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음식편 [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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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7 09: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음식편 [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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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다 보면, 때로는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보통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여행 못지않게 현지 음식에 대한 기대도 높은 편이다. 다행인지 몰라도 필자는 가리는 거 없이 잘 먹고, 소음만 없다면 아무 곳에서나 잘 자는 편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이나 직접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가장 많은 질문을 받고 궁금해하는 것이 현지 음식이다. 가끔은 괜찮은 곳을 갈 때도 있지만 자동차가 목적인 만큼 중간중간 가볍게 먹고 지나칠 때가 많고, 소문난 맛집보다 짧은 시간에 해결하는 로컬 식당을 이용할 때가 많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 음식 천국인 미국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곳이다 보니 미국의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양 자체가 매우 푸짐하다.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미국에서는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음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맛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충분히 맛있고 충분히 넉넉했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양에 대해 다소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먹어도 줄지 않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음식 천국이라 불릴 만큼 미국은 다양한 음식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부터 화끈하게 차려진 정찬이 나오는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 미국화된 중화요리 등 어디를 가도 음식에 대한 걱정이 낮은 편이다. 

물론, 상당히 기름지고, 우리 입맛에 비해 짜거나 자극적인 경우도 많다. 지금은 구글맵에서 주변 음식점을 검색하면 다양한 식당을 찾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행선지나 숙소 위치에 따라 식당을 함께 알아봐야 할 때가 많았다. 더군다나 제한된 시간 내 장거리 여행이 대부분인 미국에서 제대로 잘 차려진 정찬을 먹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부의 경우 워낙 패스트푸드가 다양해 미국화된 중식당인 펜더 익스프레스부터 인 앤 아웃이나 맥도날드, 파이브가이즈 등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햄버거 체인점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디를 가도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푸짐한 양과 다양한 토핑이 조합되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대부분 패스트푸드점이 음료가 무한 리필이거나 한국보다 훨씬 큰 사이즈 컵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로컬 식당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부식 음식을 파는 곳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핫도그나 스테이크 같은 음식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형 마트에서 운영하는 푸드 코트도 평균 이상이다. 다만 미국에서 음식을 먹을 때 음식 값에 팁을 같이 지불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은 상관없지만 일단 일반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곳은 음식 값의 20~30% 정도 팁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음식점 분위기가 좋아지고 음식 값이 비쌀수록 팁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데 보통 친구들과 먹을 경우 음식 값을 낸 사람과 팁을 내는 사람을 구분하기도 한다. 팁으로만 약 9만원 정도를 낸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투박하지만 모자람 없는 독일

천 가지가 넘는 소시지와 지역별 개성 강한 맥주로 유명한 독일은 생각보다 음식이 다양한 편은 아니다.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인 커리 부어스트를 비롯해 이민자들이 뿌리를 내린 되네르 케밥이나 텔러 케밥이 대부분이다. 오스트리아가 원조인 슈니첼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다.

독일은 음식점의 영업시간이 짧다. 케밥집을 제외하고 대부분 7시 무렵이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로드 트립 특성상 늦게 도착하면 어쩔 수 없이 케밥으로 저녁을 때울 수밖에 없다. 

잘 차려지는 음식점 정찬도 독일 특유의 투박함이 느껴질 정도다. 주로 육류와 감자가 주인데, 어떤 음식이든 감자는 필수로 제공된다. 독일은 음식점에서 먹는 가격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 반면 동네마다 있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간편조리식품이나 유가공품은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해 시간이 있으면 마트에서 음식을 사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한 박물관 같은 공공시설에는 식당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잘 활용하면 이동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독일 역시 음식량은 매우 푸짐하다. 바게트 사이에 고기를 끼워주는 미트볼은 가격도 저렴하고 패티 크기도 생각보다 훨씬 크다. 예전 독일 출장 때 아침 식사로 행사장 근처에서 먹었던 미트볼은 가장 작은 사이즈의 쇠고기 패티만 약 400g에 달하는 양이었다. 

# 다채롭고 개성이 강한 이탈리아&프랑스

유럽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단연 이탈리아와 프랑스다. 개인적으로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를 꼽으라면 프랑스 소쇼 푸조 박물관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를 꼽고, 최고의 파스타를 꼽으라면 파바로티가 생전에 자주 이용했던 모데나의 한 식당에서 먹었던 라구 파스타다. 음식전문가는 아니지만 프랑스 음식은 곁들여 먹는 음식이나 소스와 조합이 좋았고 이탈리아 음식은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과 신선함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답게 어디를 가도 평균 수준 이상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물론,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반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은 거의 최악에 가깝다. 다른 음식들의 퀄리티가 뛰어나 상대적은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음식점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와인을 맛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워낙에 와인으로 유명하다 보니 술맛을 전혀 모르는 필자도 어디를 가나 한 잔 정도는 곁들였다. 지역에 따라 와인 맛도 다르고 먹는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와인이 다른 만큼 복잡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와인이 있는 대부분의 음식점에서는 음식에 따라 와인을 권해 주는 게 일반적이다.

마트나 와인 전문점에서 파는 데일리와인도 훌륭하다. 사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자동차만 보면서 여행하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다. 온화한 날씨, 어디를 가도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광, 친절한 사람 등 유럽 자동차여행에서 이탈리아 프랑스를 빼놓는다면 그거만큼 아까운 게 없을 것이다. 

# 비슷한 듯 다른 일본&중국

같은 아시아 지역인 만큼 비교적 이질감이 없는 지역이다. 일본은 현지화된 다양한 음식이 있고 우리와 비슷한 음식도 공존한다. 

일본은 어디를 가도 음식점을 찾기가 매우 쉽다. 로컬 맛집부터 평균 이상인 체인 음식점, 다양한 외국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 음식하면 우동과 라멘 정도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데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혹은 주택가를 돌아다니면 생각보다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덮밥 전문점인 마츠야나 요시노야를 비롯해 텐동텐야, 마루가멘 등은 영어나 한국어 메뉴가 제공되기도 한다. 한다이 같은 정식이 제공되는 백반집 같은 곳도 있고 스테이크하우스나 선술집, 펍, 칵테일바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의 공통점은 로컬 음식점으로 갈수록 영어나 한국어로 된 메뉴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번역기를 사용해도 괜찮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전혀 엉뚱한 음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이점을 염두에 두자.

중국은 개인적으로 적응이 매우 힘들었다. 해외에 가면 가능한 한국 음식은 먹지 않는데 중국에서는 3일 만에 고추장을 찾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큰 음식점보다 현지인들이 가볍게 식사를 하는 동네 작은 가게들을 주로 이용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만두 종류나 볶음밥은 상당히 괜찮고 적응도 어렵지 않다. 중국 음식과 한국 음식의 가장 큰 차이는 향신료인데, 중화권 음식에 자신이 없으면 계란 볶음밥이나 일반 볶음밥, 혹은 완탕 정도면 크게 고생할 일은 없겠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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