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2023년형 볼트EV와 볼트EUV의 가격을 갑자기 각각 300만원씩 인상해 논란이다. 새롭게 들어간 옵션이 없을 뿐더러, 미국에서는 오히려 790~830만원 내렸기 때문이다. 리콜 문제로 1년 넘게 차량을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좌) 쉐보레 볼트EV, (우) 볼트EUV
(좌) 쉐보레 볼트EV, (우) 볼트EUV

한국GM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3년형 볼트EV의 가격은 4430만원, 볼트EUV는 4790만원부터다. 사전 계약 당시보다 300만원 인상된 것이다. 

문제는 차량의 사양 변화가 전혀 없이 가격만 올렸다는 점이다. 옵션에 변화를 주거나 간단한 사양이라도 추가한 후 가격을 인상하는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에 바뀐 것이라고는 볼트 EUV에 '체리팝 레드' 색상이 단종된 것, 전용 내·외장 디자인이 적용된 레드라인 트림이 더해진 것뿐이다.

(좌) 2022년형 볼트EUV, (우) 2023년형 볼트EUV
(좌) 2022년형 볼트EUV, (우) 2023년형 볼트EUV

한국GM의 갑작스런 가격 인상에으로 볼트EV와 EUV를 계약한 소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작년 8월 사전 계약 이후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리콜을 겪으면서까지 차량 인도를 기다렸는데, 몇 대 판매하지도 않고 가격을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볼트EV와 EUV는 올해 4월부터 고객에게 인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 지연으로 4~7월 누적 판매량은 볼트EV는 34대, EUV는 231대에 불과했다. 

계속된 물량 부족으로 차량 인도는 계속 미뤄졌고, 결국 기존 계약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이 오른 2023년형 모델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업 일선에서도 차량을 언제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안내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단종된 볼트EUV 체리팝 레드 색상을 계약한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오른 2023년형 모델로 변경해야 한다.

쉐보레 미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22년형 볼트EUV의 가격. 2023년형의 가격 인하분(6300달러)만큼 할인을 제공한다.
쉐보레 미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22년형 볼트EUV의 가격. 2023년형의 가격 인하분(6300달러)만큼 할인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을 더욱 분노케 한건 미국과의 차별이다. 쉐보레는 미국에서 2023년형 볼트EV와 EUV의 가격을 각각 5900달러(약 790만원)와 6300달러(약 830만원)씩 인하했다. 게다가 구형인 2022년형 모델을 현금으로 구매하면 인하된 가격만큼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즉, 가격 인하분을 소급 적용한다는 것이다.

미국과는 반대로 한국은 올렸다. 가뜩이나 전기차 보조금도 작년보다 줄었는데, 갑자기 300만원을 더 내야 하니 기존 계약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2번 오른 셈이다. 한 볼트EUV 계약자는 "2021년에 판매하겠다고 사전 계약을 받아놓고 본인들 사정으로 1년째 기다리게 만들더니, 이제는 가격까지 올리니 너무하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수요가 매우 높은 데 반해 공급은 부족하다"라며 "최근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나 특히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과 8월에 꽤 많은 물량이 도입되는 만큼 가격 인상 전에 어느 정도 출고 적체가 해소될 것"이라며 "전시차도 두지 못할 만큼 한 대라도 더 출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가격을 인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맞춰야 하는데, 리콜로 인해 전기차 출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한국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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