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E 서울 E프리 직접 가보니...'도심 레이스는 만족, 대회 운영은 불만족'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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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4 16:23
포뮬러E 서울 E프리 직접 가보니...'도심 레이스는 만족, 대회 운영은 불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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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3~14일 서울 잠실에서 'ABB FIA 포뮬러E 서울 E프리'가 열렸다. 2021-22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포뮬러E의 100번째 경기가 펼쳐지는 현장이다. 모터그래프가 새로운 월드챔피언이 결정될 서울 E프리 현장을 방문했다.

2014년 출범한 포뮬러E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최하는 세계적인 전기차 경주 대회다. 2021-22 시즌은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에서 시작해 멕시코시티, 로마, 모나코, 베를린, 자카르타, 마라케시, 뉴욕, 런던을 거쳐 서울까지 총 10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포뮬러E는 도심 한복판에서 친환경 레이스를 펼친다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친다. 소음과 매연이 적은 전기차의 이점을 활용하는 것. 이번 대회에서도 올림픽로와 운동장 진입로, 경기장 등 2.7km에 달하는 일반도로가 경주용 서킷으로 변신했다.

13일 이른 아침, 선수들이 첫 연습주행에 돌입하며 잠실 일대 전기차 모터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TV에서만 보던 경주차들이 친숙한 도로를 달리는 풍경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비 오는 날임에도 우산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은 경주차가 지나갈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오전 두 차례 연습주행을 거쳐 오전 11시40분쯤 예선전이 시작됐다. 종합운동장에는 하나둘 관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와 함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젖은 노면 탓일까. 중하위권 선수인 로우랜드가 폴 포지션에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스토펠 반두른(메르세데스-EQ)은 7위에 머물렀다.

예선이 끝나고 종합운동장 외부에 마련된 부대시설을 둘러봤다. 'E빌리지'라 불리는 체험 공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 등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스위스 다국적기업 ABB, 최근 신제품을 쏟아낸 삼성전자, 모터스포츠 물류를 담당하는 DHL 등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부스가 마련됐다. 특히, 포뮬러E 서킷을 시뮬레이터로 즐길 수 있는 체험존에는 인파가 몰려 게임을 하려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했다.

E빌리지는 레이스 관람과 상관없이 무료 개방돼 가족 단위 시민들의 나들이 공간으로 활용됐다. 한쪽에는 대형 스크린을 마련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캐릭터를 내세운 퍼레이드를 선보이는 등 복합적인 축제 느낌을 연출하도록 신경 쓴 모양새다.

다만, 전체적인 행사장 규모에 비해 체험 시설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이동 시간과 체험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시설을 둘러보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본선 경기는 이날 오후 4시에 시작했다. 관중석이 위치한 주경기장은 시작과 동시에 관중들의 열광적인 함성을 들을 수 있었고, 경주차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환호가 이어졌다.

이날 경기에는 총 9대 차량이 사고 등의 이유로 경기를 도중 중단했다. 스크린에 사고 장면이 비춰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왔고, 경기 후반 심스 선수가 주경기장 안에서 방호벽을 들이받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생생한 현장감에 몰두하는 팬들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내연기관 경주차의 '천둥 소리'는 없었지만,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날카로운 고음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코스가 짧은 덕분에 경주차를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날 우승은 초반부터 치고 나간 재규어 TC레이싱 소속 미치 에반스 선수가 차지했다. 3그리드에서 출발한 에반스는 스타트 직후부터 과감한 레이스를 선보이며 경기 시작과 함께 첫 번째 자리로 치고 나오는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다.

웻 컨디션이라는 까다로운 주행 조건 속에서도 미치 에반스는 선두로 올라선 뒤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포디엄에 오르기 위해 에반스 선수를 포함한 상위권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자 환호성이 이어졌다.

포뮬러E 서울 E프리는 개최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경기 자체가 취소되는가 하면,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서킷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는 등 정상적인 경기 개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었다. 하물며 K-팝 콘서트를 활용해 관람객을 끌어모은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다행히 서울 E프리는 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데뷔전을 치러냈다. 특히, 모터스포츠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행사는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우선 시가지를 통제하는 대형 모터스포츠를 큰 문제없이 개최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행사장 내부에도 곳곳에 안내요원을 배치해 큰 규모의 행사장을 헤메는 일이 없었다. 사인회 등 관람객을 위한 부대행사를 마련하며 유명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도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전남 영암이나 강원도 인제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킷과 달리, 서울 시내에서 펼쳐졌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너무 비싼 티켓값은 여전히 불만이다. 주최측은 레이스 관람 뿐만 아니라, 서울페스타 등 각종 행사를 관람·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책정한 가격이라고 밝혔다. 레이스만 즐기고 싶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이런 부대행사는 불필요한 옵션이다. 티켓 별로 세분화해 기본 가격을 낮춰야겠다. 

서울 E프리는 내년에도 개최될 전망이다. 다만 잠실이 아닌 서울 내 다른 지역에서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비판의 목소리를 토대로 더 나은 모터스포츠가 하나의 축제로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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