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현대차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주지아로는 디자인 회사 'GFG 스타일'의 설립자로, 이전 회사였던 이탈디자인을 이끌던 시기에 포니의 디자인을 시작으로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85세의 거장은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불태우고 있었다. 디자인은 빠르고 간결해야 하며, 디자이너들도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일 경기도 용인 소재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디자인 토크쇼에서 주지아로를 만났다. 

조르제토 주지아로

Q. 현대차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A. 1973년 현대차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이탈리아 토리노에 직접 방문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위해 자동차 하나를 디자인해주길 원했는데, 대량 생산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당시 한국은 제대로 된 자동차산업이 자리잡지 않았기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후 직접 한국으로가 울산 공장을 방문했는데, 현대조선중공업(현 현대중공업)에서 굉장히 큰 배를 건조하고 있었다. 현장을 직접 보니 현대와 정 회장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Q. 현대차그룹에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하기까지 빠르게 진행하는 '현대 스피드(Hyundai Speed)'라는 말이 있다는데, 이같은 정신도 주지아로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들었다.

A. 처음 디자인을 시작한 건 1960년대였다. 당시 일하던 회사에서 의사 결정 권한을 전적으로 나에게 맡기면서 모든 사항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이같은 경험이 현대차의 여러 엔지니어들과 협력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그 결과 백지부터 실제 자동차를 만들기까지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 걸렸다.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왼쪽부터)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왼쪽부터)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Q. 차량을 디자인할 때 반영하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는지?

A. 자동차는 소파나 유리잔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국제적 승인을 맞추기 위해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램프의 길이나 범퍼 각도를 단 몇 cm 단위로 조절해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지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엔지니어나 건축가, 기술자들의 작업 노하우를 참고하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차별성 있는 무언가를 주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디자인하면서 실제 양산될 수 있도록 사전에 고려하는 것 같다.

A. 나의 창의성은 엔지니어링으로부터 나온다. 그렇기에 일이 많을 수록 디자이너는 어느 정도 테크니션의 영역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제품에 대한 비전이 생기고 우수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너무 깊게 간섭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

Q. 젊은 세대에게 포니 쿠페는 다소 생소한 자동차다.

A. 자동차 애호가라면 쿠페형 자동차를 운전하고 싶어하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포니쿠페는 순수한 자동차다. 현대차의 DNA를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구현해냈다. 그렇기에 쿠페는 다시한번 복원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포니 쿠페를 재현하는 것은 현대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Q.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동차와 화랑에 있는 그림은 다르다. 자동차는 언제나 움직이고, 전 세계 각국의 도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자동차가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보는 건 큰 기쁨이다. 자동차는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하나로 묶는 디자인을 한다는건 예술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런 예술 분야에 발을 담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한다. 아울러 산업적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빠르고 간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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