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으로 구현한 남자들의 꿈, 안자카 [황욱익의 맨케이브 - ①]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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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4 10:00
모형으로 구현한 남자들의 꿈, 안자카 [황욱익의 맨케이브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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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모형과 디오라마로 유명한 안흥권 작가의(안자카 ANZAKA) 작업장은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물건이 가득하다. 실차를 그대로 축소해 만든 모형부터 시작해 RC가 달릴 수 있는 실내 오프로드 코스, 코믹스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까지 이곳에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잊을 때가 많다. 

랜드로버 디펜더 클레이를 작업중인 안흥권 작가
랜드로버 디펜더 클레이를 작업중인 안흥권 작가

서울 교외의 소도시 중심가. 들어선지 얼마 안 된 아파트단지 쪽에는 예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인테리어의 커피숍이 있고, 길 건너 오래된 시장통의 번잡함이 공존하는 곳. 오래된 저층 상가 건물의 지하에 있는 안작가의 작업실은 동네 분위기만큼이나 언밸런스하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독립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안자카로 더 유명한 안흥권 작가는 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소품과 모형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군 전역 후 작은 사업을 하면서 짬짬이 시작한 모형제작이 지금의 본업이 되었다. 처음 자동차 모형을 제작한 때는 2008년으로 취미 삼아 시작했던 일을 지금의 규모까지 키웠다. 

가장 처음 제작한 자동차 모형은 자신의 애마였던 뉴 코란도. 이후 브롱코와 랜드로버, 갤로퍼 등도 제작했다.
가장 처음 제작한 자동차 모형은 자신의 애마였던 뉴 코란도. 이후 브롱코와 랜드로버, 갤로퍼 등도 제작했다.

가장 처음 제작한 자동차 모형은 자신의 애마였던 뉴 코란도. 이후 브롱코와 랜드로버, 갤로퍼, 코란도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프로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캠핑과 RC, 오프로더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듯 그의 작품은 그 정밀함에 있어서 국내 모형 제작자들 중에 최고 수준에 속한다. 오프로더가 어울리는 캠핑장 디오라마부터 RC 오프로더가 달릴 수 있는 실내 경기장까지 그의 작업장은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안자카가 제작하는 자동차 모형은 실제 자동차의 보디를 만드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 자료를 활용해 클레이 모델을 제작하고 거푸집을 만들어 FRP로 보디를 찍어 낸다. 말은 쉽지만 자동차 보디를 개인이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일정한 도면이 없이 사진과 이미지 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좌우 대칭을 잡거나 디테일을 살리는 과정이 가장어렵다고 한다. 클레이 모델 완성 후 거푸집을 만들면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는 이때는 원형 자동차가 가진 디테일을 충분히 살리면서 수정하고 이후에 부착될 외부 부품의 자리를 잡는 것 까지 생각해야 한다. 

보디를 만들고 나면 실물과 같은 모양의 외부 부품 부착이 기다린다.
보디를 만들고 나면 실물과 같은 모양의 외부 부품 부착이 기다린다.

보디를 만들면 한 고비를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진짜는 이제부터다. 보디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큰 틀이고 이제 여기에 실물과 똑같은 모양의 외부 부품들을 부착할 차례다. 사이드미러부터 헤드라이트, 테일 램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외부에 있는 부품 역시 따로따로 제작해야 한다. 실제로 안자카의 작업장에는 같은 차종의 다양한 이미지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 부품을 모형으로 제작했을 때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클레이 모델 제작부터 보디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크기와 소재만 다를 뿐 과거 카로체리아에서 섀시를 만드는 과정과 완전히 똑같다. 채색 과정도 생각보다 까다로운 공정인데, 작업실 한쪽에는 작은 도색 부스까지 마련했다. 이 역시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다. 

모형 자동차에 최적화된 조명과 도료들을 보면 그동안 작업을 이어오면서 얻은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조소를 전공한 덕에 보디를 만들고 도색하는 작업이 낯설지는 않지만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얼마나 실차에 가까운지와의 싸움이다. 

운전석에는 피규어까지 넣어 현실감을 극대화 했다.
운전석에는 피규어까지 넣어 현실감을 극대화 했다.

여러 공정을 거쳐 보디가 완성되면 구동계와 전장계를 조립한다. 속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정밀함에 초점이 있는데, 전장계와 등화류는 초기에 도색을 하다가 이후에는 LED로 작동하게 만들고, 운전석에는 피규어까지 넣어 현실감을 극대화 했다. 재미있는 점은 운전석의 피규어가 안자카 본인의 모습이며, 코너를 돌 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실차가 대부분 오프로더다 보니 차체의 높이도 실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눈으로 보이는 부분은 실차의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뒤틀리는 액슬의 움직임 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시각적인 디테일은 물론이고 동력계의 디테일까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했다. 

지금은 운용하지 않지만, 작업장 한쪽에는 예전에 제작한 오프로드 코스가 있다. 안자카가 제작한 모형 자동차들은 이곳에서 실차와 같은 조건으로 주행하기도 했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힌 이 코스는 실제 오프로드 코스를 구현해 오프로드에 관심이 있지만 즐기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터널과 머드, 급경사 등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오프로드 코스가 현실과 흡사하게 구현된 이 코스는 어떤 게 모형이고 어떤 게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안흥권 작가의 작업공간. 뒤편에 있는 디오라마도 본인이 직접 제작했다.
안흥권 작가의 작업공간. 뒤편에 있는 디오라마도 본인이 직접 제작했다.

안자카의 작품 활동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손재주가 좋아 모터쇼 같은 대규모 자동차 이벤트에는 직접 제작한 다양한 디오라마와 세트를 전시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아마도 자동차 행사장에서 한 번 쯤을 마주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수제작 RC 자동차와 디오라마, 정밀 피규어 등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영역에서 안자카의 다양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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