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LG는 이미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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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29 13:32
[MG수첩] LG는 이미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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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공할 날이 온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 2005년 LG화학 배터리사업 적자 보고에 대한 구본무 LG그룹 회장 평가

사진=LG
사진=LG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혜안은 LG를 자동차 시장의 신흥 강자 반열에 올려놨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LG의 주력 사업으로 안착했고, 가전제품과 IT기기에만 활용되던 모터, LED, 디스플레이, 각종 센서류는 자동차까지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이렇다보니 LG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보쉬나 콘티넨탈 같은 핵심 부품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G가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차를 만들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LG의 자동차 연관 사업군, 그리고 자동차 직접 제조 사업 진출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계열사들을 정리해봤다. 

# 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대표선수"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셀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배터리셀

LG의 자동차 산업 분야 핵심 부품은 단연 배터리다. 그룹은 1992년 당시의 럭키금속(LG화학 전신) 주도 하에 2차전지 연구를 시작했고, 1995년부터 충·방전이 자유로운 2차전지 양산을 위해 독자개발에 착수한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LG화학으로 사명을 바꾼 1997년 세계 최대 용량(1800mAh)이자 세계 최경량(150Wh/kg)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성공한다. 1999년에는 국내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LG화학은 이 같은 쾌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갔다. 2000년 미국 현지 연구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중국 난징에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이후 미국, 폴란드 등으로 거점을 확대해나가며 배터리 생산 능력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기준 LG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140GWh로, 중국 CATL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 중이다. 

볼트 EV 아키텍쳐
볼트 EV 아키텍쳐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능력이 입증되기 시작한건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업을 통해서다. 2009년 출시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쉐보레 볼트(Volt)는 물론, 볼트 EV 설계에 깊숙이 참여해 전기차 연구개발 노하우를 축적했다. 양측의 인연은 최근 설립된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까지 이어지고 있다. 

LG의 배터리사업부는 2020년 LG화학에서 벗어나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새롭게 출범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GM을 넘어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 거대 제조사들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고, 현대차그룹, 스텔란티스 등과 합작 법인을 결의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 LG전자, "이제는 전기모터도 만든다"

볼트 EV 구동모터
볼트 EV 구동모터

그간 LG전자의 주력 사업군은 가전과 모바일 분야였지만, 그 방향도 이제는 점차 바뀌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는 한편, 차세대 커넥티드카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분야는 전기 구동 모터다. LG는 1960년대부터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가전기기용 모터 연구를 시작했고, 1998년 전력량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 내장 드라이브 모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LG 가전의 에너지 소비 효율은 대부분 1등급에 달했고, 해당 기술은 현재까지 전기모터를 제조하는 데 중요한 노하우로 활용되고 있다. 

LG의 모터 기술이 자동차 분야에서 빛을 발한것도 GM과 관련이 깊다. LG는 2015년 볼트EV 구동모터 공급사로 결정되며 자동차 업계에 처음으로 모터를 납품했고, 이는 2018년 워즈오토 선정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됐다. LG전자는 이 외에도 인버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총 11가지 제품군을 자동차 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LG 자율주행 콘셉트카 옴니팟
LG 자율주행 콘셉트카 옴니팟

최근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와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LG Magna e-Powertrain)을 설립하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모터, 인버터, 감속기 모듈, DC 충전박스, 배터리팩 부품 등을 생산하고, 마그나는 오랜 기간 쌓아온 파워트레인 통합 시스템 설계 노하우를 제공할 방침이다. 올해 멕시코에서 착공한 양측의 합작 공장은 오는 2023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발전시키고 있다. 2021년 11월에는 자동차 사이버 보안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퀄컴과 협업을 체결해 차세대 커넥티드카 적용을 위한 5G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더욱이 지난해 차량용 통신장비(TCU)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35.2%를 달성해 콘티넨탈(25.3%, 2위), 하만(12.7%, 3위)을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 LG이노텍·LG디스플레이·ZKW, "전장사업 삼대장"

LG디스플레이 P-OLED
LG디스플레이 P-OLED

전장 부품 사업 분야에서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ZKW 등이 있다. 이들은 이들은 차량용 전장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각종 센서와 모듈류를 비롯해 LCD 및 LED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전장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이 주요 제품군이었지만, 이제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레이더 센서 등이 주력이다. 최근에는 LED 램프 제어 모듈은 물론,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 전기차-충전기간 통신 시스템 등 미래차 분야 부품 생산 비중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TV, 모니터 등에 적용되던 패널을 취급하던 LG디스플레이도 차량용 제품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대표 제품은 2020년 론칭한 P-OLED로, 플라스틱 기판을 활용해 유연성을 높이고 차량 내 다양한 디자인에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최초 적용된 이후 주요 자동차 업체들에 공급되고있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91%로, 11분기째 세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헤드램프만을 전문 생산하고 있는 ZKW도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부품 회사였지만, 2018년 LG그룹에 편입됐고,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LED 램프를 공급하고 있다. ZKW의 연간 헤드램프 수주액 규모는 10조원으로, 현대모비스(9조원)대비 앞서있다. 

#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통신사, 그 이상을 향해"

LG유플러스, 네이버, 쌍용차가 공동개발한 커넥티드서비스 '인포콘'
LG유플러스, 네이버, 쌍용차가 공동개발한 커넥티드서비스 '인포콘'

LG의 유·무선 통신 계열사들도 자동차 연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최대규모의 5G 망을 응용한 모빌리티 연계 통신 기술을 연구 중이고, 유선사업이 주력인 LG헬로비전은 충전 인프라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5G 네트워크 기반 차량간 통신 기술(V2X)을 물론, 네이버와 협력해 커넥티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쌍용차 인포콘 시스템에 접목한 바 있다. 최근 선보인 중장비 및 차량 원격 제어 기술, 지능형 교통 시스템 등은 자율주행차의 안전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최근 환경부 전기차 충전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충전 인프라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회사의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렌탈 서비스를 연계해 가정용 충전기 설치 지원 서비스도 마련한 상태다. 업계는 LG가 충전기 사업까지 진출함에 따라 전기차 연구개발 및 부품 생산, 충전 인프라 구축을 잇는 가치 사슬이 완성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 LG CNS·로보스타, "생산은 우리에게 맡기세요"

로보스타 수직관절형 로봇
로보스타 수직관절형 로봇

LG가 만약 완성차 제조업에 직접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될 경우 솔루션 기업인 LG CNS와 로보틱스 업체 로보스타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LG CNS는 삼성 SDS와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IoT 기반 솔루션 제공 업체다. IT 및 설비 기술을 기반으로 물류 및 생산 지능화를 지원하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로 각 기업들의 디지털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공장 자동화 및 생산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LG는 산하 로보스타 라는 기업을 통해 차량을 제조하기 위한 산업용 로봇 기술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1999년 LG산전(현 LS산전)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회사로, 구광모 회장 취임 초기인 2018년 LG가 지분 30%를 취득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로보스타는 제조업용 로봇 수주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그간 경공업 분야 로봇 제조가 주력이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작업 공정용 로봇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상업용 로봇 LG 클로이 생산을 맡는 등, 로보틱스 사업 확대 가능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향후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직접 경쟁이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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