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의 '틈새 공략'…G70 슈팅브레이크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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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07 14:19
[시승기] 제네시스의 '틈새 공략'…G70 슈팅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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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이달 G70 슈팅브레이크를 출시하고 왜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신차는 2019년 현대차 i40 단종 이후 3년 만에 등장한 국산 왜건이다. 프리미엄 왜건을 지향하는 만큼, BMW 3시리즈 투어링이나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등 수입차와의 경쟁이 예고된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과연 '왜건 무덤'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5일 제네시스 브랜드가 진행한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G70 슈팅브레이크를 만나 매력을 살폈다.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후륜구동 모델을 타고 경기도 하남을 출발해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로드를 달렸다.

전면부는 G70 세단 모델과 동일하다. 날카로웠던 초기형 모델과 달리,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둥글둥글한 인상으로 변모했다. 제네시스의 새 패밀리룩인 '두 줄' 디자인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다.

시승차는 외관 및 실내 디자인을 더욱 역동적으로 꾸며주는 스포츠 패키지(380만원)가 적용됐다. 프론트 그릴을 까맣게 칠하고, 사이드미러와 윈도우라인(DLO) 등에 다크 유광 포인트가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기존 3.3T 모델에서만 볼 수 있던 듀얼 머플러까지 달았다.

G70 슈팅브레이크의 핵심은 매끈하게 흐르는 옆태다. 세단 모델의 C필러 뒷부분을 확장해 트렁크 공간을 늘렸다. 유려하게 뻗은 루프라인이 차량을 더욱 늘씬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이 차를 보고 '짐차' 이미지를 떠올릴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제네시스의 정체성이라 여겨지는 후면부 쿼드램프는 다소 부담스러우면서도 개성 넘치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인테리어 역시 G70 세단 모델과 같다. 운전석에 앉아 세단과 슈팅브레이크 모델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후사경에 비치는 넓은 시야를 통해 비로소 왜건에 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레드 스티치 포인트와 스핀 패턴 알루미늄 내장재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질 좋은 가죽을 대시보드 곳곳에 두른 점도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세월의 흐름이다. 2017년 출시한 G70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기반으로 한 만큼, 최신형 모델의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요즘은 흔해진 앰비언트 라이트가 없어 다소 심심한 느낌마저 든다. 여전히 구형 엠블럼이 적용된 것도 불만이다. 제네시스는 GV60과 G90에 새로운 스타일의 2D형 엠블럼을 적용한 만큼, 나머지 차종에도 새로운 얼굴을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G70 슈팅브레이크는 트렁크 공간만 확장했기 때문에 2열 공간은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앉은 키가 크지 않은 174cm 기자에게도 뒷좌석은 넉넉하지 못하다. 특히 다리 공간이 불만인데, 앞좌석 시트 밑으로 발을 넣지 못해 조금은 답답하다. 여기에 후륜구동차 특유의 돌출형 센터터널까지 더해져 여러모로 쾌적한 공간은 아니다. 여럿을 태우기보다는 2인이 많은 짐을 싣고 편하게 다니는 것이 낫겠다.

슈팅브레이크의 핵심은 단연 트렁크다. 왜건은 SUV 대비 차체가 낮아 무거운 짐을 트렁크에 넣는 것도 한결 수월하다. 기본 용량은 465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1535리터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40:20:40 폴딩을 지원해 활용성을 높였다. 스마트 키를 휴대하고 트렁크 뒤에 3초간 서있으면 자동으로 트렁크 문을 열어주는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도 탑재했다.

시승 코스 한편에는 요즘 유행하는 '차박'을 염두에 둔 액세서리를 전시했다. G70 슈팅브레이크만을 위한 순정 에어매트가 설치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누워보니 두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다만 천정 높이가 낮아 쾌적한 휴식은 어려워보였다.

G70 슈팅브레이크의 보닛 아래에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252마력 36.0kgf·m를 발휘한다. 후륜구동을 기본으로 하며,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조용하고 부드럽다. 스포츠 세단 기반임에도 정숙성이 돋보이는데, 여기에는 1열 이중접합유리가 한결 조용한 실내를 만드는데 일조한다.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부지런히 단수를 바꿔가며 경쾌하게 나아간다.

굽이진 산길에서는 2.0T 엔진의 한계가 아쉬웠다. 차체 거동과 롤 억제능력은 트랙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인데, 낮은 엔진 출력으로 그 한계치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급가속에서는 터보랙이 발생하며 다소 굼뜬 모습도 보인다. 3.3T 엔진의 부재가 아쉬울 따름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향후 3.3T 출시 가능성도 내비친 바 있다. 고성능 모델의 출시 운명은 국내 판매량이 좌우할 듯하다.

제네시스는 G70 슈팅브레이크를 통해 국산 브랜드 최초로 프리미엄 왜건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나섰다. 멋진 디자인과 알찬 상품성을 통해 이미지를 잘 꾸려준다면 왜건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가격은 4310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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