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DS7 크로스백 1.2 가솔린…'디젤보다 낫네!'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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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6 15:03
[시승기] DS7 크로스백 1.2 가솔린…'디젤보다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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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프리미엄 브랜드 DS 오토모빌의 첫 번째 모델, 'DS 7 크로스백'을 다시 만났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의전차로 잘 알려진 차량이다. 디젤 모델에 이어 이번엔 가솔린 심장을 품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크기가 1200cc에 불과하다. 이 큰 덩치를 끌기에 1.2리터 가솔린 엔진은 과연 충분할까? 서울 시내와 장거리를 달려보며 특징을 살폈다.

DS7 크로스백은 언제봐도 낯선 모습이 매력이다. 2년 만에 마주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만큼이나 신선하다. 아마 도로 위에서 쉽게 보기 힘든 차량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여전하다. 신기하고 예쁜 DS 액티브 LED 비전 램프는 차량 잠금을 해제할 때 LED 모듈이 180도 회전하며 화려한 라이트쇼를 보여준다. 테일램프 역시 파충류의 비늘을 연상하는 독특한 디자인이 매력이다. 이쯤되면 DS7은 밤을 위한 자동차다.

독특한 생김새에 크기 가늠이 어렵겠지만, 크기는 준중형 사이즈다. 전장과 전폭, 전고는 각각 4595x1895x1630mm로, 우리에게 익숙한 폭스바겐 티구안(전장 4510mm)과 현대차 투싼(전장 4630mm) 사이에 위치한다.

독특한 것은 외모 뿐만이 아니다. 인테리어 역시 다른 차량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디자인 언어를 둘렀다. 특히 도형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데, 계기판과 대시보드 등 차량 곳곳에 삼각형과 사각형, 마름모꼴 등 다양한 패턴을 녹여냈다.

실내를 감싸는 가죽의 느낌이 좋다. 마치 프랑스의 명품 가방을 다루는 듯하다. 이는 시트로도 이어지는데, 열선과 통풍은 물론 안마 기능까지 갖춰 고급감을 더했다.

다만 디지털 경험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해상도도 높지 않을 뿐더러 UI도 직관적이지 않다. 순정 내비게이션도 빠졌는데, 그나마 유선 스마트폰 미러링을 지원해 답답함을 덜었다.

간단히 외모를 살펴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차례다. 시동을 걸면 센터페시아 위쪽에 자리한 프랑스제 B.R.M 시계가 빙그르 회전하며 운전자를 반긴다. 심장이 작아서일까,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 또한 조용하다. 신차는 1.2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사실 '1.2'라는 숫자만 보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경차와 비교해 불과 200cc 차이인데, 덩치는 훨씬 크니까.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실제로 주행해보니 시원시원한 가속력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내에서 도로 흐름을 따를 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3기통 특유의 진동이 약간은 거슬리지만, 디젤 엔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이는 배기량 대비 꽤나 높은 토크값(23.5kgf·m) 덕분이다. 현대차그룹 1.6 가솔린 터보 엔진(27.0kgf·m)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최대토크가 꽤나 낮은 회전수(1750rpm)에서 나온다. 여러모로 실생활 영역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다만 속도를 높이면 체급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최고출력은 131마력에 불과해 속도를 높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해도 응답성은 여전히 느리고 소리만 요란해질 뿐이다.

종합해보면, 1.2 가솔린 엔진은 시내 및 고속도로 등을 여유롭게 주행할 때는 큰 불편함이 없다. DS7이 펀 드라이빙을 위한 차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감점요인도 아니다.

크기가 작은 만큼 먹는 양도 적다. 복합연비는 11.8km/L로 다소 낮은데, 실제 주행해보니 80km/h 정속 주행에서 평균 19.6km/L, 100km/h에서 16.5km/L를 기록했다. 연료탱크 용량(60L)을 생각하면 이론상 10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다.

물론 불만도 있다. 오토홀드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이 정도 옵션은 갖춰야하지 않을까.

DS7 크로스백은 명품의 나라 출신답게 화려한 외관과 독특한 실내, 훌륭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도로 위에서 같은 차를 많이 만나지 못한다는 점 또한 강점이 될 수도 있겠다. 여기에 1.2 가솔린 라인업을 추가하며 디젤 엔진을 꺼리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프리미엄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흔히 '고급차' 하면 떠올리는 사양이나 소재가 부족했다. 가격대도 5090~5590만원으로 고급차 반열에 오를 만한 수준은 아니다. 차라리 브랜드나 디자인을 강조해 새로운 소비자층을 노리는 등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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