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㉑[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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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21 10: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㉑[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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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지역은 핫로드부터 정통 클래식카, 스포츠카, 슈퍼카 등 각양각색의 차를 만날 수 있다. 로드 트립 중 캘리포니아에서 여러 클래식카 시설을 방문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얼바인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다.

#운 좋게 작업장 취재 기회를 얻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펠바흐와 미국 얼바인 두 곳에 클래식 센터를 운영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외에도 재규어나 애스턴 마틴, BMW 등 역사와 헤리티지에 자신있는 이들은 공식 및 비공식적으로 클래식 모델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 중인 클래식 부서 혹은 사업부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각 회사에서 오래된 모델을 따로 관리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들이 가진 역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 중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는 규모와 완성도, 작업 수준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처음에는 그저 오래된 모델을 전시하거나 거래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직접 방문해 작업 수준이나 관리 차량 목록을 살펴보니 브랜드 본사의 박물관과 비슷할 정도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부분은 쇼룸뿐이지만, 정식 취재를 통해 작업장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직접 살펴본 현장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정성과 고증에 있어 얼마나 철저한지를 알 수 있었다. 

#단종 후 20년은 지나야 겨우 자리가 난다

1993년 독일에 처음 오픈한 클래식 센터는 원래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의 전시차를 관리·보관하는 부서에서 출발했다. 이후 클래식카에 대한 시장 수요가 높아지고, 전 세계 VIP로부터 작업 의뢰가 들어오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미국 얼바인에 클래식 센터를 오픈한 건 2006년이다. 미국 내 20년 이상 지난 벤츠는 60만대가 넘으며, 이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차량 유지 보수 및 부품 관리부터 전문적인 리스토어 작업까지 클래식 센터의 업무는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다만,  오래된 차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비용이 높고 작업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유지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있다.

이곳에 가장 의뢰가 많은 차종은 1950년대 등장한 SL 시리즈다. 워낙에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유명한 차라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이 외 다양한 클래식 벤츠들을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190E 에보 시리즈를 다루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복원은 매뉴얼대로 깐깐하게

담당자에 따르면, 이곳을 이용하는 차량 중 약 70%가 리스토어 작업이고, 나머지 30%는 부품 구입 및 유지 보수 정비다.

작업 과정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모든 작업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매뉴얼대로 진행되며, 편의를 위한 개조나 출고 당시 부품 외에 소유자의 요청에 따른 별도 작업은 철저히 금지된다. 한국에서는 오래된 차를 타며 에어컨이나 열선 시트, 후방 감지기, 오디오 등을 교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신차 출고 당시 초기 상태로만 작업이 제공된다.

반면, 경주차의 컨버전은 가능하다. 겉모습이나 전반적인 성능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법 규정에 맞게 제작하여 차량등록까지 가능하도록 돕는다. 아주 드물지만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작업을 의뢰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오리지널리티다. 색상이나 실내 재질은 소유자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엔진이나 변속기, 전기 계열은 출고 당시 그대로 복원한다. 소재도 현재 환경법 및 기준에 따라 친환경 수성 소재를 사용하지만, 색상은 과거의 것과 동일하다.

정비 파트는 생각보다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리스토어는 일반 정비의 3~4배 이상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엔진·변속기부터 보디와 전기, 심지어 컨버터블 톱까지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 실제 가장 의뢰가 많다는 SL 시리즈의 풀 리스토어의 작업은 2400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도장 부스와 보디 작업장이다. 기존 페인트를 모두 벗겨내고 보디의 도장면을 정리하는 것은 일반적인 도색 작업과 비슷했지만, 수작업으로 뽑아내는 퀄리티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노하우와 작업자의 높은 숙련도가 녹아있다.

#기록의 힘

이런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모두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벤츠는 1호차 페이턴트 모터바겐부터 최신 모델까지 모든 도면과 컬러코드, 파츠 리스트, 제작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벤츠의 모든 차량을 당시 설계대로 복원할 수 있다. 

클래식 센터는 모든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차 한 대를 작업할 때 3000장 정도 사진을 촬영한다고 하는데, 비슷한 유형의 작업을 하거나 같은 차종이 들어왔을 때 사용하기 위함이다.

철저한 고객 관리도 인상 깊었다. 단순히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그들의 철학이 분명히 드러났다. 

클래식 센터는 그 자체가 지니는 상징성이 컸다. 희귀한 차량이 전시된 쇼룸부터 크고 작은 미니카와 각종 전문 서적까지 구비된 만큼, 메르세데스-벤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충분히 둘러볼만하겠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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