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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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6 15:06
[시승기]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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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S e-트론 GT를 시승했다. 포르쉐 타이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전기 스포츠 세단으로, 아우디의 고성능 디비전인 RS의 노하우를 담으면서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운동성능까지 갖춘 모델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 RS e-트론 GT

첫 인상은 무척 강렬하다. 떡 벌어진 어깨부터 늘씬하게 뻗은 허리라인, 뚝 떨어지는 루프, 불끈 솟은 리어펜더까지, 금세 뛰쳐나갈 듯한 스포츠카의 자세다. 또한 21인치에 달하는 휠과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 프레임리스 도어 등을 적용해 한껏 멋을 부렸다. 조명회사(?)답게 화려한 LED 램프로 무장한 건 덤이다. 전기 세단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외모와 비율이다.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한 덕분에 RS7의 모습도 언뜻 보인다. 워낙 디자인으로 호평 받는 RS7이다 보니 RS e-트론 GT도 손해볼건 없다.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타이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매우 아우디스럽게 만든 스포츠 세단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실내

그래서 인테리어는 다소 아쉽다. 전기차라고 딱히 치장하거나 티내지 않아 다른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다. 2억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좀 더 화려하면 좋았겠다. 그래도 운전석을 감싸는 소재는 고급스럽다. 여러 재질을 적절히 섞어 단조로움을 줄이면서 카본과 스웨이드 등으로 마감해 스포티한 감각도 살렸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 역시 기존 아우디 모델과 동일하다. 기존 고성능 모델과 차이점이라면 패들시프트가 기어 변속 대신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역할로 변모한 정도다.

아우디 RS e-트론 GT 2열
아우디 RS e-트론 GT 2열

4도어 4인승 모델이지만, 2열 공간은 썩 여유롭지 못하다. 머리나 무릎, 발밑 공간은 전체적인 크기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다. 키가 큰 성인이라면 머리가 천정에 닿아 고개를 제대로 들기 어려울 정도다. 1열의 커다란 버킷 시트 덕에 전방 시야도 크게 제한된다. 

그래도 수납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405리터로 중형 세단 수준을 확보했고 2열 폴딩을 지원해 기다란 짐도 수월하게 넣을 수 있다. 보닛 아래 위치한 85리터 사이즈 프렁크(frunk)를 활용해 간단한 짐도 넣을 수 있다.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 RS e-트론 GT

주행을 위해 시트와 스티어링휠, 사이드미러의 위치를 조절했다. 시트 포지션은 의외로 높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바닥에 깔리면서 그만큼 시트 자체의 위치가 높졌다. 이는 형제 모델인 타이칸도 마찬가지다.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렸다.

앞·뒤 차축에 각각 위치한 2개의 모터는 합산 최고출력 646마력, 최대토크 84.7kgf·m의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미드십 슈퍼카인 R8(610마력)보다도 높다. 넘치는 힘을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와 고속 주행을 위한 2단변속기도 탑재됐다.

노멀 모드에서는 2단 출발이 기본이다. 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염두한 세팅인 듯하다. 엄청난 힘을 지녔음에도 일반적인 승용차처럼 편안하게 몰 수 있다. 별미는 에어 서스펜션이다. 자잘한 노면충격을 없애는 건 물론, 거친 요철과 방지턱의 충격을 꿀떡꿀떡 삼킨다. 고급 세단과 같은 승차감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 RS e-트론 GT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윙~' 소리와 함께 기어를 내린다. 이와 함께 가상 사운드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미래에서 온 듯한 낮은 전자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페달을 깊게 밟자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다. 엄청난 출력이 순식간 뿜어져 나오며 고개가 뒤로 꺾였다. 아무리 고성능이어도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을 주는 내연기관과 달리 RS e-트론 GT 정도 되는 전기차는 운전자가 긴장할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무서운 속도로 가감속을 반복해도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패들 시프터를 조작하는 맛도 잘 살렸다. 마치 기어 변속과 엔진 브레이크를 적극 사용하는 스포츠카 느낌이다. 강력한 출력과 낮은 무게중심, 여기에 아우디의 사륜구동 제어 기술이 더해져 운동 성능을 극대화한다. 게다가 이런 엄청난 성능을 달래기 위해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넣었으니 안심하고 달릴 수 있다.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 RS e-트론 GT

93.4kWh 배터리를 탑재한 RS e-트론 GT의 국내 인증 주행가능거리는 336km다. 기본형 e-트론 GT 콰트로(362km)보다 소폭 감소했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도로 흐름에 맞춰 달린다면 인증 숫자보다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다. 실제로 배터리를 가득 채우자 계기판는 주행가능 거리가 450km라는 표시가 떴다. 

물론, 추운 날씨를 맞이하면 수치는 급격히 감소한다. 모든 전기차의 공통된 문제점으로, 600마력이나 되는 RS e-트론 GT은 더 그렇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우디 RS e-트론 GT
아우디 RS e-트론 GT

RS e-트론 GT는 전기차 시대에 대해 아우디가 내놓은 대답 같은 모델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아우디의 역사가 집약된, 앞으로 만들 전기차에 대한 방향성을 미리 보여주는 '기술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가격은 2억632만원이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직접 시승을 해본다면 '왜?'라는 궁금증은 절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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