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만원의 기준이 뭔데? 산으로 가는 전기차 보조금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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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20 17:05
5500만원의 기준이 뭔데? 산으로 가는 전기차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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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저렴한 전기차 보급'이라는 취지와 달리 비싼 전기차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새로운 전기차 보조금 규정을 공개했다. 상한액을 기존보다 500만원 낮춰 5500만원 미만은 최대 700만원, 5500~8500만원은 50%, 8500만원 이상은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지급 기준을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모터 출력, 배터리 용량, 구동 방식을 반영한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파워트레인만 같으면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을 주는 방식이다. 

작년에 100%를 받았던 기아 EV6 GT라인(5680만원)의 경우, 올해에는 절반밖에 받지 못해야 한다. 그러나 기준이 바뀌면 파워트레인이 같은 EV6 롱레인지 사륜구동(5320만원)과 똑같은 보조금이 적용된다. 이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 AWD 프레스티지 트림(5755만원)도 동일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두 차의 가격이 올라 1억원을 넘더라도 보조금은 100%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미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도 각 트림별로 표시됐던 분류를 배터리 용량, 구동 방식, 휠 크기 등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미 '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 등 트림 표시가 사라졌다
이미 '익스클루시브, 프레스티지' 등 트림 표시가 사라졌다

EV6 GT라인 소비자라면 환영할 소식이지만, 정부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정부는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의 집중 육성을 위해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 지원 기준을 차등화하겠다"라며 6000만원이라는 상한선을 만들었다. 올해 5500만원으로 낮추며 제시한 명분 역시 '보급형 차량을 육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깡통 모델'만 가격을 맞추면 나머지 모델들은 얼마든지 올려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일단 파워트레인이 동일한 '깡통 모델'을 먼저 깔고, 나머지 옵션들은 아예 트림으로 구성해 가격을 올리는게 가능하다. 어차피 동일한 보조금을 받는다면, 수입사 입장에서는 옵션을 늘리는 것보다 정해진 사양을 트림별로 일괄 수입해 파는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

결국 정부는 저렴한 친환경 차량을 보급하겠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의도와 달리 옵션 장사와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저렴한 전기차는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이 생겼고, 비싼 전기차는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종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환경부는 오는 25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전기차 보조금 운영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지금이라도 원래의 목적인 '저렴한 전기차 보급'에 맞는 현실적인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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