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열린 포뮬러 원(F1) 영국 그랑프리에서 스쿠데리아 페라리 소속 카를로스 사인스 주니어가 첫 승리를 맛봤다. F1 데뷔 7년 만의 쾌거다.

사인스는 전날 열린 예선전에서도 폴 포지션을 기록하며 최종 폴투윈 우승을 차지했다. 사인스는 이로써 150경기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는데,  F1 역사상 두번 째로 긴 우승 기록이다. 가장 긴 데뷔-우승 기록은 세르히오 페레스(레드불 레이싱, 190회)가 보유하고 있다. 

영국 그랑프리가 열린 실버스톤 서킷에는 3일 동안 총 4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홈 그라운드 스타인 루이스 해밀턴과 조지 러셀, 랜도 노리스의 팬들과 함께 각 팀 응원단이 경기장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첫날 예선전에는 강하게 내린 비로 인해 웻 컨디션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맥스 페르스타펜(레드불 레이싱)의 예선 1위가 점쳐졌으나, 날씨에 따른 예선 전략이 갈리면서 폴 포지션은 사인스에게로 돌아갔다.

결선에서는 시작부터 큰 사고가 발생했다. 유일하게 하드 타이어 출발을 단행한 러셀의 경주차가 그립을 확보하지 못한 사이, 뒤를 달리던 피에르 가슬리(알파타우리)와 추돌했다. 이때 러셀의 차가 미끄러지며 앞서가던 저우관유(알파로메오)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충돌의 여파로 전복된 저우관유의 차는 그대로 관중석 펜스까지 날아갔다. 드라이버의 안전이 우려되는 아찔한 대형 사고였지만, 저우관유는 사고 수습 후 스스로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헤일로(2018년부터 경주차 콕핏에 부착된 운전자 보호 장치)를 포함한 각종 안전 장비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외에도 총 6대가 사고에 연루됐지만 모두 건강 이상 없이 경기를 마쳤다.

경기가 재개된 후, 페르스타펜은 레드불 경주차의 압도적인 성능을 무기로 사인스를 압박했다. 10랩, 페르스타펜은 사인스를 추월하며 챔피언십 선두에 쐐기를 박는 듯 했으나,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바로 이어진 12랩, 서킷에 방치된 사고 파편을 밟은 페르스타펜의 경주차는 페이스를 크게 잃었다. 레드불 팀은 곧바로 타이어를 교체했지만 차체 밸런스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단순 타이어 펑크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 페르스타펜은 순위를 유지하는 데만 전력을 다했다.

39랩, 에스테반 오콘의 차량이 파워트레인 이슈로 서킷 한복판에 멈춰섰다. 이때 발동한 옐로우 플래그는 우승자를 가릴 신호탄이었다. 당시 하드 타이어를 낀 채 선두를 달리던 샤를 르클레르(페라리)는 뒤따르던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타이어 교체를 건너뛰었다. 사인스와 해밀턴, 페레스 등은 소프트 타이어로 바꾼 채 경기 마지막을 준비했다.

세이프티 카 종료 후 단 10랩 남은 상황, 선두를 유지하던 사인스가 달아나는 가운데 2~5위 간 맹렬한 자리 싸움이 펼쳐졌다. 르클레르가 오래된 하드 타이어로 열심히 수비하는 사이, 해밀턴과 페레스, 알론소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사인스는 후미 싸움이 치열한 틈을 타 멀리 달아나는 데 성공,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으며 F1 커리어 첫 우승을 챙겼다. 치열한 순위 싸움 끝에 2위 자리에는 페레스, 3위는 해밀턴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르클레르는 타이어 성능의 한계를 이겨내고 4위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인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데뷔 후 첫 우승에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이 순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멈춘 적이 없다"며, "시즌 초반 힘든 일이 많았지만,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싸워 나갈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외 믹 슈마허(하스)는 8위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2021년 F1 데뷔 후 31경기만에 첫 포인트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팀 메이트 케빈 마그누센 또한 10위로 소중한 1점을 획득, 하스 팀은 더블 포인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2022 F1 월드챔피언십 다음 경기는 이달 8일부터 10일까지 오스트리아 레드불 링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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