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도쿄오토살롱,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튜닝의 신세계 [황욱익 칼럼]
  • 일본 도쿄=황욱익 객원
  • 좋아요 0
  • 승인 2023.01.28 11:00
2023 도쿄오토살롱,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튜닝의 신세계 [황욱익 칼럼]
  • 일본 도쿄=황욱익 객원 (pr@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23.01.28 1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월 셋째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도쿄오토살롱은 매년 가장 먼저 열리는 자동차 이벤트다. 그 해의 자동차 튜닝과 커스터마이징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이번 행사는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치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됐다.

베일사이드가 공개한 닛산 Z 튜닝카
베일사이드가 공개한 닛산 Z 튜닝카

일본 자동차 시장은 갈라파고스 같은 성격이 짙은 곳이지만, 미국이나 아시아 튜닝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고, 5000대가 넘는 각기 다른 자동차가 전시됐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 3년간 행사 자체가 위축되며 존폐설까지 나돌았지만, 해외 방문객에게 국경을 연 올해는 그간의 우려를 한 번에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 캠핑에 전동화까지, 완성차들의 튜닝 다각화

도쿄오토살롱은 전통적으로 드리프터와 튜너, 폭주족을 비롯한 개성 강한 튜너들의 종합 전시회를 추구해왔다. 일본 내 퍼포먼스 스페셜리스트들은 도쿄오토살롱을 통해 그해에 출시할 파츠와 튜닝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이처럼 퍼포먼스에 비중을 둔 흐름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미쓰비시가 공개한 델리카 미니 튜닝 프로그램
미쓰비시가 공개한 델리카 미니 튜닝 프로그램

물살이 바뀌기 시작한 건 자동차 제조사들이 참가하면서부터다.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고성능 사업부들이 자리를 비중 있게 채우고 있고, 언제부턴가 각 전시장의 가장 큰 부스에 있다. 올해는 닛산 Z를 비롯해 토요타 GR, 스바루 STI, 다이하츠, 스즈키, 혼다 등의 브랜드가 그 무대를 장식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퍼포먼스 중심의 튜닝 시장이 더욱 다각화되었다는 점이다. 주최 측은 코로나 여파로 차박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며 그와 관련된 튜닝이 다양해졌다고 설명한다. 퍼포먼스 튜닝에 맞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미쓰비시가 선보인 델리카 미니 튜닝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델리카 미니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한 한국인 디자이너가 직접 발표를 진행했는데, 빡빡한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춘 다목적 튜닝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외에도 스즈키 짐니, 허슬러, 다이하츠 코펜 등을 위한 튜닝도 인상적이었다.

닛산이 공개한 2023년형 GT-R
닛산이 공개한 2023년형 GT-R

물론 스포츠 모델들의 진화도 여전하다. 닛산, 니스모의 손길을 거친 Z와 GT-R이 대표적이고, 혼다는 시빅 타입 R GT 콘셉트를 공개했다. 전 세계의 스포츠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Z와 GT-R은 단연 인기가 많았는데, 그 존재만으로도 오토살롱을 이끌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안타까운 점은 Z와 GT-R의 개발 책임자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Z와 GT-R의 지향점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쩌면 우리는 그 마지막을 함께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토요타는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니셜 D의 인기로 한껏 주가를 올린 구형 코롤라 스프린터와 레빈(AE86)에 수소와 전기 구동계를 사용한 모델을 선보였고, 토요타의 럭셔리 튜너 모델리스타는 프리우스 튜닝카를 공개해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을 한 번 더 전환시켰다.

# 여전히 건재한 전통적인 튜닝 회사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HKS였다. 일본 튜닝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로, 50여 년을 튜닝 시장에 바친 그들의 발자취를 한 자리에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여전히 'MADE IN JAPAN'을 고집하는 근성도 세대를 가릴 것 없이 존경 그 자체다.

로터리 전문 튜너 RE아메미야의 손길을 거친 마쓰다 RX-7
로터리 전문 튜너 RE아메미야의 손길을 거친 마쓰다 RX-7

GT-R 전문 튜너인 톱시크리트는 일본 튜닝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GT-R 시리즈의 다양한 튜닝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톱시크리트를 이끄는 나가타 대표는 부스에서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GT-R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로터리 엔진 튜너 RE아메미야는 금단의 영역에 도전 중이었다. 이번 오토살롱에서 4로터를 탑재한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로터리 엔진을 두고 너무 오랜 기간 우려먹는 '사골'이라고 표현하지만, 매년 새로운 튜닝을 선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한 단어만으로 이들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

모델리스타가 공개한 토요타 프리우스 튜닝카
모델리스타가 공개한 토요타 프리우스 튜닝카

이번 오토살롱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튜닝의 세대교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튜닝 업계 거장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어드바이저 역할로 위치를 바꿨고, 그들이 과거에 했던 도전은 젊은 세대들로 이어지고 있다. 튜닝 부품의 기획부터 개발, 생산까지 본격적인 2세 튜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일본 튜닝 시장이 한국 튜닝 시장과 가장 다른 부분은 전체 시장을 위한 공존과 화합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취향이 공존하며 관련 단체들 역시 이 부분에는 적극적이다. 순간적이고 단시간적인 시장 확대가 아닌 꾸준함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맨 아래부터 맨 위까지 탄탄한 시장을 형성해 왔다.

2023 도쿄오토살롱 전경
2023 도쿄오토살롱 전경

일본 튜닝 시장이 섬나라 특유의 독자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일각의 시각은 매우 잘못되고 편협한 시각이다. 실제 일본 튜닝 시장은 스포츠 컴팩트와 JDM으로 대변되는 미국 튜닝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시대가 변하는 것에 비해 대응이 느리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이 가진 잠재력과 기술력, 장인 정신은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자동차 중심의 컨텐츠들이 가득하다는 점도 우리와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쉴 새 없이 진행되는 각 부스의 이벤트나 프레젠테이션은 관람객들이 자동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