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너무 없다' 아이오닉6 깡통 트림, 보조금 받기 위한 꼼수?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22.07.27 15:03
'없어도 너무 없다' 아이오닉6 깡통 트림, 보조금 받기 위한 꼼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아이오닉6에 억지로 '깡통' 트림을 추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조사의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보조금 정책의 구멍을 교묘히 파고든 꼼수라는 평가도 많다.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6 가격표에 따르면 롱레인지 모델은 5450~6450만원이다(개소세 인하분 반영).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E-LITE(이-라이트) 트림이다. 롱레인지 모델의 최하위 트림으로, 5450~5500만원으로 책정되며 보조금 100% 상한선인 5500만원에 턱걸이했다.

문제는 E-LITE 트림의 상품 구성이다. '깡통'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없는게 너무 많다. 당장 한 단계 위급인 익스클루시브 트림과 비교하면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 가죽 스티어링 휠, 스티어링 휠 열선,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이중 접합 차음 유리, 앞면 자외선 차단 유리, 인조가죽 시트, 운전석 전동 시트, 앞좌석 통풍 시트, 동승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등 대부분의 사양이 제외된다. 

더군다나 빠진 사양은 옵션으로도 추가할 수 없다. E-LITE 선택 품목을 보면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고를 수 없다. 

아이오닉6 이-라이트 트림과 익스클루시브 트림 가격표. 이-라이트 트림이 400만원가량 저렴하지만, 빠진 옵션이 매우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5500만원 미만 차량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100% 지급하기 때문에 5500만원 미만의 깡통 트림을 일부러 만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올해부터 보조금 기준이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으로 바뀌면서 더 심해졌다. 배터리 용량과 모터 출력, 구동 방식, 타이어 크기가 같다면 트림별 가격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의 보조금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깡통 트림인 E-LITE가 5500만원을 넘지 않는 덕분에 5850~5900만원의 익스클루시브, 6100~6150만원의 익스클루시브 플러스, 6400~6450만원의 프레스티지는 모두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격 구성이 정부의 정책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이오닉6 E-LITE 트림의 경우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사양을 빼며 '옵션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차인 캐스퍼 최하위 트림에나 적용되는 직물 시트와 우레탄 스티어링 휠이 5400만원짜리 아이오닉6에 탑재된다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헛점 투성인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문제다. 올해 초 보조금 제도 개편 당시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깡통 트림'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저렴한 전기차 보급'이라는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깡통 모델'만 가격을 맞추면 나머지 모델과 옵션은 얼마든지 가격을 올려도 되는 상황이다. 옵션 장사와 이로 인한 가격 인상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더구나 전기차에 지원되는 대부분의 보조금은 전기차와 관계 없는, 또는 전기차를 사지 않은 일반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소중한 세금을 쓰는 만큼, 지금이라도 원래의 목적인 '저렴한 전기차 보급'에 맞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