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⑰ [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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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20 10: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⑰ [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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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덩어리가 크지만 미국의 자동차 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은 해안가 중심의 서부 지역과 디트로이트 인근이 대표적이다. 이 역시도 차이가 큰 편인데 동부 지역 자동차 문화는 대중적이고 미국차 중심이 색채가 짙고, 서부 지역은 비교적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다. 중부와 남부, 북부도 나름의 자동차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박물관이나 서킷 같은 시설은 대부분 서부 해안가를 따라 분포한다. 물론 전혀 엉뚱한 곳에서 자동차 박물관을 만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나 앤틱 전시장인 경우가 많다.

# 미국 자동차 전문기자 모임 MPG

미국 자동차 문화와 클래식카, 로드 트립을 준비하며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단체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Motor Press Guild(이하 MPG)'다. 워낙 지역이 넓다 보니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전문기자 모임이 각 지역마다 있는데 서부 지역은 MPG가 대표적이다. 매체의 천국이라 불리는 만큼 미국은 다양한 컨텐츠를 양산하는 여러 매체가 존재하는데 그 중 자동차 전문매체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MPG는 남부 캘리포니아 중심의 자동차 전문 프리랜서의 모임으로, 미국 내 각종 자동차 전문매체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나 칼럼니스트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전문성이 인정되는 프리랜서나 칼럼니스트의 활동이 활발한데 보다 다양한 시선을 가진 컨텐츠가 양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MPG는 생각보다 가입 조건이 까다롭다. 우선 기명기사와 같이 경력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고, 연회비가 있으며, 기존 MPG 멤버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유튜버나 블로거는 해당되지 않으며, 기타 전문 분야 종사자일 경우 별도 자격을 증빙해야 한다. 심사도 매우 까다로운 편인데, 최종 가입 시 매체에 소속된 기자와 같은 취재 권한을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튼 한국에서 취재 계획을 세울 때부터 남부 캘리포니아 MPG 멤버의 협조를 받았다. 이들은 칼럼니스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고, 그 동안 기사를 작성하거나 연재했던 매체 자료, 명함, 출판한 단행본 판권 등을 보내 취재 요청을 진행했다. 절차가 좀 까다롭긴 했지만 세 명의 MPG 멤버를 통해 미국 내 자동차 박물관과 서킷 등 시설을 취재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말 그대로 MPG 멤버들이 우리 취재를 보증한 셈이다.

생각보다 MPG 영향력은 큰 편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어느 곳을 가나 매우 협조적이었다. 덕분에 취재에 관해 전혀 불편함이 없었으며, 대부분 업체들은 MPG가 보증하는 우리를 그들과 동등하게 대우했다.

# 럭셔리 쇼룸 입성

얼바인 근처 터스틴은 자동차 마니아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약속을 잡는 곳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XX 시계탑'과 같은 곳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MGP 멤버인 에드를 만나 함께 움직였다. 30년 이상 경력의 노련한 저널리스트인 에드는 우리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냐?"라고 물었고, 우리는 취재 일정을 얘기했다. 에드는 하루에 둘러볼 만한 몇 곳을 추천했으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자동차 전문 시설을 방문할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얼바인 근처 럭셔리 딜러에서 운영하는 쇼룸인 유로카다. 워낙 소득 수준이 높은 곳이라 고급 브랜드 쇼룸이 즐비하지만 일반인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공개된 쇼룸뿐이다. 화려하게 꾸민 쇼룸은 어디를 가도 볼 수 있지만, 에드는 우리를 위해 유로카에 협조를 구해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특별한 쇼룸으로 안내했다.

유로카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 유럽 럭셔리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이들이 유통하는 차종과 매출 규모는 얼바인 내에서도 매년 상위에 랭크된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쇼룸은 당연하고 이들이 다루는 차종은 남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차종이 대부분이다.

쇼룸 야외 주차장에서부터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최신 모델이 손님을 맞이한다. 어디를 가든 크게 주눅 들지 않지만 유로카는 입구부터 고급스러움이 가득하다. 마치 드레스코드라도 맞춰 와야 할 분위기인데 직원들은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줬다.

1층 건물 쇼룸에는 G바겐이나 SL 시리즈, 카이엔 같은 차들이 있었는데 쇼룸에 있는 차 값만 합쳐도 대략 몇십억은 훌쩍 넘었다. 이후 유로카 측에서 기사를 작성해도 좋다는 내용을 전달해 왔고 우리는 쇼룸 뒤편 큰 창고로 안내를 받았다.

그곳은 유로카 고객 중에서도 VIP만 출입할 수 있는 실내 보관 창고 같은 곳이다. 큰 기대 없이 안내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그야말로 별천지가 펼쳐졌다. 페라리와 포르쉐,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가 가득한 이곳은 출고 대기와 보관 중인 차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모델 수십대가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에서 보관하는 차들은 약 120대 정도로, 단층 건물이라는 점이 매우 특이했다. 캘리포니아에 고층 건물이 없는 이유가 건물을 위로 올리는 비용보다 부지를 사서 단층으로 넓히는 것이 더 싸다고 설명했다.

유로카에서 취급하는 차종 중에는 희귀한 모델도 꽤 많았다. 롤스로이스 고스트나 페라리 458 같은 차들은 비교적(?) 인기가 많은 차종이라 보유 재고도 많았지만, SLR 맥라렌이나 피아트 디노와 같은 희귀 차종도 취급했다. 한쪽에는 촬영을 위한 간이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으며, 정비를 위한 별도 워크숍도 운영했다.

서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동안 느낀점은 이들이 가진 스케일이다. 풍요롭다는 기준이 우리와 달랐다. 그동안 돌아다녔던 일본이나 유럽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큰데 어떻게 말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다. 더군다나 기회의 땅이라 불린 캘린포니아 내에서도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라 소비 성향이나 취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안타깝게도 모두가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로드 트립 내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때 마다 미국의 빈부격차를 느낄 때도 많았고 하층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한국의 경제 구조나 평균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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