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회장, "우리는 모빌리티가 아닌 드림카를 파는 회사" [인터뷰]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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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14 09:00
람보르기니 회장, "우리는 모빌리티가 아닌 드림카를 파는 회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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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스테판 윙켈만 회장은 인터뷰 내내 여유가 넘쳤다. 당장 2023년부터 출시될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냈고, 이를 통해 람보르기니가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감과 여유와는 별개로 겸손함과 순수함도 엿보였다. 우루스의 성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성장세를 일궈낸 공을 람보르기니의 임직원들과 딜러들에게 돌렸고, 드림카와 모터스포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소년처럼 눈빛이 반짝였다. 

Q.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을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나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고, 높은 잠재력을 가진 곳이다. 최근 5년간 한국의 람보르기니 판매량은 16배 넘게 증가했는데, 우루스를 포함한 다양한 모델 라인업 덕분에 한국의 슈퍼 스포츠카 열성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 시장은 젊은 세대가 새로운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인데, 근 몇 년간 젊은 전문 사업가들과 얼리어답터 고객들이 눈에 띄게 관찰된다.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슈퍼 스포츠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이번에 공개된 우루스 S와 퍼포만테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자면

일단 우루스라는 완벽한 자동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뛰어난 차들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우루스 S는 향상된 성능으로 럭셔리하면서도 다재다능한 매력을 모두 겸비한 모델이고, 우루스 퍼포만테가 조금 더 퍼포먼스에 집중이 되어있다. 우루스 퍼포만테의 외형에서 볼 수 있듯 더 많은 카본파이버를 사용하고, 스포일러도 적용되어있다.

Q. 우루스 S와 퍼포만테 중 어떤 모델을 더 선호하나

우루스 S와 우루스 퍼포만테는 목적과 지향점이 확연히 다른 모델이다. 퍼포먼스를 즐기는 편이라 우루스 퍼포만테를 조금 더 취향에 맞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우루스 퍼포만테를 타고 다니고 있다. 

Q. 페라리 푸로산게 처럼 람보르기니도 V12 SUV를 내놓을 계획이 있나

없다.

Q. 우루스를 설계할 때 처음부터 12기통을 염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우루스는 데일리카의 목적이 짙은 모델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등, 전동화도 염두했던 모델이기에 배터리 배치 등 추가적인 개선 과정을 고려해도 V8 엔진이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Q. 매년 판매가 늘다보니 특유의 아이코닉함이 옅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

스포츠카 분야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1만대 가량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시장이며, SUV는 이보다 훨씬 큰 시장이다. 람보르기니의 연간 생산량이 1만대 수준인데,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7000만대 가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희소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람보르기니 구매자들 사이에서 개인맞춤화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람보르기니 고객들이 원하는 드림카를 제공하고, 회사 차원에서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Q. 비슷한 차원에서 SC18, SC20 같은 원오프 모델을 선보일 계획도 있나

원오프 프로젝트는 시장과 브랜드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아이디어와 함께 계획해야 한다. 과거에도 뛰어난 차량을 보여주었고, 미래에 고객들도 희소성을 가진 차량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원오프와 한정판매 차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람보르기니가 이미 매우 제한적이고 특별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Q.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데, 비결이 있다면

잘 알고 있듯 이번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차량 인도 대수나 매출, 수익률 등 모든 부분에서 기록적인 지표를 나타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게 주효했던 것 같고, 차량 본연의 품질과 아름다움을 알아봐준 고객들의 덕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딜러 등 파트너들, 람보르기니 직원들의 노력도 역할을 했다. 

Q. 합성연료(e퓨얼)를 고민하는 브랜드가 많아졌는데, 람보르기니는 어떤가

탄소중립적인 합성연료를 사용할 기회가 있다면 순수전기차가 아니어도 내연기관을 계속 만나볼 수 있을것이다. 아벤타도르나 우라칸의 후속모델에서도 내연기관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인건데, 법과 규제가 문제다. 합성연료 도입 과정에서 장벽이 많다면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순수 전기차로 갈 수 밖에 없다. 

Q. 그렇다면 V12 엔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만날 수 있을까

합성연료를 내연기관에서 쓸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일 것 같다. 람보르기니는 2023년에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고, 2024년 말까지 전 모델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할 예정인데, 여전히 람보르기니 엔진이 탑재되기 때문에, 엔진 사운드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첫 모델은 아벤타도르의 후속 모델인데, 완전히 새로운 V12 엔진과 전동화 시스템은 그룹(폭스바겐그룹)의 도움 없이 람보르기니가 전부 설계한 모델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후속 프로토타입 (사진제공 : S. Baldauf/SB-Medien)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후속 프로토타입 (사진제공 : S. Baldauf/SB-Medien)

Q. 아벤타도르 후속 차종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말한대로 아벤타도르 후속모델을 준비중인게 맞다. 2023년에 공개될 예정인데, 내년은 람보르기니 출범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 아벤타도르의 후속 모델은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시대를 알림과 동시에, 람보르기니의 미래. 즉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차량이 될 것이다. 디자인은 정말 놀라울 정도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며, V12 하이브리드 사운드는 경이로울 정도다.

Q. 첫 전기차가 2+2 구조라고 예고했는데, 이유가 있나

람보르기니가 슈퍼 스포츠카만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스포츠카 외에도 다른 차량들을 만들었던 적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는 GT 스포츠카로 시작한 회사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전기차를 2+2 구조의 지상고가 조금 높은 GT로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들도 GT 모델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라인업을 채워야 한다면 GT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Q. 슈퍼카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량화인데, 배터리가 이를 방해하진 않을까

맞는 말이다. 탄소 섬유 재료 적용 등을 통해 배터리로 인한 중량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람보르기니에게 중요한 또다른 요소 중 하나는 중량 대비 출력인데, 우리는 이를 더 높은 파워로 상쇄시키고자 한다. 이를 통한 가속 성능도 매우 중요한 영역이지만, 핸들링과 운전자가 느끼는 퍼포먼스를 더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기차도 진정한 슈퍼 스포츠카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이겠다. 

Q. LMDH 참가를 발표하자 많은 팬들이 페라리와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에 고무하고있다

팬들도 그렇고, 우리 투자자들도 많이 기대하는 부분이다(웃음). 페라리를 포함해 다양한 브랜드가 이 모터스포츠(LMDH)에 상당한 메리트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이벤트이다보니 전 많은 곳에 기술력과 퍼포먼스를 과시할 수 있는 이벤트다. 내년 중 람보르기니 LMDH 레이스카를 엿볼 수 있는 콘셉트카가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모터스포츠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던 슈퍼트로페오 아시아태평양 경기가 내년부터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라는 점도 참고 바란다.

Q. 자동차를 IT기기처럼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람보르기니에게 있어 자동차란 무엇인가

우리는 소비자들의 꿈을 담은 '드림카'를 파는 회사지, 모빌리티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자동차의 디지털화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건 슈퍼 스포츠카보다는 일상의 차량들에서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람보르기니에게 가장 중요한건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체감할 수 있는 퍼포먼스다. 물론 람보르기니도 디지털화를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람보르기니 답게 받아들이겠다. 

Q. 드림카 이야기가 나와서 개인적으로 묻는 질문이다. 드림카가 무엇인가

사실 어렸을 때에는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더 좋아했다(웃음). 오늘 날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며 시야가 넓어진 케이스인데, 아벤타도르가 드림카다. 아마 조만간 나오게 될 새로운 람보르기니들도 드림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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