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부터 소방차·치킨·비료 회사까지…쌍용차, 과연 누구 품으로?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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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7 15:17
속옷부터 소방차·치킨·비료 회사까지…쌍용차, 과연 누구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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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코란도 자율주행차
쌍용차 코란도 자율주행차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이후, 주인 없는 쌍용차를 품에 안기 위한 인수전이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쌍방울그룹과 더불어 이엔플러스, KG그룹 등 새로운 후보가 등장했고 SM그룹, 에디슨모터스 등 기존 업체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중 쌍용차를 품게 될 업체가 나타날까. 최근 쌍용차 인수 의사를 보였거나, 인수 후보로 손꼽히는 회사를 정리했다.

# 쌍방울그룹 "속옷에서 자동차까지"

쌍방울그룹은 지난달 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M&A가 무산된 직후 태스크포스를 꾸려 인수 검토에 돌입했다.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 측에도 인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방식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을 컨소시엄으로 묶어서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쌍방울그룹은 산하에 특장차 제조사인 광림, 엔터테인먼트기업 아이오케이, 광학 부품 제조업체 나노스를 비롯해 비비안, 디모아 등 7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룹은 쌍용차 인수를 통해 광림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를 다시 분해해 특장차를 만드는 것보다 공장 생산 단계에서 특수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부품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셀'과 자율주행, 공유 차량 등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미래차 기술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를 위한 현금도 일정 부분 확보된 상태다. 앞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했지만, 이스타항공 인수에 실패하며 해당 자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쌍용차 인수 자금 확보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쌍방울그룹은 7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엔플러스,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의 선택?

(왼쪽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로저스홀딩스 짐 로저스 회장(사진=국회)
(왼쪽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이엔플러스 짐 로저스 사내이사(사진=국회)

이엔플러스는 지난 4일 "사업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하여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엔플러스는 '투자의 귀재', '세계 3대 투자자' 등으로 알려진 제임스 비랜드 로저스 주니어(짐 로저스)가 사내이사로 있는 회사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짐 로저스는 스톡옵션 50만주도 보유하고 있다.

이엔플러스는 1966년 설립 이후 소화기·스프링클러 등 소방 장비 및 소방차를 생산해온 기업이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개발 등 신소재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 리튬 생산업체인 '강봉리튬'의 자회사 강봉리튬전지와 전기차 및 배터리 팩, 셀 사업에 대한 업무 제휴를 맺고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다만, 자금 출처 증명이 관건이다. 이앤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550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재무적 투자자를 동원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데,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비슷한 시나리오를 추진하던 도중 사모펀드가 이탈하며 무산된 바 있는 만큼 낙관하긴 어렵다.

# KG그룹 "KG케미칼부터 KFC·할리스커피 등 '돈 줄' 튼튼하다"

KG그룹 사옥(캡처=KG그룹 공식 유튜브채널)
KG그룹 사옥(캡처=KG그룹 공식 유튜브채널)

KG그룹도 쌍용차 매각 주간사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54년 창립한 비료회사인 경기화학으로 시작한 KG그룹은 산하에 KG케미칼(구 경기화학)을 비롯해 철강 업체인 KG스틸, 결제 대행사인 KG이니시스, 언론사인 이데일리,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코리아, 커피 브랜드 할리스커피 등 다양한 분야의 탄탄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KG그룹은 최근 거론된 인수 후보 중 가장 탄탄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4670억원이고,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도 3636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그룹 산하 KG ETS의 환경·에너지 및 신소재 사업 부문을 매각해 대금 4850억원도 5월 말 받을 예정이다. 

KG그룹은 7일 "그룹 차원의 사업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업진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쌍용차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하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 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절대 포기 못 해!"

에디슨모터스도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후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와 인수·합병 본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인수 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며 계약을 해지당한 바 있다.

그러나 에디슨 측은 "관계인 집회 연기를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에 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서 쌍용차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의 투자계약 해제 효력을 정지하고,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에게 대여한 운영자금 304억8580만원을 출금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계약 해제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또한, 이와 별도로 회생법원의 회생계획안 배제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했다. 

(왼쪽부터) 쎄미시스코 한천수 CFO, 키스톤PE 마영민 대표,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회장, KCGI 강성부 대표, TG투자 이병협 대표
(왼쪽부터) 쎄미시스코 한천수 CFO, 키스톤PE 마영민 대표,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회장, KCGI 강성부 대표, TG투자 이병협 대표

그러나 에디슨모터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차도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아니한 사실이 명백한 이상, 에디슨모터스의 주장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투자계약의 해제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에디슨모터스가 인수인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사실상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초 투자하기로 했던 사모펀드 키스톤PE가 탈퇴했고, KCGI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를 두고 애초에 여력이 없었던 작은 회사가 쌍용차 인수 뉴스를 통해 '주가 띄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 SM그룹 "우린 아니라니깐?"

한편, 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을 필두로 SM그룹의 쌍용차 인수 재도전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있다. SM그룹은 자산 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재계 30위권 대기업이다. 자동차 부품 및 제조부터 건설, 해운, 미디어, 레저 등 총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SM그룹은 이미 지난해 쌍용차 인수의향서를 접수하는 등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다. 당시 업계는 남선알미늄, 벡셀, SM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와 더불어 SM상선 IPO(기업 공개)를 통해 확보되는 3조원 가량의 자금 등으로 에디슨모터스나 카디널원모터스보다 SM그룹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았다. 다만,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며 쌍용차 인수를 포기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틀어진 이후, SM그룹이 쌍용차 인수를 재타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무산 이후 SM그룹 산하 남선알미늄 주가는 4일 만에 무려 60%나 급등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됐다.

그러나 SM그룹 측이 "쌍용차 인수를 재타진한 적 없다"면서 "시중에 근거 없이 떠도는 얘기로 인해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라고 부인함에 따라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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