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가까워진 자연, 멀어진 몸값'
  • 권지용
  • 좋아요 0
  • 승인 2022.09.02 14:00
[시승기] 지프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 '가까워진 자연, 멀어진 몸값'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프 브랜드의 대표 아이콘 랭글러를 만났다. 다양한 랭글러 라인업 중에서도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한 루비콘, 여기에 버튼 하나로 천정을 열 수 있는 파워톱까지 갖춘 모델이다. 선선해진 가을, 브랜드의 정수를 담은 오프로드 끝판왕과 함께 자연 속으로 향했다.

도심형을 추구하는 오버랜드와 달리 루비콘은 오직 오프로드에 집중한다. 툭 튀어나온 펜더는 무광 플라스틱으로 마감했고, 일명 '깍두기'라 불리는 오프로드용 타이어까지 신었다. 험로 주행에 거슬릴 수도 있는 사이드 스텝을 과감히 없앤 대신 차체를 보호하기 위한 레일을 설치했다. 진정한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선 껑충한 차체를 타고 내리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대시보드를 가죽으로 마감한 오버랜드와 달리, 루비콘은 레드 컬러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극한 상황에서 진흙이나 수분 등 오염 물질에 유리한 구성이다. 시각적 만족도도 높다. 거뭇한 가죽보다는 레드 컬러 금속이 랭글러의 이미지와 더 어울린다. 센터페시아 아래는 오버랜드에서 볼 수 없는 액슬락 기능과 전방 스웨이바 분리 조작부가 더해진다.

랭글러는 의외로 조용했다. 디젤이 아닌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f·m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다양한 주행영역을 안정적으로 커버했다.

경기도 근교 오프로드 코스를 찾았다. 잔잔한 자갈밭은 제집 드나들듯 편하게 달린다. 사실 이 정도는 랭글러에겐 실례다.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더 깊은 골짜기로 향했다. 꽤나 경사진 도로와 함께 큰 돌부리들이 중간중간 매복해있다. 승용차를 탔다면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 할 길이다. 그러나 랭글러는 다르다.

트랜스퍼 케이스 레버를 조작해 사륜구동을 체결했다. 평소에는 뒷바퀴만 굴리다가 험로를 만나면 네 바퀴를 동시에 사용한다. 커다란 오프로드 타이어로 거침없이 돌부리를 넘는다. 높은 지상고 덕에 장애물이 차에 닿을 염려도 적다.

두 다리로 걷기조차 힘든 길을 우직하게 나아간다. 임도를 덮은 나뭇가지들에 자잘한 대미지가 우려되지만, 오프로드 차량에게 이런 기스는 영광의 상처(?)다. 역시 랭글러는 반짝거리는 차체보다는 흙으로 뒤덮힌 모습이 더 어울린다.

한적한 자연 속에서 천정을 걷어냈다. 파워탑 모델에만 있는 '스카이 원터치 파워탑' 기능을 이용하면, 캔버스탑 루프가 20초 만에 2열 끝까지 개방된다. 차곡차곡 접히며 오픈카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를 멈추고 몸을 눕혔다. 천정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기존 선루프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넓게 열려 개방감이 상당하다. 열리는 정도를 원하는 만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한데, 특히 시속 90km까지 작동해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운전자 마음대로 언제든 열고 닫을 수 있다.

랭글러에서 느끼는 오픈에어링은 다른 오픈카와는 전혀 달랐다. 높은 차체에 개방감까지 더해지니 자연인이 된 듯하다. 이 상태에서 창문까지 열고 달리면 여느 컨버터블 부럽지 않다.

파워탑의 가치는 분명하다. 더 자주 루프를 열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 랭글러도 그리 어렵지 않게 천정을 분리할 수 있지만, 수동으로 분리하고 조립하는 과정은 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떼어낸 천정 파츠를 보관해야 하는 것도 골치다. 그러나 파워탑은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이 모든 번거로움을 해결해준다.

자연 속 힐링을 마치고 온로드 시승에 나섰다. 넉넉한 출력은 2톤이 넘는 거구를 무리없이 밀어낸다. 최대토크가 3000rpm에서 터지는만큼 엔진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아도 부족함 없다. 승차감도 꽤나 훌륭하다. 험로를 달리기 위해 잘 다듬어진 서스펜션과 두꺼운 오프로드 타이어가 노면 충격을 잘 흡수하는 모양새다.

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돼 장거리 주행의 피로감을 다소 줄여준다. 스티어링 휠 조향을 도와주는 기능은 빠졌지만, 차간 거리를 똑똑하게 유지한다. 고속주행 연비는 리터당 11km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성능을 종합하면 무난한 수치다.

어쩔수 없는 시끄러움은 감수해야 한다. 오프로드 타이어는 속도가 조금만 붙으면 여지없이 특유의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또한 얇은 캔버스 천정도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

지프 랭글러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강력한 험로 주파 능력을 갖춘 정통 오프로더다. 여기에 버튼 하나로 자연과 가까워지는 오픈톱까지 갖춘 레저계의 종합 선물세트다. 거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긴다면 이보다 만족스러운 자동차가 있을까.

다만, 갑자기 올라간 가격은 부담이다. 5~6000만원대였던 랭글러가 2022년식부터는 7000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여기에 루비콘 파워탑은 7750만원에 달한다. 파워탑 덕분에 부쩍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가격 때문에 다시 멀어진 오프로더가 아쉬울 따름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