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법인차 전용번호판 공약, 사실은 2년 전부터 논의…이번엔 과연?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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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1 17:48
윤석열의 법인차 전용번호판 공약, 사실은 2년 전부터 논의…이번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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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논의된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으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당시 후보)은 지난 1월 10일 유튜브를 통해 법인명의 슈퍼카를 색상 번호판으로 구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해당 영상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는 "법인차량 번호판을 일반차량과 다르게 색상을 넣는 것이 좋겠다"면서 "연두색 어때요?"고 말한다.

해당 공약은 '연두색 번호판'으로 불리며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제 혜택을 받는 법인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도다. 수억원대 슈퍼카 10대 중 6대가 법인명의인 점을 고려할 때, 별도 번호판을 부착하면 이 같은 관행이 상당수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법인차 전용번호판은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논의된 사안이다. '연두색 번호판' 의견 역시 이 당시 이미 언급됐다.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 주장은 국세청 보도자료에서부터 시작한다. 2020년 6월 국세청은 초고가 슈퍼카를 회사 명의로 취득하고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대재산가 2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국세청 조사 대상자 중 9명이 법인명의로 총 41대의 고가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슈퍼카 6대를 회사 업무용으로 등록하고 사적으로 이용했고, 총 13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의 자가용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또한, 당시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다 50대 자영업자를 치어 숨지게 한 메르세데스-벤츠와 대마초 흡입 후 환각 상태로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광란의 질주를 한 포르쉐 등 법인차량의 사회적 논란까지 더해져 전용번호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자료=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
자료=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당시 "사주 일가의 법인차량 사적 이용 단속과 적발을 쉽게 하기 위해 별도의 번호판 규정을 두거나 눈에 띄는 식별표시 부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예시에 따르면 페인트식 번호판과 필름식 번호판 관계없이 배경색을 연두색으로 바꾸고, 영업용 번호판의 지역 표시 자리에 '법인'이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다. 그러나 이 의원이 제안한 법인차 전용번호판은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2년여 동안 지지부진했던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은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으로 다시금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번호판 규격 변경은 법안 심사와 같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대통령 취임 후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기존 번호판, 용량 확대 번호판, 재귀반사식 필름 번호판
(왼쪽부터) 기존 번호판, 용량 확대 번호판, 재귀반사식 필름 번호판

번호판의 재질이나 규격은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개정하는 것은 국토교통부의 소관으로,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의 행정예고 기간만 거치면 된다. 번호판의 색상이나 야간 시인성과 같은 세부 사양만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면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 후 의견청취 및 행정예고를 거쳐 당장 올해 안에도 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측은 이미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공약에 대해 일각에서는 근본적으로 수억원대 고가 법인차에 대한 세제 혜택 지원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의 업무와 성격에 따라 고급차를 소유할 수 있지만, 특수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미 흰색 번호판을 단 채 도로를 달리는 기존 차량도 문제다. 이에 따라 법인차 등록 및 운행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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