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슬라보다 못한 한국GM, 1년을 기다렸는데 300만원 더 내라고?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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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3 15:53
[기자수첩] 테슬라보다 못한 한국GM, 1년을 기다렸는데 300만원 더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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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최근 볼트EV와 볼트EUV 가격을 300만원씩 인상했다. 미국은 790~830만원 내렸음에도 국내는 올리자 1년 넘게 차량을 기다린 소비자들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쉐보레 볼트EV
쉐보레 볼트EV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수요가 매우 높은 데 반해 공급은 부족하다"라며 "최근 치솟는 원자재 비용, 특히 부품 공급 차질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인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지)탄소 배출량을 맞춰야 하는데, 리콜로 인해 전기차 출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전기차를 빨리 팔아야 하는)미국 시장의 특수한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가 채 끝나기도 전에 차량용 반도체 대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고, 기름값이 치솟으며 각종 원자재 비용과 해운 비용이 치솟았다. 한국GM뿐 아니라 많은 브랜드, 특히 테슬라와 지프 등 미국 브랜드는 이미 국내 판매가를 올린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제조사 입장이다. 소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볼트EV와 볼트EUV는 작년 8월 사전 계약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터진 리콜 문제로 출시가 미뤄졌다. 첫날에 사전 계약을 한 소비자가 아직까지도 차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1년 넘게 의리를 지키며 기다렸는데, 갑자기 가격을 올리고 돈을 더 내라고 하니 소비자는 황당할 따름이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볼트EV와 볼트EUV 계약자는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콜 이후의 계약 중단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그러나 한국GM은 지난 4월 재출시 이후 7월까지 볼트EV 34대, EUV 231대만 팔았을 뿐이다. 나머지 4700여명은 작년보다 줄어든 보조금에 추가로 300만원을 더 내고 차량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7월과 8월에 꽤 많은 물량이 도입되는 만큼, 인상 전에 어느 정도 출고 적체가 해소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업 일선은 달랐다. 한 소비자는 "담당 딜러에게 23년형으로 재계약해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다"면서 "차량 인도 순번은 유지되지만, 300만원 더 내고 사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기존 계약자들은 계약 순서에 따라 누구는 그대로, 누구는 300만원 더 내고 사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쉐보레 볼트EUV 레드라인
쉐보레 볼트EUV 레드라인

별다른 상품성 변화 없이 가격만 오른 것도 소비자에게는 불만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몇몇 옵션을 추가해 조금이라도 상품성을 올리는 성의라도 보이는데, 한국GM은 그러지 않았다. 이번에 바뀐 것은 볼트 EUV에 '체리팝 레드' 색상이 단종된 것, 전용 내·외장 디자인이 적용된 레드라인 트림이 더해진 것뿐이다.

한 소비자는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자동차가 '시가'도 아니고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당시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테슬라가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욕을 먹고는 있지만, 최소한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오르기 전 가격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콜로 판매가 중단된 것은 어디까지나 제조사의 책임"이라며 "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잘못됐됐다"라고 주장했다. 

(좌) 2022년형 볼트EUV, (우) 2023년형 볼트EUV. 옵션 변경 없이 300만원이 인상됐다.
(좌) 2022년형 볼트EUV, (우) 2023년형 볼트EUV. 옵션 변경 없이 300만원이 인상됐다.

실제로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3월에 두 차례, 5~7월에 각각 한 차례씩 총 5번이나 차량 가격을 인상했다. 2021년형 모델3의 경우, 한국에 처음 판매된 작년 2월과 비교하면 2500만원이나 올랐다. 그러나 기존 계약자들에게는 인상 전 가격을 보장하고 있다. 별다른 상품성 개선이나 공지 없이 수 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을 올렸다는 점, 차를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해 보조금이 줄어든다는 점 등은 여전히 논란이만 이미 계약한 소비자와의 '의리'를 지켰다는 점은 비판할 수 없다.

1년 넘게 출고 소식만 기다렸는데, 갑자기 가격이 올랐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기분 좋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작년 8월에 사전계약한 소비자는 전시차조차 보지 못한 채 한국GM만 믿고 4000만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계약했다. 게다가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글로벌 리콜 사태까지 참으며 기다리는 '의리'를 보였다. 300만원씩 5000명이면 150억원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GM이 소비자와의 의리를 지키는 통 큰 결정을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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