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11년 만의 단종' 벨로스터, 현대차에겐 애증의 차였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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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0 10:25
[주말의 MG] '11년 만의 단종' 벨로스터, 현대차에겐 애증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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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스터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기본형 모델에 이어 최근 고성능 N 모델까지 단종되며 11년간의 짧은(?) 여정을 마쳤다. 저조했던 판매량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도저히 라인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짧은 역사지만, 벨로스터는 현대차에게 각별한 차였다. 요즘 현대차에 사용되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들을 파생시켰고, 미드십은 물론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시험하는 '움직이는 연구소' 역할을 하며 전동화 및 N 브랜드 태동에 기여했다. 

#실험적이었던 1세대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통해 다양한 파격을 시도했다. 그 시작은 2007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동명의 콘셉트카(HND-3) 시절까지 올라간다. 

당시 공개된 콘셉트카는 남양연구소에서 개발을 주도한 모델로, 파격적인 스타일을 갖춰 주목받았다. 그간의 현대차 디자인 기조보다 더욱 공격적인 형태를 갖췄고, 쿠페와 해치백의 스타일을 조합해 스포티한 인상을 투영했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해당 차량을 투스카니의 후속모델이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많은 부분이 특별했지만, 벨로스터의 전면부는 유별났다. 현대차 최초로 육각형 그릴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헥사고날 그릴, 캐스캐이딩 그릴 등으로 변형되며 현대차의 얼굴로 자리잡은 요소다. 

양산형 벨로스터(FS)는 4년 뒤인 2011년 등장했다. 콘셉트카를 거의 그대로 계승한 외형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국산차로선 처음으로 비대칭 3도어와 무광 컬러를 제공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실험적이었던 모델인 만큼, 벨로스터는 실제 '실험'을 위해서도 적극 활용됐다. 대표적인건 현대차의 고성능차 시험 연구에 기여한 RM 시리즈. 현대차는 이를통해 미드십 구조를 포함한 고성능차 관련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N 브랜드를 이끌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RM을 '움직이는 연구소'라 정의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개발 과정마저 특별했던 2세대

2018년 등장한 2세대 벨로스터(JS)도 1세대 못지 않은 특별한 차였다. 단순 외형과 기능을 넘어 차량의 개발 단계부터 다른 현대차들과 달랐다. 

당시 현대차는 2세대 벨로스터를 위한 별도의 특별 조직을 꾸린 바 있다. 조직명은 '전사 PM TFT'. 이는 현대차 각기 다른 조직 구성원들이 하나의 팀으로 묶인 것으로, 신차 개발부터 출시, 마케팅 등 벨로스터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전담했다. 

특정 차량 개발만을 위해 별도의 조직이 탄생한건 현대차 역사상 최초였다. 통상 신차 개발은 소형차, 중·대형차 등 특정 차급에 속한 조직이 담당하고, 경영, 생산, 영업·마케팅 등의 조직본부가 협업하는 구조였지만, 벨로스터 전사 PM TFT는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등을 모두 담당했다. 이렇다보니 사내 임직원 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경영진들 사이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사 PM TFT를 이끌었던 김영현 상무는 당시 조직에 대해 "벨로스터는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한 차인 만큼 개발을 전담하는 조직부터 특별해야 했다"며 "전사 PM TFT는 각 본부에 속한 우수한 인력들을 선발해 구성한 특별한 조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2세대 벨로스터는 1세대 못지 않은 유니크함과 다양한 고성능 기술까지 집약했다. 출력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전 라인업을 터보엔진으로만 구성했고, 오버부스트 기능까지 더했다. 준중형 세그먼트에선 처음으로 주행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드로 차량을 제어하는 스마트 모드는 물론,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영감을 얻은것으로 알려진 가상 엔진 사운드가 더해졌다. 심지어는 마케팅을 위해 별도의 위장막을 디자인하기까지 했다.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여진 고성능 N 모델이라는 점도 특징. 더욱이 2세대 벨로스터는 1세대에서 이어진 '움직이는 연구소' 역할도 이어갔다. 한층 발전된 미드십 프로토타입 RM19를 비롯해 고성능 전기차 기술 연구를 위한 RM20e가 대표적이다. 

#특별한 차의 그렇지 못한 판매량

아쉽게도 벨로스터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1세대 모델부터 판매가 부진했던 탓에 2세대가 출시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떠돌았고, 어렵게 나온 2세대 모델 역시 판매되는 내내 단종설에 시달렸다. 

1세대 벨로스터의 부진 뒤에는 괴리감 있는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벨로스터와 i30, i40 등 3개 차종을 PYL(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 모델로 묶어 젊은 층을 공략했고, 이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만8000대 한정 생산' 계획도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고, 정작 판매량은 월 평균 200여대에 머물렀다. 

2세대 벨로스터 부진 사유도 분명했다. 운전의 즐거움을 원하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모델이었지만, 이미 아반떼 스포츠가 관련 시장을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형 SUV가 득세하며 세단과 해치백의 인기가 떨어진 탓도 컸다. 2세대 모델 판매량도 월 평균 150~200여대에 그쳤고, 올해 누적 판매량도 150여대에 그쳤다. 

결국 벨로스터는 지난 6월을 끝으로 생산이 종료됐다. 시장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파격적 시도로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기여한 차였다. 벨로스터는 그런 점에서 익숙한 브랜드의 익숙하지 않았던 차로 기억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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