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부적합 요소수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적합 요소수를 장기간 사용했을 경우에 1000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들 수도 있는 만큼, 현대모비스를 믿고 요소수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9일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자동차 촉매제 행정처분 및 제조기준 검사 부적합제품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판매되고 있는 현대모비스 요소수(합격증 번호 '촉매 18-003')가 부적합 제품으로 판정돼 판매 중지 및 회수 명령을 포함한 행정 처분을 받았다.
이상한 점은 현대모비스에서 판매 중인 2종류의 요소수 중 1개 제품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것. 또다른 현대모비스 요소수(합격증 번호 3419)는 적합 제품으로 인증되어있다. 같은 현대모비스 상표를 단 요소수는 왜 각기 다른 판정을 받았을까.
모터그래프 취재 결과 현대모비스의 요소수 2종은 순정 제품 표기 여부부터 요소수 제조사와 판매 방법 등이 달랐다.
두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순정품 표기 여부였다. 적합 판정을 받은 요소수(3419)는 신차 출고과정에서 주입되는 '순정 부품'으로 분류되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촉매 18-003)은 방향제, 워셔액 등과 같은 '차량 용품'으로 구분된다. 제품명도 '현대모비스 순정 요소수'와 '현대모비스 요소수'로 구분된다.
제조사도 달랐다. 부적합 요소수는 에이원케미칼이 제조해 현대모비스에 공급하는 제품이며, 적합 제품은 롯데정밀화학과 케이디파인캠(구 극동제연공업)이 만들어 공급했다. 현대모비스 대리점을 통해 유통되는 적합 제품과 달리, 부적합 제품은 주유소와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었다. 가격은 순정품이 1만8260원, 불량 판정을 받은 일반 제품은 인터넷 상에서 8000~1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패키지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한다. 애프터마켓에 유통되는 제품이 순정부품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갖춰서다. 현대모비스 로고와 부품 번호는 물론, 홀로그램까지 표기돼 순정품과 단순 차량용품간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모비스 제품이라면 막연히 순정 부품이라고 생각했을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요소수를 워셔액 정도의 단순 소모품으로 치부하고 싼 제품만을 찾는다면 장기적으론 차량의 고장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요소수 품질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요소수 관련 상담 162건 중 제품의 품질과 관련된 민원은 82건. 전체 분쟁의 50.6%를 차지했다. 더욱이 지난해 요소수 대란 이후 제조 및 수입사가 50여곳에서 950여곳까지 급증한 만큼, 저품질 요소수와 관련된 문제점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불량 요소수를 주입하면 차량에 어떤 문제가 생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택적촉매 환원 장치(SCR) 고장으로 막대한 수리비를 내야할 수 있다.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성분들이 촉매 등 정화장치에 퇴적되고, 이로 인해 매연 배출도 막힌다. 상용차들의 경우 관련 부품 교체 비용에만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는 데다, 운행에 차질이 발생하며 영업 활동에도 제한이 발생한다.
통상 '애드블루(ADBlue)' 마크가 붙어있는지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하지만, 무작정 신뢰할 수만은 없다. 지속적으로 품질 기준을 맞춰 생산·유통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지속적인 검사 결과를 파악하고,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