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우디 최초' 박슬아 디자이너…"성별 중요치 않아, 중요한건 캐릭터"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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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4 15:17
[인터뷰] '아우디 최초' 박슬아 디자이너…"성별 중요치 않아, 중요한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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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슬아 디자이너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생각 이상으로 많다. 아우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고,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아우디의 외장 디자인을 맡았다. 많은 디자이너 지망생들이 꿈을 찾아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것과 달리 유학 없이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만을 거쳤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색깔과 캐릭터가 중요할 뿐, 성별은 물론 자신을 상징하는 다양한 타이틀에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가 디자인한 어반스피어가 전시된 서울 가로수길의 '하우스 오브 프로그레스 in 서울'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우디 박슬아 디자이너
아우디 박슬아 디자이너

Q. 아우디 최초의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라는 말에 놀랐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아우디 입사 준비를 하고 지원을 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어쩌다보니 팀 내에 여자는 나 혼자였을 뿐이다. 성별보다 중요한건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에서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나만의 색깔과 감성, 캐릭터가 중요하다.

Q. 포트폴리오를 보면 SQ2, Q3, TT 같은 작은 차 디자인을 맡았는데, 이유가 있었을까

회사에서 특정 작업을 지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원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원해서 경쟁하라는 분위기다. 사실 귀엽고 작은 차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Q. 어쨌건 작은 차를 맡다가 어반스피어라는 큰 차 디자인을 맡았는데 어땠는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보다시피 그동안 아우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비율의 차다. 익스테리어는 같은 팀의 독일인 동료와 함께 작업했고, 인테리어는 중국의 아우디 스튜디오에서 협업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박슬아 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차 어반스피어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박슬아 디자이너가 자신이 디자인한 차 어반스피어의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Q. 어반스피어의 측면을 보다가 놀랐다. 굉장히 큰 찬데, 상당히 날렵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인테리어가 강조된 차라서 공간이 굉장히 클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전형적인 미니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무거워보일 수 있는데, 특유의 윈도우 라인을 가미해서 시각적으로 차를 더 낮아보이는 효과를 준다. 유리가 적용된 면적이 넓다보니 무거워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이를 덜어주는 역할도 했다. 

Q. 아우디의 디자인 핵심은 싱글프레임 그릴인데, 디자인 과정에서는 어떤 고민이 있었나

싱글프레임은 아우디의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이 요소를 계속 이어오고 싶었고, 그럼에도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디지털적인 요소와 메탈 소재로 이뤄진 피지컬적인 요소를 결합했는데, 이렇다보니 조명이 꺼져도 싱글프레임을 구성하는 요소는 그대로 드러난다. 과거의 그릴이 공기흡입구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시각화를 한 부분도 있다. 

Q. 헤드램프도 상당히 독특한데 

리빙 디지털 아이(Living Digital Eye)라고 한다. 아우디 로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는데, 사람의 눈 같은 또렷한 형상이 특징이다. 그래서 차량을 바라보면 정말 사람과 직접적으로 눈을 마주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전면부에 디지털 캔버스를 덮으면 상대적으로 덜 또렷해보일 수 있는 헤드램프를 강조해서 자신감있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아우디 어반스피어의 다양한 라이트닝 디자인
아우디 어반스피어의 다양한 라이트닝 디자인

Q. 실내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자면

차 안에서 머무르는 공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인테리어 공간이 강조된 차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아늑하면서도 따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어둡고 모던한 럭셔리카 느낌의 실내와는 반대의 느낌이다. 이 차의 초점은 2열시트에 있는데 퍼스트클래스의 경험을 2열 시트에서 느낄 수 있게끔 디자인됐고, 감싸는 듯 한 디자인으로 안전한 느낌도 줬다. 앞부분은 다른 스피어 시리즈(스카이스피어, 그랜드스피어)와의 연속성을 보여주는데, 스크린을 없애서 더 심플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 게 특징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아우디의 디자인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우디에게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라는 철학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디자인 자체가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밋밋하거나 심심한 디자인도 아니다. 절제된 디자인 안에서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진보' 라는 브랜드의 DNA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아우디 디자인 팀의 분위기는 어떤 편인지

굉장히 자유롭다. 독일 사람만이 아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다보니 각자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디자인 시안이 나오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독려하고 있다. 각 디자이너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한데, 디자인 총괄 등 상급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고 있다. 

아우디 박슬아 디자이너 
아우디 박슬아 디자이너 

Q. 듣기로는 마크 리히트 총괄이 엄청 깐깐하다는 것 같은데

깐깐하다기보다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이렇다보니 좋은건 좋다. 싫은건 싫다가 뚜렷하다.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굉장이 도움이 많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자인 방향을 더욱 뚜렷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시대에도 기존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아우디는 굉장히 긴 역사를 갖고 있고,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다보니 전통을 유지하면서 그와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하는 적극적인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아울러서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외관 디자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새로운 디자인 언어와 프로포션이 쓰일 것 같다. 엔진이 있던 자리가 없어지면서 디자인의 자유도는 커지고, 인테리어는 넓어지지 않는가. 배터리팩도 바닥에 위치하면서 휠베이스는 길어지고, 전고도 높아지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량과는 또 다른 프로포션을 보여줄 것으로 본다.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해석할지가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전기차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을 잘 풀어나가는게 가장 큰 도전일 것 같다.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한 람보르기니 미우라. 박슬아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의 차로 꼽았다.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한 람보르기니 미우라. 박슬아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의 차로 꼽았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 그리고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전위적인 디자인을 좋아한다.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한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대표적이겠다. 재규어 E-타입처럼 볼륨감이 넘치는 차도 좋아하고, 독일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린 아우디 TT 1세대라던지, A7 같은 디자인도 좋아한다. 

Q. 어반스피어 이후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아우디가 그리는 미래를 같이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차를 디자인 하고 싶은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고 있는 시대 속에서 그 시대를 초월한 타임리스 디자인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를 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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