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부터 벤츠까지' 최고급 수입차에 노조가 만들어지는 이유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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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29 11:00
'포르쉐부터 벤츠까지' 최고급 수입차에 노조가 만들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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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부당한 근로 조건과 급여 체계에 대한 불만이 결성 이유다. 흥미로운건 이런 움직임이 벤틀리나 람보르기니는 물론,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억원대 자동차를 판매하고 수리하는 고상한(?)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되진 않는다. 이들은 왜 노조를 결성하겠다고 나선걸까. 

#화려한 명함 뒤에 숨겨진 진짜 모습

딜러사는 물론,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명함을 보면 어디서든 내놓기 좋은 그럴싸한 수입차 로고가 각인되어있다. 그러나 이들은 빛나는 것은 명함 속 엠블럼일뿐, 보이지 않는 현장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노조에 소속된 딜러사 직원 A씨는 "영업 일선에서는 인센티브제와 특정 금융상품 강요 및 온라인 판매로 인한 일감 감소가 문제, 서비스 센터에서는 많은 근로 시간과 적은 급여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대다수"라며 "내부적으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동료들이 많다보니 노동조합까지 결성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상품 판매를 암암리에 독려하는 행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1금융권의 리스·할부상품을 두고도 사금융 수준의 캐피탈 상품을 판매하라고 한다"면서 "내 수당을 올리겠다고 고객의 신용점수를 깎아내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출고 지연으로 수입차 업계의 할인 경쟁은 이전보다 줄었지만, 딜러사의 무리한 정책으로 영업 일선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 제도와 급여 산정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다른 딜러사 직원 B씨는 "경력직을 채용 할 때 메이저 딜러사가 아니면 제대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공업사 출신이면 경력의 절반만이 인정되고, 타 브랜드 출신이어도 메이저 회사가 아니면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급여 체계도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1년차와 2년차의 기본급 차이가 5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것은 물론, 6년차와의 차이도 겨우 20만원 수준"이라며 "10년차 이후 연봉이 급격하게 오른다고는 하지만, 이런 체계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라며 푸념했다. 

이밖에 객관적이지 않은 승진·인사고과 제도, 퇴근 직전 통보되는 초과근무, 일부 상급 직원의 폭행·폭언 등 각 딜러사와 개개인마다 사정도 다양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만나본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가 노조 결성을 방해하기 위해 '갈라치기'를 시도한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딜러사 직원 C씨는 "영업에는 서비스팀 위주로 노조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고, 정작 서비스센터 쪽으로는 영업사원들 위주로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더라"며 "특정 부서에 치우친 조직이라고 말하면서 결속력을 저해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그럴싸한 명함만 갖고 있을뿐, 수입차 딜러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결국은 평범한 회사원"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다른 회사 처럼 직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노조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포르쉐에서 시작, 최근엔 최대 딜러 한성자동차까지

수입차 딜러사 직원들의 노조 결성의 시작은 2014년이다. 포르쉐를 취급하고 있는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영업사원들이 노조 결성을 주도했고, 2018년에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해 금속노조 서울지부 포르쉐지회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후 KCC 산하 아우토슈타트, 도이치모터스 산하 도이치아우토 등 모든 포르쉐 딜러사가 금속노조에 합류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후로도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노조 결정 움직임은 두드러졌다. 벤틀리를 판매하고 있는 참존에서 노조가 결성한 데 이어, 람보르기니 판매사 SQDA모터스에서도 조합이 꾸려졌다. 이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함에 따라 포르쉐지회는 '수입자동차지회'로 이름을 고쳐달았다. 

최근에는 이들보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공식 딜러사인 비젼오토모빌에서 노조가 출범했고, 올해 초에는 메르세데스-벤츠 딜러 더클래스 효성 직원들도 금속노조에 가입했으며,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졌다. 

한성자동차의 노조 결성은 수입차 업계의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24개 전시장과 27개의 서비스센터, 9개의 인증중고차 전시장을 구축한 전국 최대 규모의 딜러사기 때문이다. 소속 직원만 2000여명에 달하는 데다, 영업사원은 물론 서비스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기술직 사원들까지 노조에 합류하고 있는 것도 차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다른 수입차 딜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성자동차 같은 큰 회사에서 노조가 설립되고, 이후 어떤 행보를 이어가냐에 따라 다른 브랜드에서도 노조 설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다른 딜러사들 사이에서도 이미 노조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딜러사 직원들의 노조 활동이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파업, 특근 거부 등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은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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