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불붙으면 끝' 전기차 화재, 진압도 원인 규명도 쉽지 않은 이유는?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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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09 14:28
'한번 불붙으면 끝' 전기차 화재, 진압도 원인 규명도 쉽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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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남해고속도로 요금소를 들이받은 전기차에서 난 화제로 2명이 숨졌다. 앞서 충전중인 차량에서도 불이 나는 등 최근 전기차 화재 소식이 빈번히 들리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고된 전기차 화재 건수는 69건으로 실제로도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매년 4000여대의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비중이지만,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전기차를 생각한다면 절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진화 작업이 어려워 피해가 크고, 대부분의 '전소'로 끝나 원인 규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소방청
사진=소방청

화재의 원인은 대부분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격을 받거나 충전 과정에서 과도한 전류가 유입되는 등 경우도 다양하다. 

문제는 불을 끄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막대한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구조상 배터리가 전부 타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테슬라 화재를 진압하는 데에는 10만리터 이상의 소방용수가 투입되기도 했다. 소방차 33대분에 적재할 수 있는 막대한 용량으로, 내연기관차 진압에 소모되는 물(약 1000리터)의 100배를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충북소방본부
사진=충북소방본부

진화 과정도 까다롭다. 배터리 온도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으면, 불이 꺼진 이후에도 공기중의 산소와 반응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다시 불이 붙기도 한다. 특히,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은 물이나 산소와도 반응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소방당국은 배터리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진화법을 도입하고 있다. 차체를 수조에 넣어버리는 방식을 고안하는가 하면, 차를 소화포로 덮고 내부에서 물과 약제를 분사하는 질식소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 방식에도 한계는 있다. 최근 픽업트럭이나 상용차 같이 큰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승용과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한 재난 전문가는 "제조사와 당국간이 협업해서 진화 매뉴얼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소방청
사진=소방청

원인을 찾는 것도 어렵다. 모두 타버리니 최초 발화점이나 문제가 되는 부품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 여러 사고에도 뚜렷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이유다. 다양한 시험 조건을 통해 재연은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부품이 어떤 이유로 불이 났는지 찾아내기 어렵다.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BMS)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의 오류 혹은 배터리 제조사의 공정 불량 등으로 '추측'되기만 할 뿐이다. 

상황이 이러니 조사 당국도 불이 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고 당시 국토부는 배터리 분리막 손상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을 뿐이다. 올해 초 부산 전기차 사고 역시 아직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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