웃돈다.

그럼에도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차를 뒷받침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티볼리, 코란도 등의 신차 효과가 떨어진 가운데, 렉스턴 스포츠는 월 평균 2000대 가량의 판매고를 올리며 쌍용차 실적을 이끌고 있다. 11월까지 집계된 쌍용차 누적 판매량은 5만553대로, 이 중 렉스턴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만 45.2%(2만2884대)다.

# 르노삼성 C+ : 내년에 재평가 받으세요!

르노삼성은 XM3, SM6 등 두 차량의 연식변경 모델만을 출시하는 데 그쳤지만, 연식변경 이상의 '내실'을 키웠다. 

XM3는 비대면 수요에 맞춰 차량 내에서 식료품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한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이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은 물론 르노 브랜드 차량들에도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적용했다. 

SM6는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연결성을 강화했다. 에어백 전개가 감지되면 24시간 콜센터를 통해 긴급구조 신고 및 사고처리를 지원하는 안전지원 콜 서비스를 시행하고, LTE 통신 기반 이지 커넥트 서비스 성능을 개선했다. 더욱이 가격은 기존 동일 트림 대비 최대 137만원 내렸다. 

문제는 이렇다 할 시장 반응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SM6는 전 라인업을 터보 엔진으로 바꾼 부분변경 출시 이후에도 판매량이 월 1000대를 밑돌고 있다. XM3도 소형 SUV 시장의 인기가 사그라들며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해결책이 없는건 아니다.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XM3 하이브리드가 있다. 르노그룹과 지리홀딩간의 합작 법인 업무를 르노삼성에 맡기고, 링크앤코 기반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할 방침이다. 올해의 수모를 내년에는 수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한국GM F : 야심만만 볼트가 삐끗, 더 많은 신차 필요해

한국GM은 신형 볼트 EV와 볼트 EUV 탓에 홍역을 치렀다. 올해 국내 시장에 투입한 유일한 신차였지만, 화재 가능성이 발견돼 사전계약 및 출시가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다. 

원인은 LG에너지솔루션이 제조한 배터리였다. 셀의 음극 탭 파손 및 분리막 접힘 가능성이 보고됐고, 충북 오창 공장 외에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특정 배터리 셀에도 제조 결함이 발견되며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이를 위해 LG가 GM에 배상한 금액만 1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다. 

이렇다보니 8월로 예고됐던 정식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밀렸다. GM은 개선된 배터리팩을 공급받나 재생산에 착수했으며, 충분한 물량이 확보 되는대로 국내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기존 볼트 EV도 개선된 배터리를 적용하는 리콜을 준비 중이다. 

리콜은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GM에 상처를 줬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100% 온라인 판매되는 모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타이틀은 현대차 캐스퍼가 가져갔다. 한국 GM 입장에서는 내심 속이 쓰릴 일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