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제네시스 대신 벤츠를 탔다 [기자수첩]
  • 신화섭
  • 좋아요 0
  • 승인 2022.11.22 15:16
윤석열 대통령은 제네시스 대신 벤츠를 탔다 [기자수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5일과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전세계 20개국의 정상이 모이는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G20 정상회의에 참가해 여러 정상을 만나는 등 총력 외교에 나섰다.

전세계인이 주목하는 외교전을 두고, 때아닌 '의전차' 논란이 일어났다. 윤 대통령이 국산차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려 벤츠 차량에 탑승하는 윤 대통령 내외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려 벤츠 차량에 탑승하는 윤 대통령 내외

인도네시아 대통령 비서실 공식 유튜브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내려 현지 인사들과 환담을 나누고 준비되어있던 메르세데스-벤츠 의전 차량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이번 G20 정상회의 공식 의전용 차량은 제네시스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 10월, G20 발리 정상회의 공식 VIP 차량으로 G80 전동화 모델을 선정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G80 전동화 모델 87대, G80 전동화모델 롱 휠베이스 44대, 아이오닉5 262대 등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G20에 참가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브라질 세우수 아모링 외무장관, 캄보디아 훈 센 총리,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남아프리카공화국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등은 비행기에서 내려 G80 전동화 모델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김건희 여사는 인도네시아 영부인인 이리아나 위도도 여사를 만나러 갈 때 G80 전동화모델 롱 휠베이스를 이용했다
김건희 여사는 인도네시아 영부인인 이리아나 위도도 여사를 만나러 갈 때 G80 전동화모델 롱 휠베이스를 이용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 시작부터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가드(W221)에 탑승하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했다. G80 전동화 모델은 김건희 여사가 인도네시아 영부인인 이라아나 위도도 여사를 만나러 갈 때 한 차례만 목격됐다. 

윤 대통령은 G20에 앞서 정의선 회장을 만나 G80 전동화 모델에 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지만, 정작 행사에서는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G20 일정 동안 공식 의전 차량이자 국산차인 제네시스를 많이 이용했더라면 한국 자동차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물론, 모든 정상들이 G80 의전차량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 영국 리시 수낵 총리와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등은 토요타 랜드크루저를 이용했고, 평소 렉서스 LS를 이용해왔던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메르세데스-벤츠 S600 가드에 탑승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G80이 VIP를 경호하기에 다소 모자랐을 수도 있다"면서 "S600 가드의 경우 소총은 물론 기관총이나 로켓포 공격까지 막아낼 수 있는 훌륭한 방호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캐딜락 '비스트'에 탑승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캐딜락 '비스트'에 탑승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리 공항을 빠져나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차량. 뒷면에 홍치 엠블럼이 보인다.
발리 공항을 빠져나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차량. 뒷면에 홍치 엠블럼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공항에서 대통령을 맞이하는 의전 차량은 홍보뿐 아니라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정상들은 직접 공수한 자국 차량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비스트'라는 애칭이 붙은 캐딜락 차량에 탑승했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토종 브랜드인 홍치 N701에 탔다. 즉, 사전에 협의만 한다면 어떤 자리에 어떤 차량을 이용할 지 선택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도 한두 번쯤은 G80 전동화 모델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2020 로마 G20 정상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한 알파로메오 
2020 로마 G20 정상회의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한 알파로메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이전 대통령들도 국산차를 이용하지 않았다'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로마 G20 정상회의에서 알파로메오 차량을 이용했고, 2019년 오사카 G20에서는 벤츠 S클래스를 탑승했다. 

그러나 이번 G20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 대표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그룹이 공식 VIP 차량을 제공했고, 심지어 현대차그룹은 그간 없던 차량인 G80 롱 휠베이스를 특별 제작해 지원할 정도로 많은 신경을 쓴 행사다.

윤 대통령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뒤로 보이는 G80 전동화 모델 롱 휠베이스
윤 대통령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뒤로 보이는 G80 전동화 모델 롱 휠베이스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머니투데이에 'G20 정상회의를 빛낸 우리나라 전기차'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렇게 빛냈다는 우리나라 전기차를 우리나라 대통령이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묻고싶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