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주행 중 시동 꺼지는 팰리세이드, 현대차는 또 '깜깜이식 일방통행'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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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6 09:45
[MG수첩] 주행 중 시동 꺼지는 팰리세이드, 현대차는 또 '깜깜이식 일방통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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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된지 두 달 만에 시동 꺼짐 논란에 휩싸였다. 파워트레인을 바꾸지 않았음에도 이런 결함이 발생해 많은 소비자들이 현대차 기술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최근 동호회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형 팰리세이드가 주행 중 시동이 꺼진다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를 확인한 결과, 접수된 관련 신고 건수는 수십 건에 달한다. 

시동 꺼짐 현상이 발생한 건 3.8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이다. 신고 내용을 살펴보면, 저속으로 주행하던 도중 경고음이 울리고 시동이 꺼진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0~30km/h로 달리는 도중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달리던 중 시동이 꺼진 더 뉴 팰리세이드.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시동이 꺼졌습니다. P단 또는 N단에서 시동을 거십시오'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달리던 중 시동이 꺼진 더 뉴 팰리세이드.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시동이 꺼졌습니다. P단 또는 N단에서 시동을 거십시오'라는 문구가 표시된다.

소비자들이 가장 의아했던 점은 시동 꺼짐 결함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다. 팰리세이드는 최근 페이스리프트 됐는데, 파워트레인은 바뀌지 않았다. 3778cc의 V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판매됐다. 

현대차 정비지침서를 확인하면 실린더 내경, 압축비, 밸브 길이 등 대부분의 엔진 제원도 기존과 동일하다. 엔진오일 압력이 살짝 낮아진(1.2kgf/cm 이상 → 0.92kgf/cm 이상) 점을 제외하면 기존 파워트레인이 그대로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달라진 소프트웨어 설정 때문에 결함이 발생한 것이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에 탑재된 람다 엔진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활용되기 시작해 개량을 거듭하며 이미 10년 넘게 널리 활용 중이다. 기존 모델에서는 연쇄 시동 꺼짐 현상이 보고된 바가 없었던 탓에 변경된 소프트웨어 결함이란 분석이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연료 분사량을 줄여서 생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신형 팰리세이드의 연비는 9.3km/L(3.8, 18인치 기준)로 기존(9.6km/L)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km당 178g에서 183km로 오히려 더 늘었다.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

이처럼 각종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현대차는 결국 지난 21일 결함을 인정하고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2022년 5월4일부터 7월12일까지 제작된 더 뉴 팰리세이드 4072대다.

현대차가 밝인 공식 원인은 '8단 자동 변속기 사양 변경에 따른 엔진 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반영 오류로 저속 타력 주행 구간에서 엔진 RPM이 떨어짐'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새로운 편의 및 안전 장비가 추가되면서 무게가 늘어났는데, 이를 감당하면서 동시에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에 변화를 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일부 설정값이 잘못돼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ECU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변속기 제어장치(TCU)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함께 진행한다. 연료 분사를 비롯한 엔진 구동 변화를 위해 ECU를 업데이트하면 변속감이 바뀌기 때문이다. TCU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변속감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가지 눈 여겨 볼 점은 현대차가 리콜과 함께 진행하는 무상수리다. 현대차는 리콜과 동시에 무상수리도 발표했는데, 대상은 2022년 5월 10일부터 6월 20일까지 제작된 더 뉴 팰리세이드 1857대다.

해당 차량은 통합바디제어장치(IBU) 제어 로직 문제로 인해 초기 시동 불량 가능성이 확인됐다. 리콜의 원인인 결함 때문에 시동이 꺼질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형 팰리세이드 구매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리콜과 무상수리를 대하는 현대차의 자세다. 새로운 파워트레인도 아닌, 오랫동안 사용된 파워트레인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소비자와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깜깜이식 일방통행'의 모습을 보여줬다. 

신형 팰리세이드가 주행 중 시동 꺼진다는 불만은 이미 한두 달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현대차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해명은 없었다. 관련 소식은 오직 소수의 동호회 운영진을 통하거나, 수 차례 본사 및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취한 열성적인 고객, 그리고 익명의 회사 내부 관계자의 입에서만 흘러나왔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리콜 소식도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현대차는 7월 12일에 해당 동호회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지만, 국토부가 리콜을 발표한 날은 그로부터 9일이나 지난 21일이었다.

결국, 일반 소비자들은 신형 팰리세이드에 '시동 꺼짐'이라는 중대한 결함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주행을 했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겪었어도 일시적인 문제, 혹은 본인 차량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갔다가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 

수많은 부품이 복잡하게 얽힌 자동차, 결함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쉬쉬하며 최소한의 조처로 슬쩍 넘어가려고만 하는 현대차의 태도는 매우 유감이다. 미래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이 더욱 난무하는 시대다. 소비자와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솔직한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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