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디자이너, "토레스 많이 팔 수 있도록 디자인"…진짜는 KR10으로 완성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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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2 10:00
쌍용차 디자이너, "토레스 많이 팔 수 있도록 디자인"…진짜는 KR10으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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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코란도 같은 디자인을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 코란도는 티볼리 중(中)짜다"

최근의 쌍용차 디자인에 대한 많은 이들의 조롱이다. 한동안 쌍용차의 주요 라인업은 '티볼리 대·중·소'라고 불릴 정도로 비슷했기 때문이다. 티볼리가 디자인으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성공에만 취해 한 가지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 같은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건 지난해 렉스턴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이후다. 렉스턴 스포츠와 토레스까지, 브랜드의 상징이던 강인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누군가 다시금 일깨워준 듯 선이 굵고 명확한 자동차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쌍용차의 디자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 부터다.

쌍용차 디자인센터 이강 상무
쌍용차 디자인센터 이강 상무

변화를 이끈 장본인은 쌍용차 디자인센터의 이강 상무다. 기아를 거쳐 지난 2020년 회사에 합류한 그는 짧은 시간만에 쌍용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를 정립했고, 이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쌍용차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공장 부지 내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에서 곧 출시를 앞둔 신차 토레스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는 '디자인 철학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쌍용차 디자인센터 이강 상무를 비롯해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색상, 모델링 등을 담당하는 각 팀장까지 참석했다.

이강 상무는 "현재 코란도는 뉴트럴한(중립적인, 어중간한) 이미지라서 어느 쪽으로도 잘 가지 못한다"면서 "기아 스포티지나 토요타 라브4와 비교해도 별다른 점이 없다"라며 그동안의 디자인을 지적했다. 

이 상무는 "쌍용차가 이런 브랜드들과 같은 이미지로 붙어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며 "옛날 코란도와 무쏘를 개발하던 정신을 되살려서 정통 SUV 본연의 디자인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쌍용차 코란도
쌍용차 코란도

그는 쌍용차에 패밀리 룩 디자인을 쓰지 않겠다고도 단언했다. 코란도가 티볼리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코볼리(코란도+티볼리)'라고 놀림받았던 사례를 의식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 상무는 "어떤 브랜드는 한 가지 라디에이터 그릴을 전 차종에 사용하고, 다른 브랜드는 비슷한 디자인의 헤드램프를 쓰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그런 방향은 쌍용차라는 브랜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다양한 개성을 갖춘 매니악한 차를 만들기에 쌍용차는 더 이상 여력이 없는 상황. 최근 KG그룹을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하며 명예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차가 많이 팔려야 가능한 이야기다.

쌍용차 토레스
쌍용차 토레스

쌍용차 디자인 수장인 이강 상무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토레스는 많이 팔려야 한다"라며 "불편함을 주거나 특정한 사람만 좋아해서는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토레스는 우리가 가져가고자 하는 강인한 이미지, 튼튼한 이미지를 살리면서도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많이 팔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했다"면서 "터프함과 강인함을 강조하고 오프로드도 잘 달릴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호불호가 극단적이지 않고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원하는 쌍용차의 진정한 오프로더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이강 상무는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토레스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KR10에서 완성된다"라며 "토레스로 브랜드를 살려놓고 KR10을 위한 디자인, 쌍용차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드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쌍용차 KR10
쌍용차 KR10

쌍용차가 SUV 정통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담긴 KR10은 강인한 박스카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앞서 공개한 스케치가 과거 영광을 이끌었던 '뉴 코란도'와 닮아 있어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쌍용차가 공개한 렌더링 이미지를 기반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도나 렌더링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강 상무는 "다들 실력이 너무 좋아서 놀랐다"라며 "우리 디자이너가 유출했나 의심이 들 정도로 똑같이 잘 만들었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이미 모델링을 완성해서 시장 조사도 마쳤다"라며 "남녀노소의 의견을 듣고 개선점을 도출해 고치는 중"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막중한 책임감과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쌍용차는 이달 5일 토레스를 공식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토레스는 이미 사전계약대수만 2만5000대를 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쌍용차는 이러한 흥행을 발판으로 내년 하반기 프로젝트명 U100인 토레스 전동화 모델, KR10까지 분위기를 이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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