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의 성지, 그리옷스 개러지를 가다 [미국 자동차문화 탐방기③]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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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01 10:00
마니아들의 성지, 그리옷스 개러지를 가다 [미국 자동차문화 탐방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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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동차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동부 디트로이트와 서부 캘리포니아를 꼽는다. 디트로이트에는 빅3(포드, GM, 스텔란티스)가 모여있고, 서부 캘리포니아에는 현대차와 토요타, 혼다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그에 반해 서북부의 워싱턴 주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미국차 중심의 자동차 문화가 매우 발달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누적된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문화를 경험하기에 충분한 곳인데, 타코마에 있는 그리옷스 개러지(Griot's Garage)가 대표적인 곳이다. 

타코마에 있는 그리옷스 개러지(Griot's Garage)
타코마에 있는 그리옷스 개러지(Griot's Garage)

그리옷스 개러지는 'Have fun in your garag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차나 클래식카를 위한 관리 용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오너인 리차드 그리옷을 만났을 때는 그 이상의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워싱턴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리차드는 우리 일행을 매우 반갑게 맞아 주었다.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열정적이고 자동차에 관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하자 "어린 시절 현대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좋은 차를 만드는 회사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개러지 오너인 리차드 그리옷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가가 아닌 모든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클래식카 컬렉터여서, 제이 레노나 랄프 로렌, 톰 암스트롱 같은 유명 컬렉터들과 친분이 깊다.

리차드의 사무실 옆 쇼룸 전시 차량은 정기적으로 바뀐다.
리차드의 사무실 옆 쇼룸 전시 차량은 정기적으로 바뀐다.

그의 개러지는 하이엔드 클래식카 유저들을 위한 자동차 관리 용품을 개발, 생산하는 그리옷스 개러지를 중심으로 클래식카 전문 리스토어와 커스텀 작업을 진행하는 그리옷스 모터스 두 개의 사업 부문을 운영 중이다. 모든 제품은 자체 생산이며, 제품에 대한 시연소를 운영 중이다. 그리옷스 개러지에서는 클래식카 전문 케어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인데 쇼룸에 방문하면 그들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90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한 그리옷스 개러지는 3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이다. 4명의 자녀 중 리차드의 가업을 이은 자녀는 2명. 일과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들 둘이 현재 그리옷스 개러지에서 근무 중이다. 그중 니키는 지역 클래식카 이벤트에서 활약하며 젊은 세대들이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한다. 

개러지는 하이엔드 클래식카 유저들을 위한 자동차 관리 용품도 개발, 생산하고 있다.
개러지는 하이엔드 클래식카 유저들을 위한 자동차 관리 용품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이곳은 워싱턴 지역의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도 통한다. 가솔린&카페인이라는 이름의 카쇼가 유명하다. 이들은 개러지의 넓은 주차장과 잔디밭을 개방하는 것은 물론, 따끈한 커피와 도넛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직원 식당과 쇼룸, 시연소까지 개방하고 있으며, 1년에만 85개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이벤트에 장소를 내주고 있다. 

리차드는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자동차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가솔린&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자동차 이벤트를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 이라고 답했다. 나이를 떠나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의 차를 통해 모르는 것을 공유하고,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고, 이렇다보니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공간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조경이 자동차에 상해도 '즐거우면 그만'

인터뷰 도중 등장한 아들 닉은 아버지와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을 풍겼다. 세대와 세대를 잇겠다는 리차드의 바램이 그대로 투영된 모습이다. 리차드는 여전히 700가지 종류, 85개에 이르는 자동차 관리 용품을 개발하고 닉은 대외적인 서포트를 하며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파악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참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오른쪽부터) 개러지 오너 리차드와 그의 아들 닉
(오른쪽부터) 개러지 오너 리차드와 그의 아들 닉

그리옷스 개러지의 트럭을 모는 것부터 시작해 창고관리직 등 말단에서 시작한 닉은 아버지인 리차드와 점점 친구가 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맡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힘을 갖고 있는 건 리차드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리차드는 아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보다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에 대해 강조한단다.

위기가 없었던건 아니다. 지금까지 3번의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리옷스 개러지는 가족을 비롯한 직원, 자동차 마니아들이 묶여있다는 책임감 덕에 어려움을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직원식당. 가솔린&카페인 때 커피와 도넛을 제공하는 곳이다. 
직원식당. 가솔린&카페인 때 커피와 도넛을 제공하는 곳이다. 

리차드의 사무실 바로 옆에는 그의 컬렉션 중 대중적인 차들을 전시해 놓은 쇼룸이 있다. 정기적으로 전시차를 바꾸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포르쉐가 전시 중이었다. 쇼룸 옆에는 직원식당이 있는데 이 곳은 가솔린&카페인 때 커피와 도넛을 제공하는 곳이다. 

그리옷스 개러지의 또 다른 쇼룸은 자동차 관리용품이 가득하다. 광택제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케미컬, 공구와 직업 개발한 광택기, 용도에 따른 타월과 버퍼까지 자동차 관리에 관련된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다. 쇼룸에 있는 모든 제품들은 리차드가 직접 개발하고 테스트한 제품으로 그 품질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옷스 개러지의 제품들은 미국 내 가장 많은 클래식카 컬렉터들과 클래식카 박물관에서 선택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머플러의 모양대로 타 버린 잔디가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머플러의 모양대로 타 버린 잔디가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개러지의 메인 건물을 나와 그리옷스 모터스로 이동하는 길에 있는 넓은 잔디밭 역시 자동차 마니아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곳곳에는 지상고가 낮은 차들이 전시했던 흔적이 있는데, 머플러의 모양대로 타 버린 잔디가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잘 다듬어진 조경과 잘 관리된 잔디밭에 이런 흔적이 남는 것에 대해 리차드는 "이곳을 찾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지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존재다. 

그리옷스 모터스와 그의 개인 컬렉션이 보관된 창고로 가는 내내 그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방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세대들이 자동차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는 점인데, 자동차 마니아로서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즐기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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