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옷스 모터스에서 만난 진귀한 자동차들 [미국 자동차문화 탐방기④]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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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9 10:30
그리옷스 모터스에서 만난 진귀한 자동차들 [미국 자동차문화 탐방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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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옷스 개러지가 운영하는 그리옷스 모터스는 클래식카를 위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진, 섀시, 차체 정비는 물론, 복원(리스토어)까지 할 수 있다. 클래식카 리스토어에서 가장 중요한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하는 고증이지만, 그리옷스 모터스는 소유자의 취향에 따라 편의를 추구하는 커스터마이즈와 레스토 모드도 가능하다. 폭스바겐 골프는 물론,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 차종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리스토어 프로그램은 정밀함을 내세운다. 새롭게 도장을 할 때 보통은 매끈하게 다듬지만, 이곳에서는 공장에서 출시될 때의 모습을 선호한다. 무슨 뜻인가 싶겠지만, 1950년대 이전에 제작된 자동차는 도장면이 고르지 않아 미세한 굴곡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고, 그리옷스는 이런 점까지도 재현해낸다. 

커스터마이즈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오너의 취향대로 자동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신형 서스펜션을 장착하거나 브레이크나 보디를 강화하는 작업은 인기가 높은 편. 물론 완벽한 리스토어와 커스터마이즈, 레스토 모드는 그 가치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을 할 경우, 클래식카로서의 가치는 포기해야 한다. 

# 그리옷스 모터스의 보물창고

리스토어 작업장을 둘러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장비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아주 깨끗한 작업장의 바닥이나 먼지 한 톨 없는 스토리지, 오염물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작업 공간 등 구석구석 신경을 쓰지 않은 곳이 없다. 전 세계에서 공수해 온 부품들이 쌓여 있는 스토리는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천정까지 빼곡하게 쌓여있는 부품 박스들은 차종 별, 연대 별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간단한 부품은 작업장 내의 스토리지에서 보관하지만, 보디 부품이나 부피가 큰 부품은 별도의 공간에 따로 보관하는 등 작업 효율성도 신경 썼다.

직접 작업장 구석구석을 안내해 준 리차드(그리옷스 개러지, 그리옷스 모터스의 오너)는 우리를 작업장 뒤편의 별도 스토리지 공간으로 안내했다. 평범해 보이는 창고 건물의 육중한 문이 열리자 안에는 수십 대의 희귀모델이 보관 중이었는데, 리차드 개인 소유의 차와 그리옷스 모터스 고객(리차드의 말에 의하면 지인이라고 했다) 소유의 차들이다.

말 그대로 이곳은 보물창고다. 자동차 전문 서적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명차,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기는 할까" 하는 의문을 가졌던 차들을 실제로 보는 감동은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사진으로 기록을 남겨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실제로 보는 감동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옷스 모터스에 보관 중인 차들 중에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델들을 꼽아 봤다. 

# 란치아 스트라토스 HF(Tipo 829)

스트라토스 HF는 란치아의 간판 랠리카 풀비아 HF의 후속으로 개발된 모델로, 그리옷스 모터스에 있는 차 중에 가장 귀한 차다. 20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가 베르토네 시절 디자인을 담당한 스트라토스 HF는 지금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룹5와 그룹4 호몰로게이션 취득을 위해 공식 생산된 스트라토스 HF는 경주차 버전과 로드 버전을 합쳐 총 492대만 생산됐다. 일반적인 모노코크 보디가 아닌 일체형 롤케이지가 있는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고, 페라리 디노 V6 엔진을 미드십 가로배치 형태로 얹어 뒷바퀴를 굴린다. 그룹4 버전의 공차 중량은 880kg(로드버전인 스트라달레는 980kg) 정도다. 

스트라토스 HF는 독특한 디자인 덕에 지금도 역대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진 자동차를 거론할 때 상위에 랭크된다. 그리옷스 모터스의 스트라토스 HF는 차 자체의 희소성도 높지만 트렁크에는 발터 뢸을 비롯한 레전드 랠리스트들의 친필 서명까지 있다.

#AC 코브라 

AC 코브라는 미국을 대표하는 경량 로드스트 쉘비 코브라의 원형이다. 레이서인 캐롤 쉘비가 유럽에서의 레이스 경험을 살려 유럽식 경량 스포츠카 보디에 미국식 대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영국 AC의 보디를 미국으로 수입해 포드의 427 엔진을 올려 탄생한 차가 쉘비 코브라 427이다. AC 코브라는 이보다 먼저 선보인 모델로, 오리지널 알루미늄 차체는 약 30억원 정도에 거래된다.

1980년대 코브라의 상표권이 포드로 넘어가고, AC가 도산하면서 디자인 저작권은 여기저기 떠돌았다. 이때 많은 레플리카 업체들이 생겼는데, 한 때 코브라 레플리카를 만드는 회사만 전 세계에 100개 이상이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2000년대 들어오며 쉘비 아메리카가 법적 절차로 모두 해결했다. 그 결과 지금은 쉘비 모터스와 슈퍼포먼스에서 생산하는 CSX 시리얼을 가진 차만 클래식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 알루미늄 보디를 쓴 오리지널 모델과 별개로, 쉘비 모터스와 슈퍼포먼스에서 생산한 FRP 보디도 CSX 시리얼을 받는 건 아이러니지만.

# 맥라렌 세나

불세출의 F1 드라이버인 아일톤 세나의 헌정 모델이다. 맥라렌에서는 F1, P1에 이은 울티메이트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맥라렌 F1 팀에서 활동했던 아이톤 세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500대가 생산됐다. 

그리옷스 모터스의 맥라렌 세나는 500대 중에서도 아이톤 세나와 맥라렌의 상징과도 같은 말보로 맥라렌 도색 모델로 500대 중에서도 한정판에 속하는 모델이다.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은 차체 중앙에 있으며, 최고 출력은 800마력에 이른다. 전작인 P1과 달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사용하지 않은 것도 특징.

보디와 인테리어는 대부분 카본 파이버로 제작했는데, 트랙 주행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로 채워져 있다. 정지부터 100km/h 가속까지는 단 2.8초만 필요하고 톤 당 출력은 658마력에 이르며 최고속력은 340km/h에서 제한된다. 세부버전으로 는 GTR이 75대, LM이 35대, GTR LM이 5대가 제작되었다.     

# 메르세데스-벤츠 190 E 에볼루션 II

190 E(W201)의 고성능 버전이자 끝판왕이라 불리는 에볼루션 II는 코쓰워쓰가 다듬은 엔진을 올린 모델이다. 199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190 E 2.5-16 에볼루션 II는 공개 전에 이미 502대의 생산 예정 대수가 완판 되기도 했다. 

과격하고 공격적인 보디킷이 인상적인 에볼루션 II는 2,3-16, 2.5-19 에볼루션 I에 이어 190 E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직렬 4기통 엔진 블록(양산형)에 코쓰워쓰가 다듬은 헤드를 올려(16밸브) 최고 출력은 235마력이다. 

에볼루션 II의 가장 큰 특징은 슈트트가르트 대학교의 리차드 에플러 교수가 설계한 과격한 보디킷. 조절 가능한 대형 리어 윙, 프론트와 사이드 스커트 등 기존 메르세데스-벤츠의 보수적인 이미지는 전혀 다른 부품들을 대거 추가했다. 출력도 출력이지만 공기 역학 설계에 중점을 두었으며, 공기저항계수는 0.29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희소가치가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중에 하나다. 

# BMW M3 쿠페 왜건(E30)

그리옷스 모터스에서 실험적으로 제작한 모델이다. 기본형은 E30 보디의 M3 쿠페인데 뒷부분을 늘려 왜건으로 개조했다. 마구잡이로 왜건 보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리옷스 모터스의 엔지니어들의 철저한 계산에 의한 섀시 설계로 만들어졌다. 

그리옷스 개러지는 이 차를 홍보와 마케팅 용도로 사용 중인데 일반도로를 달리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각종 이벤트나 카쇼에 등장하기도 한다. 가끔은 넓은 적재공간에 그리옷스 개러지의 다양한 자동차 관리용품을 싣고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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