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MG] 자동차를 사랑했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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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16 16:59
[주말의 MG] 자동차를 사랑했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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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최근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조모였던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을 넘어 70여년간 재위한 그녀는 영국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왕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8세의 나이였던 1945년, 영국 육군에 중위로 입대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그녀는 당시 공주 신분이었음에도 수송보급장교로 보급차량 운행과 정비 등 차량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그 때문일까.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동차와도 인연이 깊었다.

그녀는 93세가 된 지난 2019년 더이상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 전 까지 수많은 차량들을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벤틀리를 소유했고, 대중 지향적인 복스홀을 타고 다녔던 기록도 남아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탔던 자동차들을 살펴봤다. 

# 여왕이 사랑했던 브랜드, 랜드로버

엘리자베스 2세는 즉위한지 1년만인 1953년 영국 연방을 순회하며 랜드로버 시리즈1을 탔다. 이는 아버지인 조지6세가 소유하고 있던 모델로, 의전용으로 총 6대가 생산돼 호주, 뉴질랜드, 홍콩 등 영연방에 속한 국가들에 각각 배치돼 활용됐다. 

시리즈1은 랜드로버의 시작을 알린 모델로, 오늘날 판매되고 있는 디펜더의 원류로 평가받고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 사업을 겨냥해 농촌과 공장 지대에서 활용하기 위한 모델로 개발된 모델로, 랜드로버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공헌한 모델이다. 

파워트레인은 로버가 개발하고 있던 고급 세단 P3의 것을 활용했다. 자체 개발한 트랜스퍼 케이스를 더해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한다. 항공기에 사용되던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이용해 부식 문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이 외에도 왕실이 소유한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디펜더 등을 직접 운전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방문했을 때에는 직접 디펜더를 운전해 자신의 영지를 주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여왕의 랜드로버 사랑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여왕은 최근까지 신형 디펜더 110을 가장 좋아하는 차로 꼽았고, 재위 70주년을 기념해 해당 차량들을 영국 적집자사에 선물했다. 2015년에는 레인지로버 하이브리드 기반의 새로운 의전차량이 공개되기도 했다.

# 엘리자베스 여왕, 왜건도 좋아했었다

영국 국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여왕의 차는 복스홀 크레스타 왜건이다. 이는 1960년대에 구입한 차량으로, 자녀들과 강아지를 태우고 직접 운전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크레스타는 오직 세단으로만 판매된 모델이지만, 복스홀은 엘리자베스 여왕만을 위한 왜건형 모델을 제공했다. 여왕과 그녀의 가족들이 모두 탑승할 수 있도록 차체를 기존 모델보다 크게 제작했고, 트렁크 공간에는 사냥용 엽총은 물론, 그녀가 키우던 반려견들이 탑승할 수 있게 설계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소유했던 왜건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X-타입 스포츠왜건을 구입했다. 재규어의 첫 왜건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2009년에 구입한 모델로, 89세의 나이였던 2015년에 이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모습이 노출되기도 했다. 비교적 오래된 모델이지만, 2021년 해당 차량이 다시 카메라에 잡히며 여왕이 지속적으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왕을 위한 자동차였던 만큼, 재규어는 X-타입에 특별한 사양들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좌석에 핸드백을 보관할 수 있는 가방고리를 추가하고, 트렁크 공간에는 그녀가 기르는 웰시코기들을 탑승시킬 수 있도록 별도의 편의사양을 주가했다.  

# 손주의 결혼식에 내어준 롤스로이스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왕자비의 결혼식에 등장한 롤스로이스도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다. 당시 메건 마클과 그녀의 어머니가 타고 등장한 롤스로이스 팬텀 IV는 세계 시장에도 단 18대만이 남아있는 희귀 모델로,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손자의 결혼식을 기념해 내어준 차량으로 알려져있다. 

해당 차량은 1954년 롤스로이스가 창사 50주년을 기념에 선보인 모델로, 영국 왕실은 1959년 구입해 여왕의 의전용 차량으로 활약해왔다. 영국의 코치빌더였던 H.J. 뮬리너의 손길을 거쳐 호화로운 구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고, 8기통 엔진을 장착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왕실은 이 외에도 다양한 롤스로이스를 이용해왔다. 여왕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팬텀 IV 리무진은 물론, 그녀의 아들인 찰스 왕세자가 이용했던 팬텀 VI, 첫 며느리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탔던 실버스퍼 등이 대표적이다. 

# 여왕만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벤틀리

엘리자베스 여왕이 최근까지 이용한 차량은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이다. 해당 차량은 2002년 여왕 즉위 50주년인 '골든 주빌리'를 기념해 만들어진 모델로, 오직 2대만 제작돼 영국 왕실에 납품됐다.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은 지난 2000년 개발에 착수해 2년간 왕실과의 협업을 거쳐 만들어졌다. 당시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아르나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전장은 6220mm, 휠베이스는 3884mm에 달하는 등 당시의 아르나지보다도 훨씬 컸다. 

차량의 모든 구성은 오직 여왕을 고려해 설계됐다. 여왕이 모자를 쓴 채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차에서 오르내릴 수 있도록 전고를 1770mm까지 키웠고, 여기에 각종 방탄장비와 첨단 안전사양, 퍼레이드를 염두해 6.4km/h로 정속주행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도 특별했다. 6.75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85.2kgm을 발휘하며, 최고속도는 193km/h에 달한다. 별도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 발전기는 물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LPG로 주행할 수 있는 연료 시스템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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