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성별은 중요치 않다"…그녀들이 만든 자동차 역사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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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2 10:00
[주말의 MG] "성별은 중요치 않다"…그녀들이 만든 자동차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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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은 남초현상이 짙은 직종이다. 2020년 공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의 남성 직원 비율은 91.5%, 기아는 96.2%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남성 비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물론, 역사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기여한 여성도 적지 않다. '세계 여성의 날(3월8일)' 주간을 맞아 자동차 업계를 주름잡은 여성들을 조명해봤다. 

#베르타 벤츠, 세계 최초 테스트드라이버

메르세데스-벤츠의 공동창업자 칼 벤츠가 최초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이 차량을 운전한 사람이 여성이라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당시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고, 이 차를 만든 칼 벤츠도 운전대를 잡기 두려워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서 나선 이는 칼 벤츠의 부인인 베르타 벤츠다. 1888년 두 아들과 함께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몰고 친정으로 향한다. 이동 거리는 벤츠 부부가 살던 만하임에서 친정이 있던 포츠하임을 잇는 106km. 세계 최초 자동차 여행이자 시험 주행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운전뿐 아니라 자동차에 생긴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도 능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와이어와 부품 간 간섭이 발생하면 스타킹으로 이를 고정시켰고, 브레이크가 닳아 성능이 떨어졌을 때는 구두 수리공에게 받은 가죽끈으로 브레이크 라이닝을 직접 교환하기도 했다. 베르타 벤츠는 이 같은 문제점과 개선점들을 칼 벤츠에게 하나하나 지적해줬고,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공헌했다. 

흥미롭게도,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1호차 고객'도 프랑스 출신 에밀 로제란 여성이었다.

#메리 앤더슨, 와이퍼를 발명한 주부

와이퍼는 1903년 미국 뉴욕에서 주부로 지내던 메리 앤더슨이 발명했다. 그녀는 겨울철 뉴욕 시내를 달리는 차들이 차창을 가리는 눈에 힘들어 하는 것을 발견했고, 앞유리에 작은 빗자루를 달아 이물질을 제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작동 방식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지렛대를 달아 움직이는 수동식이었다. 조수석 탑승자도 와이퍼를 함께 조작해야 했는데, 이 탓에 '부인(Wife)'이 창문을 닦아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와이퍼란 이름이 유래했다는 소문도 있다. 

더욱이 전동식 와이퍼를 발명한 인물도 여성이다. 캐나다 발명가 샬롯 브릿지우드는 엔진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이용해 고무 롤러가 앞유리를 닦아내는 방식을 고안했는데, 이는 현대의 전동식 와이퍼로 이어진다. 

#메리엘런 도스, 최초의 여성 자동차 디자이너

메리엘럳 노스는 1950년 GM에 입사한 최초 여성 디자이너다. 입사 당시의 나이는 20세로, 최연소 자동차 디자이너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GM 헤리티지 센터에 따르면, 도스는 입사 이후 다양한 쇼카와 VIP 고객을 위한 스페셜 모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했다. 

또한, 1950년형 캐딜락 시리즈 62 컨버터블을 비롯해 1955년형 패커드 캐리비안의 인테리어도 그 손을 거쳤다. 특히 튜블러 타입의 독특한 시트 구조는 당시의 여러 자동차들은 물론, 현재까지도 다양한 자동차들에 영감을 미쳤다.

그는 자동차 업계 내 여권 신장에도 적극 나섰다. 수차례 강의에서 "남성 디자이너라는 표현이 없듯 나도 여성 디자이너라고 통칭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그 가족들도 여성 디자이너가 아닌 한 명의 디자이너로 평가받길 원했다고 회고했다. 

#사빈 슈미츠, 뉘르부르크링의 여왕

녹색 지옥이라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주름잡으며 '뉘르부르크링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사빈 슈미츠도 자동차 업계 전설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여왕'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걸출한 족적을 남겼다. 여성 최초로 1996년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에 참가했고, 이듬해까지 두 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5년과 2016년 월드투어링카챔피언십(WTCC) 독일 레이스에서도 두 차례 우승컵을 거머쥐는 등 당대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린 거의 모든 레이스에서 포디움에 올랐다.

뉘르부르크링에 진심이었던 슈미츠는 최근까지 뉘르부르크링을 2만바퀴 이상 돌았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프로 레이스 외에도 BMW M5로 일반인이 서킷을 경험할 수 있는 '링 택시'를 운행했고, 뉘르부르크링 근처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서킷 방문객을 맞이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슈미츠는 2017년 암 발병 이후 모든 공식 활동을 종료하고 오직 치료에만 전념했지만, 2021년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5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메리 바라, GM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다

제너럴모터스(GM)의 수장 메리 바라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1980년 GM 인턴으로 디트로이트 조립공장에 입사한 이래, 각종 기술직과 운영 담당, 임원 비서직 등을 거쳐 2008년 글로벌 제조 부문 총괄직을 맡는다. 이후 인사 총괄, 승용차 설계 및 디자인 총괄을 담당했고, 2014년 회장에 선임되기 직전까지 글로벌 구매 및 물류 총괄을 지냈다.

어느덧 임기 8년차에 접어든 바라 회장은 임기 내내 GM의 몸집을 작고 효율화시키는 구조조정과 미래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바라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미래 GM의 비전은 분명하다. 거대 자동차 제조사의 면모에 맞는 다양한 모빌리티를 개발·생산하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당장 2025년까지 전동화 및 자율주행 분야에 41조원(3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31조원(270억달러)였던 목표 금액을 10조원 이상 증액했고, 향후 3년간 예정된 투자를 집행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게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GM 산하 브랜드에서만 30종 이상의 전기차 출시가 준비되고 있다. 

다만, 효율화를 이유로 세계 주요 사업장들을 정리하며 공과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유럽, 호주, 러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철수했다. GM 유럽 사업의 주축이던 오펠과 복스홀을 매각했고, 호주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홀덴도 이 시기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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