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픽업트럭, 50년 만에 부활…'그들은 진심이었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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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26 11:00
기아 픽업트럭, 50년 만에 부활…'그들은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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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하비 픽업트럭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테스트를 위해 모하비 차체를 덧씌운 테스트뮬에 불과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동호회 등에 퍼지며 자동차 마니아들을 뜨겁게 달궜다.

기아는 오래 전 부터 픽업트럭에 진심이었다. 기아산업 시절부터 픽업트럭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이 있었고, 이후에도 다양한 콘셉트카를 발표하며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내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출시 가능성이 여러 차례 언급되기도 했다. 하나하나 사례를 모아보니 심증을 넘어서 물증도 넘쳐난다.  

# 픽업에 진심이었던 기아, '간은 여러번 봤다'

기아 픽업은 오래 전 이미 양산된 바 있다. 1973년에 등장한 기아마스타 B-1000이 그 주인공이다. 마쓰다 파밀리아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로, 숏바디와 롱바디 모델 등 두 종류로 판매됐다. 브리사가 출시된 이후 브리사 픽업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후 현대차 포니 픽업과 경쟁을 펼쳤다. 

기아 KCV-4 모하비 콘셉트
기아 KCV-4 모하비 콘셉트

그로부터 31년 뒤인 2004년 시카고오토쇼에서는 KCV-4 모하비 콘셉트를 깜짝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가 개발을 주도한 모델로, 5인승 구조를 갖춰 실용성을 강화하고, 3.8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는 등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기획된 모델이었다. 

이때부터 기아가 진짜 픽업트럭을 만드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시 시작했다. 그러나 꽤 오랫동안 별다른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KCV-4 모하비 콘셉트는 픽업트럭이 아니라 대형 SUV로 탄생했다. 

기아 쏘울스터
기아 쏘울스터

2009년 북미국제오토쇼에 공개된 쏘울스터에서도 픽업트럭의 향수가 드러난다. 당시 기아는 "로드스터의 특성을 가미한 크로스오버" 라고 언급했지만, 외형만 보면 영락없는 픽업이었다. "2열 시트를 접어 적재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는 설명 역시 크로스오버 보다는 픽업트럭의 특성이 더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기아 세도나 포토 사파리 콘셉트
기아 세도나 포토 사파리 콘셉트

기아가 다시 픽업트럭을 선보인건 2015년 세마쇼다. 비록 LGE-CTS 모터스포츠라는 튜닝 회사와 협업한 개조한 모델이지만, 카니발(북미 수출명 세도나)을 기반으로 한 세도나 포토 사파리 콘셉트를 선보였다. 카니발의 3열을 절개한 것으로, 3열 시트 공간을 짐칸으로 개조했다. 

차량의 이름처럼 사파리에서 동물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전문 사진가들의 조언을 담은 구성을 갖췄다. 또, 차고를 높여 험로에서도 손쉽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 디자이너도, 해외법인장도 "픽업트럭 찬성!"

기아가 픽업트럭을 만들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이유는 임직원들의 인터뷰와 공식 발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아 디자인센터장 카림 하비브 전무
기아 디자인센터장 카림 하비브 전무

포문을 연건 기아 호주법인 데미안 메레디스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지난 2019년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아가 포드 레인저, 토요타 하이럭스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중형급 픽업트럭을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호주 법인은 오래전부터 픽업트럭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데미안 메레디스는 "아직 검토단계에 있지만 픽업트럭이 호주 시장에 출시된다면 순식간에 8~10%가량의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훌륭한 제품과 가격, 업계 최고 수준의 보증 서비스가 결합된다면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아 디자인센터를 이끄는 카림 하비브 전무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작년 인터뷰에서 "픽업트럭 생산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며 "(픽업트럭은)기아의 브랜드 및 포트폴리오에 적절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아 송호성 사장
기아 송호성 사장

올해 초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는 픽업트럭 출시가 공식화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송호성 사장은 2024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하겠다고 언급해 주목받았다. 업계에서는 해당 차량이 프로젝트명 TK1으로 알려진 프레임바디 기반의 픽업트럭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기아의 픽업트럭은 빠르면 2024년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내수 및 북미 외 지역 수출 물량은 국내 화성공장에서 생산하고, 북미형 모델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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