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M850i 그란쿠페 '가성비로 즐기는 M8의 맛'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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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07 13:20
[시승기] BMW M850i 그란쿠페 '가성비로 즐기는 M8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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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분변경을 거친 BMW 8시리즈는 '연식변경'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바뀐게 별로 없다. 그나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에 판매되지 않던 V8 라인업인 'M850i'가 추가됐다는 것. 엔트리급 840i와 최상위 M8 사이에서 어떤 매력을 선사할지 BMW M850i xDrive 그란 쿠페 모델을 타고 시내와 고속도로를 고루 달렸다.

8시리즈의 디자인은 언제 봐도 기대 이상이다. 이번 부분변경에서도 '못' 바꾼게 아니라 '안'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 7시리즈가 BMW의 기술적 정수라면, 8시리즈는 디자인의 정수를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감동적이다. 특히 차체 비율이 인상적인데, 늘씬한 차체 만큼은 경쟁 모델인 포르쉐 파나메라나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모델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쿠페형 4도어 세단 중 최고의 비율이다.

안 바뀌어서 다행(?)인 점은 최신 BMW에 적용되는 대형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사양인 만큼 기존 형태를 유지하길 잘 한것 같다. M 브랜드 50주년을 기념하는 신형 로고가 보닛과 트렁크, 휠 등에 위치한다.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컬러 조합이 기존 로고와 어울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새롭게 추가된 그릴 조명 '아이코닉 글로우'는 존재감은 조금 실망스럽다. BMW XM이나 신형 7시리즈처럼 그릴 형상을 강조한 윤곽 조명이 들어갔다면 더 나았을 듯 싶다.

외관 만큼이나 실내도 변화 폭이 적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감은 여전히 좋지만, 전반적인 '8'이라는 숫자에 어울릴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시트와 대시보드를 포함해 손이 닿는 곳 대부분을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했으며, 천정에도 스웨이드를 아낌없이 둘렀다. 화룡점정은 콘솔 가운데 위치한 크리스탈 기어노브다. 스와로브스키가 디자인한 크리스탈 기어 레버가 빛을 받을 때마다 보석처럼 반짝인다. 크리스탈 소재는 변속기 뿐만 아니라 시동 버튼과 볼륨 노브, 아이드라이브 조그 셔틀에도 둘러졌다. 밤과 낮 언제든 고급스러운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무난하다. 화려한 조명과 첨단 디스플레이로 무장한 벤츠, 특유의 기계적인 감성을 제대로 살린 포르쉐 등과 비교하면 다소 심심한 8시리즈의 실내는 다소 실망스럽다. M 브랜드 50주년 기념 로고가 빠진 것도 아쉽다. 가격대를 고려한다면 더욱 많은 기교가 필요해 보인다.

쿠페형 모델이지만 뒷좌석은 나름 넉넉하다. 시트 방석이 푹 들어가 있어 탑승자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형태다. 파노라마 선루프와 더불어 시원하게 뚫린 윈도우 라인이 뒷좌석 개방감을 살려준다. 더불어 시트 자체도 앞좌석보다 살짝 높게 위치해 답답함을 줄였다.

뒷좌석 가운데에는 차량을 가로지르는 센터 콘솔이 높게 솟아있다. 때문에 4인승처럼 보이지만, M850i 그란 쿠페는 자동차 등록증상 5인승으로 표기된다. 실제로 뒷좌석 3인 탑승을 위한 가운데 좌석 벨트도 마련됐다. 물론, 떡하니 자리한 콘솔로 인해 다리를 강제로 벌리고 앉아야 한다. 또한 양옆보다 시트 위치가 높아 머리 공간에서도 꽤 손해를 본다.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누굴 태울만한 자리는 아니다.

기다란 보닛 아래는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f·m를 발휘하는 4.4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M8과 동일한 심장이지만, 약 100마력 정도 힘을 뺐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와 8단 자동 변속기가 들어갔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9초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로 제한된다.

V8 엔진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고 주행에 나섰다. 넘치는 출력이 6기통 모델에서 느꼈던 갈증을 말끔히 씻어준다. 200마력의 출력 차이 덕분에 840i와는 아예 다른 차가 된다. 무거운(2120kg) 무게를 강력한 파워로 너무나 쉽게 극복해낸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좀 더 거칠어진다. 서스펜션은 더욱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 반응도 한층 무겁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기 무섭게 튀어나가는 모습에 진정한 V8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도로가 짧아지는 듯한 만드는 마술을 부리는 듯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시동을 걸면 '퍼버벅' 팝콘을 튀며 시동이 걸리는 이모션 스타트 기능도 백미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단 시승차에 적용된 사계절 타이어는 한계점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고성능 여름용 타이어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성능에 비해 너무 얌전한 배기음도 마이너스 요소다. M 엔지니어링이 가미된 V8이라면 적어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울부짖어도 되지 않을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컴포트 모드로 바꿨다. M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전반적인 승차감은 단단한 편이다. 다만 노면의 큰 충격은 부담없이 걸러줘 데일리 카로 손색 없는 수준이다.

넘치는 힘은 살짝 봉인하고 유유자적 나아간다. 가르릉 거리는 V8 엔진이 고요한 실내를 간지럽힌다. 의외의 매력포인트를 발견했는데, 바로 가변 배기 플랩이 닫힌 상황에서 급가속을 하는 경우다. 차는 조용한데 슈퍼카 못지 않게 강력한 힘으로 치고 나간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독특한 이질감이 기분 좋은 모순을 만들어낸다.

연비도 준수하다. 장 시간 이어진 고속도로 정속 주행에서 리터당 13km 중반을 기록했다. 특별히 연비 운전 스킬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교통 흐름을 따른다면 10km/L 이상을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물론, 배기량이 큰 엔진인 만큼 다이내믹한 주행 상황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7.7km다.

8시리즈의 멋진 디자인과 V8 고성능을 모두 누릴 수 있는 M850i의 국내 출시는 너무나 반가운 손님이다. 그간 8시리즈 소비자들은 고성능 모델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상위 모델인 M8의 가격대는 너무 높았다. 같은 플랫폼과 엔진을 쓰는 M5의 가격(1억6600만원)을 생각하면 2억원대 중반의 몸값은 납득하기 어렵다.

덕분에 M850i는 포지션이 곧 장점이 됐다. 6기통 모델과 가까운 가격에 M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췄다. 기존 840i 구매자들이 꽤나 배아플 구성이다. BMW M850i xDrive 그란 쿠페 가격은 1억3910만원이다. 2도어 쿠페 모델은 1억4290만원으로 조금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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