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린 지프, 안 팔리자 1600만원 '재고떨이' 할인…다시 안 내려요?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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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06 15:03
가격 올린 지프, 안 팔리자 1600만원 '재고떨이' 할인…다시 안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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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조삼모사 가격 정책에 소비자들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작년에 차량 가격을 수천 만원 올리더니, 올해는 재고가 쌓여 1600만원을 깎아준다는 것이다. 차가 안 팔리면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하는데, 할인으로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프 체로키
지프 체로키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지프는 2월 프로모션으로 체로키 리미티드 FWD(5990만원)는 최대 1500만원, 리미티드 AWD(6390만원)는 최대 1600만원 할인을 내세웠다. 정상가의 4분의 1을 깎아주는 파격적인 규모다. 이밖에 그랜드 체로키 L은 최대 1390만원(15.8%), 레니게이드는 최대 700만원(15.4%) 깎아준다.

이들 차량의 공통점은 2022년형 재고 모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수입된 차량을 모두 팔지 못해 많은 물량이 쌓였고, 부담을 느낀 지프가 이를 소진하기 위해 일명 '재고떨이'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차 업계 한 전문가는 "지프가 작년에 가격을 지나치게 많이 올리면서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물가와 금리가 함께 인상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수입·국산차를 막론하고 계약 이후 고객 인도까지 수 개월이 소요되지만, 지프는 즉시 출고 가능한 것을 보면 재고가 꽤 많이 쌓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프 차량 가격 변동표
지프 차량 가격 변동표

실제로 지프는 지난해 연이어 차량 가격을 올렸다. 5140만원에 팔리던 체로키 2.4 AWD는 작년 3월 5790만원으로 인상한데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2022년식 모델이라며 6390만원으로 올랐다. 무려 1250만원, 인상폭은 24%에 달했다. 8980만원이던 그랜드 체로키 L 써밋 리저브 트림 역시 작년 3월 9780만원, 11월에는 1억820만원으로 2000만원 가까이 비싸졌다.

가격 인상의 결과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금리까지 올라 할부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프는 2021년 1만449대를 판매하며 '1만대 클럽'에 성공했지만, 작년에는 31.4% 줄어들며 7166대에 그쳤다. 

이에 지프는 최대 1600만원 할인이라는 '극약 처방'에 나섰다. 가뜩이나 체로키는 작년 10월 2022년형 출시와 함께 1100만원을 할인해 논란이었는데, 여기서 500만원을 더 깎아준 것이다. 가격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연식변경 전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는 불과 1년 만에 1000만원가량 손해 본 셈이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번 어그러진 가격은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면서 "신차 판매가는 중고차 시세와도 연결되는 만큼, 제값 주고 산 소비자는 나중에 팔 때도 손해를 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프 체로키 2.4 AWD 할인가 추이(자료=겟차)
지프 체로키 2.4 AWD 할인가 추이(자료=겟차)

차량의 가격을 올리는 것, 그리고 상황에 맞게 프로모션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권한이다. 그러나 애초에 가격을 높게 올린고, 안 팔리자 대규모 할인으로 재고떨이를 하는 지프의 정책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히, 같은 미국 브랜드인 테슬라가 올해만 두 차례 가격을 인하한 것과 비교하면 더 아쉽다. 

한 소비자는 "안 팔리면 다시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조삼모사'식 할인으로 넘어가려 한다"면서 "테슬라가 지난해 여섯 차례나 가격을 올렸지만, 올해는 가격을 내린 것처럼 상황에 맞는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다른 소비자는 "수요가 회복되면 다시 올린 가격에 판매할게 뻔한데, 그러면 누군가는 1600만원 비싼 차를 사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들쭉날쭉한 인상과 할인이 반복된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지프를 믿고 차량을 구매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지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할인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지프 홈페이지)
지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할인을 홍보하고 있다(사진=지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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