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쏘나타·그랜저! 역시 세단은 현대차!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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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8 10:00
아반떼·쏘나타·그랜저! 역시 세단은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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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산차 시장은 지속된 코로나19 여파와 글로벌 반도체 대란 등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승용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세단 역시 그 풍파를 비껴갈 수 없었다. 

지난 2021년 국산 세단 판매량은 44만3536대로, 2020년(55만1027대) 대비 19.5% 줄었다. 국산차 전체 판매가 11.1%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한층 두드러진 하락세다. 

엑센트와 프라이드 등 소형 세단 멸종 이후 준중형 세단이 새로운 '국민 첫차'로 발돋움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준대형 세단에서는 풀 체인지를 앞둔 그랜저가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중형 세단은 형과 동생 사이에 끼여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 첫차'는 아반떼

지난해 준중형 세단의 판매량은 9만7441대로, 전년대비 13.0% 감소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아반떼를 중심으로 꾸준한 판매 흐름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반도체 대란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아반떼는 2021년 7만1306대 판매되며 준중형 세단 1위, 국산차 전체 4위 성적을 달성했다. 특히, 아반떼는 지난 2020년 중순 풀 체인지 모델 출시 이후 돌풍을 일으키며 높은 판매량을 이어갔기 때문에 경쟁자와의 격차는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여러 악재도 겹쳤다. 울산공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가동을 멈췄고,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 대수를 줄이며 휴업한 날도 있다. 덕분에 아반떼는 이달 계약 시 차량 인도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고 적체 물량만 약 4만대에 달하는 등 아직까지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부 계약자들은 '그랜저나 G80 등 상대적으로 비싼 라인업에 반도체 몰아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할 정도다.

현대차 아반떼
현대차 아반떼

K3는 전년대비 12.7% 증가한 2만6405대로 한 해를 마감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지만, 아반떼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만,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월평균 판매량(4~12월 2428.7대)이 이전(1~3월 1759.5대)보다 약 38% 급증했다. 경쟁 모델인 아반떼가 파격적인 디자인에 3세대 플랫폼까지 적용된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구형 플랫폼에 디자인 변화가 제한적이었음에도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외 지난 2020년 857대를 기록했던 르노삼성 SM3 Z.E.는 지난해 단종되어 단 한 대도 판매되지 않았다. 이로써 준중형 세단 시장은 아반떼와 K3가 완전히 양분하게 됐다.

#'1년 만에 왕좌 탈환' 쏘나타

중형 세단은 16만7065대에서 12만8913대로, 22.8% 감소했다. 

쏘나타는 뒷심을 발휘하며 K5에게 빼앗긴 중형 세단 선두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았다. 쏘나타는 지난해 6만7440대 판매되며, 전년대비 6.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쏘나타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K5에게 약 4000대 차이로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 K5 월판매량이 36.3% 급락했고, 쏘나타는 재고 할인 및 옵션 무상 장착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K5는 지난해 5만9499대에 그쳤다. 8만4550대로 중형 세단 1위를 차지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29.6%나 줄었다. 하이브리드 모델(1만800대, -0.9%)이 잘 버텨줬지만,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며 전체 판매가 추락했다.

그래도 K5는 희망적이다. 쏘나타 실적의 상당 부분은 구형 택시 모델(LF 쏘나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쏘나타 택시는 지난해 1만7276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의 30%가량을 차지했다. 택시를 제외한다면 여전히 K5가 쏘나타보다 1만대 가까이 많이 판매됐다. 

현대차 쏘나타
현대차 쏘나타

쏘나타와 K5가 경쟁을 펼치는 사이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는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지난해 SM6는 전년대비 62.5% 급락한 3198대, 말리부는 52.6% 하락한 3107대를 각각 기록했다.

두 중형 세단은 2016년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직후 나란히 돌풍을 일으키며 쏘나타와 K5를 긴장하게 했었다. 그러나 그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경쟁자에게 자극받은 쏘나타와 K5가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는 사이 SM6와 말리부는 내·외적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별다른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아직 대세는 그랜저!

지난해도 가장 많이 판매된 차급은 준대형이다. 다만, 코로나19 및 반도체 여파로 전년대비 19.5% 감소한 19만5292대에 그쳤다. 

그랜저는 8만9084대로 38.8% 줄었다. 모델 풀 체인지를 앞두고 구매 심리가 떨어졌을 뿐더러, 반도체 부족과 재고 관리 등으로 인해 수 차례 생산을 멈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전기차 생산 라인 공사를 진행해 그랜저 생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제네시스 G80은 5만9463대로, 5.9% 상승하며 준대형 세단 2위를 차지했다. G80은 2년 연속 5만대를 넘기며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전체 국산차 판매 9위를 차지하며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국산차 판매 탑10에 이름을 올렸다.

제네시스 G80
제네시스 G80

G80은 지난해 디젤 모델이 단종되었으나 브랜드 최초로 후륜 조향 기능까지 갖춘 스포츠 모델과 더불어 전동화 모델까지 도입되며 여전히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G80 전동화 모델은 브랜드 첫 전기차이자 가장 비싼 전기차임에도 6개월 만에 1353대 판매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K8(K7 포함 4만6741대, +13.9%)은 여전히 그랜저에 밀리고 있지만, 이름까지 바꾼 풀체인지의 힘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K8이 출시된 지난해 4월 이후 월평균 판매량은 4559대로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 2016년(5만6060대) 월평균(4672대)에 근접했다.

#'기뻐할 수 없는 대형 세단 1위' K9

대형 세단 판매량은 재작년 1만7840대에서 지난해 1만1294대로 36.7%나 줄었다. 크기는 작지만 보다 젊은 이미지의 G80이 급성장했고, GV80도 대형 세단에게는 치명적인 경쟁자다.

K9은 6205대로 G90을 잡고 1위에 등극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1위다. K9은 지난해 중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음에도 극적인 신차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31.3% 감소세다. 1~6월 평균 475대에서 출시 직후 7월(798대)과 8월(672대) 반짝했으나 9월 이후 다시 월 500대 수준으로 돌아왔다. 12월에는 329대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G90은 5089대로 49.2% 줄어들며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다만, K9과는 상황이 다르다. G90은 이달부터 풀체인지 모델의 본격적인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특히, 사전계약 개시 하루 만에 1년 치 판매량을 넘는 1만2000여건의 계약이 몰린 만큼 이변이 없다면 대형 세단 왕좌 자리를 손쉽게 되찾을 전망이다.

#스팅어, "역사 속으로?"

스포츠 세단 시장은 전년대비 7.3% 줄어든 1만596대를 기록했다. 국내 세단 시장 중 유일한 한 자릿수 감소세로,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는 만큼 다른 세그먼트 대비 선방했다. 그러나 그 수요가 크지 않아 전체 시장 규모는 가장 작다.

제네시스 G70은 7429대로 6.1% 감소했지만, 기아 스팅어(3167대, -10.2%)가 더욱 부진해 순위 변동은 없었다. 특히, 스팅어는 최근 100만원에 달하는 재고 할인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지만, 판매량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최근 출시된 2022년형 스팅어가 마지막 연식 변경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팅어가 단종된다면 기아 퍼포먼스 모델의 계보는 EV6 GT가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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