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Just Drive.'

매순간 운전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방향성을 유지하겠다는 현대차 N 디비전의 공식 슬로건이다.

현대차 고성능 디비전인 N은 2017년 i30 N을 시작으로 2018년 벨로스터 N, 2020년 i20 N, 그리고 2021년 코나 N과 아반떼 N을 차례로 선보이며, 국내외 매체 및 소비자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해외에서는 상품성과 완성도를 두루 인정받으며, 올해의 차 수상 등 명성을 높였다.

아반떼 N과 코나 N은 N 디비전의 목표가 노골적으로 투영된 차다. 높은 성능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조율됐으며, 특히 코너 주행 시 속도와 한계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편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아반떼 N과 코나 N을 비교 시승하며, 두 차의 실내 완성도와 종합적인 상품성을 살펴봤다.

# 목적이 확실한 고성능차

아반떼 N과 코나 N, 두 차 모두 최고 성능을 지향하는 모델답게 기본적인 상품성은 뛰어난 편이다. 손에 착 감기는 가죽 스티어링 휠부터 N 전용 화면을 제공하는 10.25인치 계기판 및 디스플레이, 사이드 볼스터를 두툼하게 키워 우수한 착좌감을 느낄 수 있는 세미 버킷 시트, 그리고 메탈 페달 및 메탈 도어스커프 등 이름에 걸맞은 디테일을 빠짐없이 챙겼다.

다만 두 차의 실내는 차급에 따른 차이는 물론, 세월의 차이도 가늠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풀체인지된 아반떼 N에 비해 코나 N의 실내는 투박하고, 한 세대 전 느낌이 강하다. 아반떼 N은 한층 낮게 깔린 대시보드 형상과 그 아래 적용된 퍼포먼스 블루 컬러 앰비언트 라이트, 센터 스택을 가로지르는 굵직한 바 등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다면 아반떼 N과 코나 N 실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점은 무엇일까. 아반떼 N은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 코나 N은 N 전용 HUD를 각각 꼽을 수 있다.

시트는 고성능차의 핵심 사양 중 하나로 평가된다.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운전자의 몸을 잘 지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반떼 N은 N 전용 천연가죽 시트가 기본이며, 착좌감은 양산차 범주에서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벨로스터 N에 먼저 선보였던 N 라이트 스포츠 버킷시트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아반떼 N이나 벨로스터 N을 산다면 무조건 골라야 할 옵션이다. 시트 형상도 멋스럽지만, 사제 버킷시트 튜닝이 필요 없는 뛰어난 착좌감, BMW M을 적극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헤드레스트 부위에 점등되는 N 로고 조명 등 만족스러운 점이 상당히 많다.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는 일상 주행부터 와인딩 및 서킷 주행까지 소화할 정도로 뛰어난 착좌감을 제공한다. 양산차 중 이만한 착좌감을 갖춘 시트는 국산차에서는 유일하며, 고성능을 지향하는 해외 라이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운전자들은 버킷 시트를 교환하는데, 그건 순전히 시트 포지션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껑충한 시트 포지션만 낮았으면 정말 완벽했을 듯하다.

코나 N에 적용된 HUD는 컴바이너 타입으로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 안내 등 간단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HUD의 핵심은 N 모드다. N 버튼을 눌러 활성화했을 때 전혀 다른 레이아웃이 나온다. BMW M과 같은 맥락이다.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 주행 단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엔진 회전수를 최고 영역까지 쓸 경우 빨간색으로 바뀌며, 주행 단수 표시도 달라진다.

반면에 두 차의 실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

아반떼 N은 트렁크 내 위치한 리어 스티브 바가 단점이다.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트렁크 안쪽에 별도 보강을 더했지만, 실생활에서 트렁크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물론 2열 폴딩 기능을 지원하고, 볼트 4개를 풀면 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이를 떼고 다니다 재장착 시 차체 틀어짐으로 인해 그 과정이 상당히 고달플 수 있겠다는 우려가 탈거를 망설이게 만든다.

코나 N은 세월의 흔적뿐 아니라 패키징에 있어 아반떼 N보다 뒤처진다. 8스피커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가 기본인 아반떼 N과 달리 코나 N의 기본 오디오는 6스피커에 그쳤다. 상위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 및 8스피커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HUD, 디지털 키,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으로 구성된 테크 옵션을 골라야 한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트렁크를 여는 스마트 트렁크 기능도 아반떼 N에만 적용됐다.

# 믿음직한 아반떼 N vs 손맛이 짜릿한 코나 N

주행성능도 각각 다른 매력을 뽐냈다. 아반떼 N은 누구나 쉽게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고성능차였고, 코나 N은 짧은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경쾌한 반응과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고성능차였다. 주행성능만 놓고 본다면 코나 N이 아반떼 N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다.

비교 시승에 사용된 두 차 모두 N 단일 트림으로 구성된다. 아반떼 N은 N DCT 패키지,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 등 풀 옵션에서 선루프만 빠진 3637만원(개별소비세 3.5%)이다. 코나 N은 테크와 스마트센스, 19인치 초경량 단조 휠 등이 적용됐고, 선루프와 외장 무광컬러가 빠진 3801만원(개별소비세 3.5%)이다.

아반떼 N과 코나 N의 기본적인 파워트레인은 동일하다.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플랫파워 엔진은 N 전용 사양으로 최고출력 280마력(5500-6000rpm), 최대토크 40kg.m(2100-4700rpm)을 발휘한다. 벨로스터 N과 비교해 각각 5마력, 4kg.m씩 올랐다. 아반떼 N은 6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이고 8단 DCT가 옵션이지만, 코나 N은 8단 DCT만 제공된다.

두 차의 제원은 전장·전폭·전고·휠베이스를 기준으로 아반떼 N은 4675mm, 1825mm, 1415mm, 2720mm이다. 이어 코나 N은 4215mm, 1800mm, 1565mm, 2600mm로 차이를 보인다. 공차중량은 8단 DCT 기준으로 아반떼 N이 1485kg, 코나 N이 1515kg이다. 연료탱크 용량도 살짝 다른데 아반떼 N은 47리터, 코나 N이 50리터다.

순정 타이어도 다르다. 아반떼 N은 300마력부터 600마력까지 아우르며 전 세계 고성능차의 선택을 받은 미쉐린 PS4S(245/35/R19), 코나 N은 현대차 N 전용 마크 'HN'가 붙은 피렐리 P제로 HN(235/40/R19)가 장착된다. 높은 접지력과 균일함만 놓고 본다면 PS4S가 P제로보다 앞선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두 차 모두 코너에서 작심하고 집어 던지지 않는 이상 스키드 소리가 안 날 정도로 코너 주행 성능의 한계가 높다. 일반 차량보다는 거의 1.5배 이상 과감히 달려야 타이어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다. 예상대로 미쉐린 PS4S가 전반적으로 한층 더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오랜 시간 다그쳐도 지치지 않았다.

아반떼 N과 코나 N의 주행성능은 전혀 다르다. 두 차 모두 익숙한 와인딩 로드에서 수족처럼 다룬다는 전제 아래, 아반떼 N은 매번 안정적이었고 코나 N은 코너를 찰지게 요리하는 악동에 가까웠다.

아반떼 N은 뛰어난 섀시 성능과 순정 타이어의 도움으로 코너를 아주 쉽게 주파할 수 있다. 코너 선회 및 탈출 시에 경쾌함을 느낄 수는 없지만, 운전자가 생각한대로 정확히 움직인다. 조향에 따라 후륜도 확실히 따라온다. 주행 속도에 비해 이 과정이 너무나도 안정적이어서 운전의 즐거움보다는 주행 속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특히 액셀 오프 시에 들리는 팝콘음으로 인해 그야말로 '미쳤다'는 말만 내뱉는다. 일정하게 4번씩 엄청난 볼륨의 총을 쏴댄다.

그에 반해 코나 N은 코너에서 즐거움이 가득하다. 작은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코너를 파고드는 게 가능하다. SUV 느낌이 아니다. 지상고만 높은 경량 스포츠카 느낌이다. 아반떼 N 대비 훨씬 공격적으로 작동되는 전자식 LSD 영향도 크다. 국내 출시된 N 삼형제 중 공차중량만 따지면 가장 무겁지만, 코너 반응만 놓고 보면 제일 가벼운 차 같다. 역시 차는 작을수록 운전하는 맛이 살아난다. 반면 팝콘음은 정제된 느낌이다. 울분을 토하기보다는 콜록대는 느낌에 가깝다.

데일리카 목적으로 봤을 때 두 차 모두 만족스럽다. 서로 다른 순정 타이어가 적용됐지만, 기존에 출시된 벨로스터 N보다 승차감이 훨씬 더 편해졌다. 벨로스터 N은 과속 방지턱을 빠르게 넘나들 경우에 마치 차가 부러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서스펜션 감쇠력이 하드했는데, 아반떼 N과 코나 N 모두 적절한 감쇠력을 구현했다. 일상 주행만 놓고 본다면 아반떼 N이 코나 N보다 더 편안하다.

능동형 안전사양을 따지면 상황은 반전된다. 현대차는 아반떼 N과 코나 N의 판매 간섭을 막기 위해서 능동형 안전사양 차이를 뒀다. 아반떼 N은 전방 충돌방지, 차로 유지 및 차로 이탈방지,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이 기본이며, 옵션 선택 시 후측방 충돌방지, 후방 교차 충돌방지가 적용된다. 코나 N도 기본 구성 및 옵션 적용 품목은 같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별도로 추가됐다.

# 어떤 차를 구매해야 할까?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고성능차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한 탓에 정말 선택하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판매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의 장점을 강조할 수 있게끔 상품성을 전략적으로 구성했다. 물론 그 전략이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 아반떼 N이 1125대가 팔린 반면에 코나 N은 236대 팔리는데 그쳤다. 코나 N의 경우 재고 할인도 꽤 컸다.

아반떼 N은 N 브랜드의 본질에 가깝게 즐겼을 때 의미가 있는 차다. 디자인도 세련됐고, 실내는 차급에 맞게 아주 넓다. 평상시에 데일리카로 타면서 가끔씩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데 좋다. 아반떼 N을 와인딩 로드, 서킷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싶다. 다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빠진만큼 지금 당장 구매하는 건 말리고 싶다. 해당 사양이 들어갈 경우 아반떼 N 판매량도 일시적으로 뛸 전망이다.

코나 N은 N 브랜드가 선보인 고성능차 중에서 가장 손맛이 좋고, 공격적인 성향이 가득한 차다. 소형 SUV이지만, 껑충한 지상고의 한계를 잘 보완해 낮게 깔린 차보다 더 경쾌한 자동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데일리카보다 세컨카로 썼을 떄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테크, 스마트센스, 패밀리 2, N 프리미엄 시트, 19인치 초경량 단조 휠 등 옵션도 모두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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