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 괜찮을까? 버스부터 승용차까지 '저렴하면 산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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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2 14:52
중국산 전기차 괜찮을까? 버스부터 승용차까지 '저렴하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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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낯선 디자인의 버스가 도로에서 자주 보인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이다.

중국산 전기 상용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산의 절반 수준인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안전성을 비롯해 품질과 사후관리 등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 중국 전기차,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중국산 상용차는 966대가 판매됐다. 작년 같은 기간(101대)보다 856% 증가한 숫자다. 국산차보다 가격은 저렴한데 보조금이 똑같이 지급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두드러지게 늘어난 분야는 버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버스의 시장 점유율은 48.7%로, 벌써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차도 무시할 수 만은 없다. EVKMC가 수입·판매하고 있는 동풍소콘(DFSK) 마사다는 상반기 591대를 판매해 수입 상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브랜드별 순위도 볼보트럭(826)에 이어 2위를 이어가고 있다. 

인기 비결은 가격이다. 중국 전기버스의 일반적인 수입 판매 가격은 2억원 선으로, 최대 7000만원의 보조금을 고려하면 실구매가는 1억원 초반대다. 반면 현대차 일렉시티 등 국산 전기버스는 3억원대다. 보조금을 받아도 가격은 2억3000여만원 수준이다. 중국 버스와 비교해 1억원 정도 차이난다. 직접 경쟁이 어려운 환경이다. 

'출고 지연 현상'을 파고들어 소형 트럭 시장도 성공을 거뒀다.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EV 등은 7~8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중국 전기 트럭은 대부분 즉시 출고가 가능하다. 가격대는 1000만원 초반대로, 국산 전기트럭은 물론 다마스와 라보의 빈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 들여오기도 쉽다, '서류만 내면 끝'

국토부가 시행중인 자기인증 제도 역시 중국산 전기 상용차의 성장을 도왔다. 해당 제도는 차량 제작·판매사들의 자율경쟁과 편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비교적 간단한 절차 탓에 중국 전기차들이 빠르게 들어올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했다.

문제는 안전이다. 국내 업체는 우리나라 기준에 맞춰 차량을 설계하고 인증받는 반면, 중국 전기차들은 현지 기준에 맞춰 설계했다는 인증서 등을 제출하면 별다른 어려운 없이 수입 가능하다. 전기차다보니 배출가스 및 소음 규제 같은 복잡한 인증 절차에서도 자유롭다.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국토부의 '자기인증 적합조사'도 속수무책이다. 대부분은 신차 또는 판매량이 높은 차량을 우선적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차량 수입을 막고, 차량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시장에 출시된 차량을 기관이 직접 구매해 검사하는 제도'지만, 예산 및 인력 문제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를 조사하기에 한계가 있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산 전기차의 제작 결함을 발견하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자기인증 적합조사를 통해 리콜 명령이 내려진 중국산 전기버스는 단 한대. 전기트럭에 대한 조사는 단 한건도 진행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특성상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중국 전기 버스와 트럭에 대한 안전·품질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버스·트럭으로 끝?…곧 승용차도 몰려온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은 승용차 시장까지도 확대될 조짐이다. 주요 브랜드들은 국내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북경자동차(BAIC)는 지난 2019년 EV트렌드코리아에 참가해 주요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이고,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기택시 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그 범위를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최대의 전기차업체인 BYD도 국내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당장은 버스 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실, 돌핀, 아토, 카르페 등 주요 라인업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했다. 서울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신차 인증 및 A/S, 홍보 업무 등을 담당할 인력이 채용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긍정적이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2년 이내 차량을 구입하려는 응답자 2102명 중 1286명(61.2%)은 중국 전기차가 국산차 대비 50% 이상 저렴할 경우 구입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높지만 시장 진출 이후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높다"며 "내년으로 예상되는 BYD의 국내 상륙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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